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4. 8. 5. 08:18

첫조카의 군입대.

오늘 이 녀석이 23살이라는 늦은 나이로 의정부 훈련소에 입소한다.

하필이면,

요즘 군에서 끔찍한 사건들이 자꾸 발생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마음은 영 편치 않다.

아무래도 첫손주고, 장손이기도 하니...

주말에 다들 우리집에 모였는데 엄마가 조카녀석에게 그러더라.

누가 널 인간적으로 못살게 굴거나 구타하거나 하면 탈영해서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집으로 오라고.

그러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하겠노라고...

노파심과 걱정으로 하신 말씀이시겠지만,

조카도 탈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녀석도 아니겠지만

그냥 흘려듣기에는 참 막막하고 암담한 현실이다.

탈영을 종용하는 군대라니...

총기난사 탈영,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

웃으면서 잘 다녀오라고 말은 했지만 고모 마음도 영 편치가 않다.

 

아침에 조카와 마지막 통화를 하면서

"휴가 나와서 보자!"라고 했더니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요" 하면서 유쾌하게 웃는다.

"언젠가는 나오겠지..."

말끝을 흐리면서 마음 끝이 짠했다.

21개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짧아진 기간이라지만

야만적이고,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곳에서 보내기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잔혹의 강도는 점점 심해져가고

죄책감과 죄의식의 강도는 점점 얇아진다.

점점 군대라는 곳이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의 컴퓨터 세계처럼 느껴진다.

아무 감정없이 주먹을 날리는 파이터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구타와 집단따돌림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비겁한 말이지만 그만큼 절박하고 간절하게도 들린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버린걸까?

어떤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군면제를 받으려는 부모의 마음이

지금처럼 구구절절 이해된 적도 없다. 

이게 다 누구의 잘못일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제발 건강하고 바르길!

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머리와 정신이 그래주길...

 

나중에 제대를 한 조카가

즐겁게 군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다.

그곳이 조카녀석의 삶에 긍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

고모인 나는 지금 그걸 꿈꾼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