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츨라프 광장을 빠져나와
그야말로 아무 곳이나 발길 닿는 곳을 걸어다녔다.
구글맵도 켜지 않았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았다.
걸다가 걸음이 멈춰지는 곳,
그곳에서 서성였다.
길 잃은 사람처럼, 아니 여유자작한 사람처럼.
유대인 시나고그와 유대인 서청사를 지났다.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토요일은 개방하지 않는데서...)
시청사의 시계탑에는 두 개의 시계가 보이는데 바늘의 방향이 서로 다르다.
찾아봤더니 밑에 위치한 시계 바늘은 히브리어를 읽는 방식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인단다.
거꾸로 가는 시계라는 뜻 ^^
시나고그를 지나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본거지 루돌피눔 앞으로 빠져나왔다.
크루즈 투어때 가이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체코인들은 "루돌피눔"보다 "예술가의 집"이라고 부르는걸 좋아한단다.
"루돌피눔"이란 명칭은 비유하자면,
서울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김일성 기념관"이라 부르는 느낌이랄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독립을 선언한 체코이니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루돌프 황태자가 체코의 황태자는 아니니까.
검은 마리아의 집 역시 일부러 찾아간건 아니고
노천 카페 앞에서 가로등을 바라보다 마주쳤다.
체코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큐비즘 건물이라는데
모든 걸 떠나서 저렇게 갇혀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이 건물을 본 이후로는 걸어다니면서 건물의 모서리나 튀어나온 부분을 살피게 되더라.
그런데... 그게 꽤나 흥미로웠다.
사실은...
저곳에 내 집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
그 간절함의 눈빛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아무래도 나는,
완패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