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20. 13:50

두번째 자그레브.

성 마르코 성당을 지나 돌의 문으로 향했다.

그냥 발이 가는 데로...

이 문은 처음엔 돌이 아닌 소나무였단다.

그러니까 돌의 문의 아니라 소나무의 문 ^^

화재로 훼손된 문을 돌로 다시 만든건 18세기.

그때 잿더미 속에서 지금의 성모 마리아 성화가 발견됐단다.

심지어 전혀 손상되지 않은 체로 말이다.

그래선지 이곳엔 기도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에 오면 문이 열려있어 성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첫번째 여행에서는 봤었는데

이번엔 정오가 지난 시간이라 굳게 닫혀있었다.

 

 

돌의 문 내벽엔 빼곡하게 글자가 쓰여있다.

정확히 말하면 글자가 쓰여진 돌판이 붙어였다.

사람 이름인것 같은데

생몰연도가 없는걸 봐서는 추모문구는 아닌것 같다.

문맹이긴 하지만 글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일한 단어가 하나 있더라.

 "HVALA"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뜻의 크로아티아어다.

성모상을 향한 감사의 헌납이었을까?

그저 막연한 어림짐작만...

 

 

스톤 게이트를 지나 돌라채 시장 쪽으로 향했다.

2년 전에는 보수중이라 한쪽으로 비켜 걸어야만 했는데

지금은 보수가 끝나 걷기에도, 구경하기에편해졌다.

그땐 성 게오르기우스 동상부터 돌라체 시장까지 땅이 다 파헤쳐졌었는데...

그러고보니 그때 못봤었는데 한국물건을 파는 편의점도 있더라.

돌라체 시장은 여전하다.

활기차고, 신기하고, 신선하고, 욕심나고.

체리와 말린 무화과, 수제 치즈도 탐이 났지만 짐을 생각해서 참았다.

그래도 마그넷 하나 정도는 사 올 걸 그랬다.

또 다시 뒤늦은 후회를 살짝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6. 13. 09:30

성 마르크 성당을 마주보고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자그레브의 수호성인인 성모마리아가 있는 "돌의 문(Stone Gate)"이 나온다.

중세시대 자그레브에는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한 문이 4개가 있었단다.

그런데 1731년 자그레브 대화재때 모두 불타버렸고 

1760년 "돌의 문"만 다시 만들어 현재까지 남아있다.

돌의 문이 재건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안에 무명화가가 그린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 그림 때문이다.

화재로 모든 것이 불타버렸는데 이 그림만 아무 손상없이 남았다고.

그 이후 그림 속 성모마리아는 자그레브를 지키는 수호성인으로 모셔져 순례지 중 한 곳이 됐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에 가면 꽃과 기도를 바치는 자그레브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5월 31일은 성모마리아를 기리는 행사가 있다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아주 절묘하게 이 날을 비켜 자그레브에 머물러 볼 수 없었다.

 

 

돌의 문 입구 오른쪽 벽의 조각상은 "도라의 상"이라는게 있는데

각 나라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전설의 주인공 되시겠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뭐 그런 얘기.

옛날에 "도라"라는 여자가 살았는데

미모가 너무 출중해서 뭇남성들의 사랑과 찬양을 한 몸에 받았단다.

급기야 그녀를 너무 사랑한 한 남자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도라를 살해하고 만다..

한 마디로 하루 아침에 미친 놈에게 죽임일 당한거다.

자고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하게 이쁜건 위험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누구한테?

본인한테! 

뭐든 적당한게 좋다.

이쁜 것도, 착한 것도, 똑똑한 것도...

 

 

여행의 마지막 날,

10시간 야간버스를 타고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다시 돌의 문을 찾았다.

왠 일인지 굳게 닫혀있는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이리저리 창살 사이로 봤던 그림을 나혼자 독차지하듯 봤다.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면서 많은 성모상과 그림을 봤는데

그것들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마리아도, 예수도 꼭 부처처럼 보인다는 사실.

아마도 동방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돌의 문 안에는 이채롭게도 글씨가 새겨진 동판들이 가득한데

1951년 내전에 나간 가족들의 무사귀환을 빌기 위한 것이었단다.

생몰연도가 명확하게 기록된 동판이 있는걸로 봐선

내전 이후에는 사망자를 위한 위령의 장소 역할을 한 듯 하다.

슬프고 아픈 마음을 안고 초애 불을 붙였을 사람들.

죽었지만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선명한 사람.

초에 불을 밝힌 마음들이 꼭 이러지 않았을까!

 

 

 

돌의 문을 나오면 라디체바 거리와 만나는 곳에 성 게오르기우스 동상이 있다.

초기 기독교 순교자 중 한 명인 게오르기우스는

인간을 제물로 받던 용을 죽여 사람들에게 평화를 돌려준 성인이다.

자세히 보면 말의 밥굽 아래 죽은 용의 형상이 깔려있는게 보인다.

자그레브에는 성 게오르기우스 동상이 하나 더 있는데

레누치의 푸른 말발굽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단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그레브 국립극장 앞)

트램길을 따라 슬렁슬렁가볼까 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빛의 속도로 포기했다.

뭐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그런데... 오늘만 날이더라...)

 

자그레브에서의 첫 날은

이렇게 목적없이 설렁설렁 걸어다니는게 전부였다.

책자도 챙가지 않아서

발길 닿는 곳 아무 곳에나 들어갔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 돌아섰다.

조바심없는 발걸음은 마냥 느려서 천진했다.

천천히 가는 시간이, 풍경이, 느낌이, 감정들이 그래서 참 고마웠다.

 

Journey is slow better than slow...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