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피르고스로 이동. 13세기에 지어졌다는 성채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마치 서서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몰락하는 우리네 농촌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변은 한때 거대한 포도밭이었다는데 지금은 꼬장꼬장하게 마른 삭정이들만이 과거의 영화를 짐작케한다. 골목골목 숨어있는 개인 아틀리에를 보는 재미는 은근한 호기심을 자극한다.조그마한 성채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 언덕 위 성에서 보는 피라는 아름답고 예뻐서 감탄을 자아냈다.골목이 주는 운치는 작지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오벨릭스에서 테이크아웃한 점심을 먹고 3시경에 이아 마을로 떠났다. 포카리스웨트 광고지로 유명한 이아마을! 굴라스 성채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블루스카이에서 드디어 무사카를 먹어봤는데 맛있었다.그리스 음식이 의외로 내 입엔 잘 맞는편.조카들 덕분에 이번 여행은 잘 챙겨먹는다.이아마을은 환상이 있었던 모양인지 기대보다는 좀 평이했다.조카도 계속 "이아가 왜이래?"를 연발해서 혼자 웃었다.환상이란 무서운 거구나 느끼면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조카들을 보면서 대견함과 미안함을 느꼈다.내일은 비치에서 맘껏 놀게 해줘야겠다.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에 온 몸이 익었다. 내몸이 그대로 하나의 화로가 된 느낌^^ 따갑고 가렵다.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