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8. 14. 07:58

오전에 두오모 성당 쿠폴라와 조토의 종탑 전부 올라가고

오후에는 시뇨리아 광장 주변과 우피치 박물관을 쉴 틈 없이 걸어다니고...

그렇게 하루 옹종일 걸어다니고 뭐가 부족했는지 야간투어를 또 신청했다.

발바닥은 불이 붙어 얼얼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늦은 저녁까지 피렌체의 풍경을 조금은 만끽할 수 있었다.

생면부지의 길을 밤에 걸어 다닌다는건 생각도 못할 일이라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야간투어가 있으면 몸이 피곤해도 꼭 참여하는 편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까지의 야간 투어의 기억이 다 좋았다.

특히나 피렌체 야간 워킹 투어는

사람이 몇 명 없어서 한적하고 오붓했다.

그리고 가이드분께서 아주 유쾌한 분이셔서 이동하는 내내 즐겁게 다녔다.

(미술 관련 공부를 하는 한국 유학생이었는데 이름이 "미쉘"이었던가.... 기억이...)

 

  

피렌체에 잇는 다리 중 가장 오래 된 베키오 다리(Pnte Vecchio)

과거에는 이곳이 정육점과 가죽공방들이 모여있던 곳이라 냄새가 지독했다는데

지금은 귀금속 세공소와 보석상이 자리잡고 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당장 살 수 있는건 아니란다.

100% 예약제이긴한데 지금 예약해도 1년 후쯤이나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보석에 관심이 없는 나는 소 귀에 경읽기다.

다만 베키오 다리 2층의 회랑이 궁금할 뿐이다.

우피치 미술관과 피티 궁전을 연결하는 이 통로는 일 년에 한 번 제한된 인원에게 개방한단다.

저 통로에 걸려있는 그림들이 그렇게 엄청나다는데...

피렌체에 사는 사람들도 보기 힘들다는 곳을 기웃거리는 애달픈 이 마음 ㅠ.ㅠ 

베키오 다리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다리로도 유명하다.

다리 중간엔 금세공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베누토 첼리니"의 흉상이 있는데

이곳에 자물쇠를 걸면 사랑이 이뤄진다는데 속설때문에 몰래 자물쇠를 채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걸 기억하자! 걸리는 벌금형)

 

베키오 다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Nuove Marcato.

굳이 풀어 쓰자면 "새로운 시장" ^^

이곳은 가죽제품과 섬유,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라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인데

입구쪽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멧돼지 동상 때문에 특히나 더 북적거린다.

멧돼지 입에 동전을 놓고 떨어뜨려 그 밑 하수구로 바로 떨어지면 소원이 이뤄진단다.

잠깐 사람들이 하는 걸 지켜봤는데

다행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원을 이루겠더라. ^^

 

 

단테의 집이라는 곳은

실제 단테가 살았던 건 아닌 것 같고

어찌어찌해서 그렇게 밀고 있는 중인 곳이다.

바닥에 보이는 모습이 단테의 옆얼굴이라는데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가 나중에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그런가보다 했다.

둥그런 건물은 예전에 여자 형무소였다는데

지금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해가 진 피렌체의 골목들은 환한 낮과는 또 다른 신비였다.

우리나라였으면 휘황찬란한 조명이 대단했을텐데

유럽은 상가도 대부분 일찍 문을 닫고 조명이라고 하는 것도 없거나 아주 은은해서 바라보기에 참 좋더라.

그림 같기도 하고, 오래된 사진첩을 펼치는 것 같기도 하고...

밤의 피렌체는 꼭 오래된 한 권의 책 같다.

천천히 읽혀지고 그런 책.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은

피렌체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광장으로 미켈란젤로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단다.

광장 중앙에는 있는 "다비드" 상은 모작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도 위풍이 당당하다.

해질 무렵에는 노을이 물드는 모습이 아름답고

낮에는 저멀리 보이는 피렌체의 붉은 지붕을 내려다보는 장관이라는데

내가 찾은 시각은 해질 무렵도, 낮도 아닌 한 밤 중.

하지만 아르노 강 너머로 보이는 피렌체의 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아름답고 황홀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본 피렌체의 야경.

베키오 다리도 아름답고

두오모 성당과 베키오 궁전도 은은했고

메디치 가문의 전용 성당인 산 로렌초 성당(Bailica di San Lorenzo) 옆에는 반달이 떴다.

사실 이곳도 참 많이 보고 싶은 곳이었데 시간이 없어서 댜밤에 겉모습만 보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메디치가의 도서관 라우렌차아나(Biblioteca Laurenziana)가 정말 궁금했었는데...

이 성당은 미완성 상태라 피렌체의 다른 성당들에 비하면 겉모습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다.

그래서 더 색다르고 특별한 느낌이 주는 성당.

하지만 내부는 메디치 가문의 성당답게 화려하다는데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다.

그리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숙소와 가까워서 어디를 가든 항상 이 앞을 지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어느새 피렌체에서 제일 친숙해진 곳.

밤에 보는 피렌체의 대리석 성당은

건물이 아니라 기꺼이 어둠과 하나가 되는 정물화다.

저꾸 멀찍히 서서 감상하게 된다.

보고 보고 또 보고...


말 없는 그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밤 유난히 내게 많은 말을 건네오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