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6. 3. 4. 08:17

<응답하라 1988> 이후에 내가 작은 DMB 화면으로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TvN의 <시그널>과 KBS <태양의 후예>다.

<시그널>은 김은희 작가의 작품이고,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과 김원석 작가 공동 집필이다.

두 작품 모두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대본을 썼고

출연진도 소위 말하는 믿고 보는 배우들이라 드라마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두 작품 모다 쪽대본으로 급하게 촬여한게 아니라

장면 하나 하나가 다 세심하고 집요하다.

 

 

<시그널>은 시놉상으로는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야기인데

조진웅, 김혜수, 이제훈의 연기가 너무 좋아선지 이제는 점점 현실같다.

게다가 벌어지는 사건들이 정말 있음직한 일들이라 더 등골이 오싹한다.

화가 났다가도, 불쌍하다가도, 어이가 없다가도 황당하다가도...

그런데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는게 만고의 진리다.

여기서도 또 한 번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의 계급차가 명확해진다.

인도의 카스트로 제도보다 더 징긍징글하고 잔인하다.

얼마전에 이 작품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포상휴가를 떠났다던데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나보다.

슬슬 <시그널>과 이별할 준비를...

 

 

그리고 문제의 <태양의 후예>

송송커플과 구원커플의 연기도 재미있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건,

극 중 아랍지역 분쟁국가로 나온 가상의 나라 "우르크"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 하늘, 저 바다 색은 딱 그리스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리스 "자킨토스섬"에서 촬영했단다.

유시진 대위와 의사 강모연이 보트를 타고 들어간 섬이 바로 그리스의 자킨토스 섬.

드라마에서 나온 난파선은 셋트가 아닌 나비지오 해안에 실제로 있는 배란다.

1890년 그리스 해군에게 쫒겨 이곳에 난파하게 된 밀수건이라고.

이 배 때문에 나비지오 해안을 "난파선 만(灣)" 혹은 "밀수꾼 해안"이라고 부른단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열 곳에 포함된 곳으로

석양이 지면 그대로 그림이 된다.

(그리스섬 중에서 석양이 질 때 아름답지 않은 곳은... 솔직히 없다.)

 

섬은 보면 볼 수록 아름답고 기묘하다.

열려있으면서 닫혀있는 곳.

철저한 고립과 광대한 포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섬이다.

드라마를 보는데 가슴이 점점 뻐근해졌다.

그리움이 옹골차게 자리를 잡는다.

 

왜 바라만 보냐고...

뭘 망설이고 있냐고...

자꾸 내게 묻는다.

이쯤해서 대답 비슷한걸 좀 해야 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