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에 지하철 서점에 들렀다.
그리고 세 권의 책을 샀다.
책을 감싸안도 돌아오는 길에 풍요롭고 설랬다.
손 안의 PC 태블릿의 혁명으로 종이책이 사라질거라 예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절대로 종이책의 종말을 믿지 않는다.
책 읽는 사람은 안다.
종이책을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설렘을...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감동.
그건 다른 어떤 것으로도 결코 대처될 수 없다.
세 권 모두 이제 막 출판된 신간들이고
세 명의 저자 모두 내가 격하게 사랑하고 그리고 격하게 질투하는 작가들이다.
박범신의 <당신>
황석영의 <해질 무렵>
그리고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신간을 출판했다는게 경이로울 정도다.
이 세 권의 책이 나를 세상에게 가장 풍족한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가장 먼저 손에 잡은 책은 박범신의 <당신>.
문장들이 그대로 치고 들어온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의 시점과 목소리이 눈과 귀에 또렷히 잡힌다.
작가가 하나하나 고심하면서 선택했을 단어들은 바싹 마른 나뭇잎같다.
작은 힘에도 스스로 바스라진다.
가슴 속에 바람이 일렁인다.
<촐라체>, <은교>, <소금>에 이어 연타로 휘둘리겠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울컥이는 감정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런 글이다.
많이 아프고 슬픈 문장이다.
하지만 견뎌야 하는 이야기다.
이게 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