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시야마에도 일본스럽게 크고 작은 절들이 여러 곳 있다.
그 중에서 아라시야마에서 가장 큰 천룡사(텐류지, 天龍寺)를 찾았다.
이 절은 1339년에 지어졌고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본당과 정원은 따로 있고 예전에 불경을 보관했던 창고 천정에 커다란 용이 그려져 있어 천룡사라고 한다.
이 용 그림이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용그림이란다.
천정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용과 눈이 마주친다.
웅장하고 신비하다는 느낌보다는 민화에 가까운 친근한 느낌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겠지만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에 사찰에 그려져있는 용이 더 위용있는 것 같다.
뭐 그림의 위용만으로 불경이 지켜지는 건 아니겠지만...
600앤의 입장료를 내면 텐류지 본당과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천룡을 보는 것도 물론 별도의 입장료가 있다)
본당을 들어서면 커다란 달마도가 방문객을 맞는다.
눈이 부리부리하긴 하지만
일본 사찰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귀엽성있고 좀 민화적인 것 같다.
일본의 사찰과 성(城)을 다니면서 늘 부러웠던 건
관람객들이 신발을 벗고 직접 내부를 걸어서 관람할 수 있다는 거다.
창경원이나 경복궁 내부를 신발을 벗고 걸어다닌다고 상상해보라.
이거 참 경이로운 일 아닌가!
8~7년 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사찰과 성을 다니면서 정원을 많이 봤었는데 고요하고 단정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바닥이 마치 그림이 그려져있는 듯해서 어떻게 만들었을까 마냥 신기했었다.
텐류지 정원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오히려 신선했다.
물과 나무는 아무래도 일본 정원의 정수인가보다.
물 아래 비치는 반영(反影)은 참 고즈넉하다.
이상하게도 나는 물을 경계로 아래의 세상이 더 아름답고 진짜같다.
카메라가 자꾸 물 속으로 잠수하려는 걸 참아내느라 좀 힘들더라.
날씨가 화창했다면 좋았을텐데...
열려있는 문을 통해 보는 세상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도
그대로 풍경이 비치는 모습도 한결같이 아름답다.
이런 집에서 실제로 살 수 있다면
평생을 대문 안 풍경만 보고 살아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정말 딱 내 스타일인데...)
텐류지 뒷편에 있는 대나무숲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쭉쭉 뻗는 수많은 대나무를 보니 섬득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아마 날씨가 흐려서 더 그랬겠지만)
바람에 쓸리는 대나무 소리도 너무 좋았고
좌우로 대나무를 거느리며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 역시 특별했다.
참 오랜 시간을 걸었음에도 피곤하지 않았던 건
이런 운치있는 길들이 눈과 맘의 피로를 풀어줬기 때문일거다.
여행지에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나는 참 잘 걷는다.
걷는 동안은 이상하게도 피곤함이나 배고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걷는 것과 보는 것은 때론 같은 감각이 된다.
그리고 결국은 포만감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내 여행의 모든 내용은 전부 길이다.
아라시야마.
그 길에 찍혀있을 내 발자국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