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비체엔 16개의 호수와
9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침식작용이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
이 모습 앞에서는
종교도, 믿음도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
단지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이 현실만이
유일무이하다는 느낌.
그래서 인간은 자연 앞에선 늘 속수무책이다.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의 결계는
수시로 모호해지고 불분명해졌다.
어디 길 뿐일까?
하늘과 물의 경계도 모호하고
나무도 절벽의 경게도 모호하다..
마치 거울의 방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
물 밑으로 하늘길이 열리고
그마저도 저편에선 숲이 꿀꺽 집어 삼킨다.
그러다 직선의 돌들에 우뚝우뚝 막혀버리면
다시 물 속으로의 잠영(潛泳)이 시작된다..
그래서 얇은 물도, 깊은 물도,
가까운 물도, 먼 물도,
다 한결같이 맑다.
벨키 슬립 왼쪽 길.
위로 향하는 Supljara 동굴을 지나면
H 코스에서 벗어서 K 코스로 접어들 수 있다.
표지판에 적힌 "Warning!" 문구에 잠시 멈춰선다.
Enter at your own risk.
어쩌지... 싶다가 내처 동굴 입구로 들어섰다.
다리에 덜덜 떨린 정도의 경사라 감히 사진기를 들이댈 여력조차 없다.
그 와중에 걱정했던건,
올라가는건 어찌어찌 가겠는데 이 길을 다시 내려가지는 못하겠다 싶었다..
더군다나 이쪽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어쩌자고 단 한 명도 없는지...
중간쯤에 서서 혼자 한참을 망설였다.
또 다시 맞닥드린 go와 stop의 갈림길.
선택은 역시나 Go.
덕분에 K 코스의 View Point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계단식으로 이어진 두 개의 에매랄드빛 호수와
그 사이에 철없는 자식처럼 송알송알 매달린 폭포들.
그야말로 진정한 generation이자
조용하면서도 격정적인 process였다.
Risk에 대한 보상,..
이로써 차고 넘치게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