그냥 끄적 끄적...2015. 11. 20. 08:21

비루하든 구차하든 살아있을때 목숨이다.

살아 있어야 삶이고, 살아 있어야 생이다.

김훈은 말했다.

진부하게, 꾸역꾸역 이어지는이 삶의 일상성은 얼마나 경건한 것이냐고.

그 진부한 일상성 속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다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이 얼마나 진지한 것이냐고.

 

태(胎)를 끊고 나왔을때

마흔 셋의 삶이 마지막일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을테다.

누군들 그렇게 생각할까!

어쩌면 그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알지 못해 황망해 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질문에

누구도 답할 길이 없다.

비슷한 연배의 남자 직원들의 눈은 이미 핏발로 붉다.

서둘러 술을 들이키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물감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은 눈치다.

누군들 그렇치 않을까.

아직 젊은 나이였고,

어제까지 함께 일했던 동료였고

입사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도 그였고

퇴사하면서 최종적으로 만냐야 하는 사람도 그였다.

병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은 이 병원에 단 한 명도 없다.

사교성이 전무한 나로서는 그의 친화력이 외계인의 능력처럼 경이로웠는데...

 

장례식장의 비릿한 물기는 결국 집에까지 따라왔다.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데

안스러움도, 서러움도, 막막함도 아닌 감정들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갑자기 들이닥친 울음은 오래고 길었다.

머릿속은 도둑맞은 집처럼 온통 헤집혀졌다.

 

무감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된다,

할 수가 ... 없다.

 

순환과 반복의 고리는... 박살났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