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2. 30. 08:42

 

<벙커 트릴로지 - 맥베스>

 

일시 : 2016.12.06. ~ 2017.02.1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제스로 컴튼 & 재이미 윌크스

번역 : 김수빈 /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박훈(Soldier 1)/오종혁, 신성민(Soldier 2)/임철수, 이승원(Soldier 3)/김지현, 정연(Soldier 4)

제작 : (주)아이엠컬처

 

모르가나, 아가멤논에 이어 멕베스까지

<벙커 트릴로지> 에피소드 세 편을 다 봤다.

원래 마지막 한 편은 내년쯤 볼 생각이었는데

앞서 본 두 편의 에피소드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휘몰아치듯 볼 수밖에 없었다.

세 편 다 좋았지만 어제 본 "맥베스"가 단연코 갑(甲)이다.

70분 동안 악(惡)의 탄생과 소멸,

그 전과정을 낱낱히 다 들여다본 것 같다.

이 작품.

꼭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맥베스>만이라도 꼭!

평범하고 보편적인 한 인간이

권력의 힘에 의해 어떻게 괴물로 변하는지 이 작품은 뼈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권력을 손에 쥐면 대다수의 인간은 왜 변하게 될까?

내 자리가 아니라고, 진짜 주인이 올 때까지 나는 잠깐 머무는것 뿐이라고 말하면서

잠깐을 영원으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다.

게다가 우리 모두 잘알다시피

괴물을 상대하려면 괴물이 되야만 한다는걸.

그렇다면!

괴물을 처단하기 위해 괴물이 된 사람을 우리는 정의롭다 말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모두 신탁의 예언에 묶인 맥베스인지도...유령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지도.

선한 것은 악한 것이 되고,

악한 것은 선한 것이 되나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2. 27. 08:12

 

<벙커 트릴로지>

 

일시 : 2016.12.06. ~ 2017.02.1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제스로 컴튼 & 재이미 윌크스

번역 : 김수빈 /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박훈(Soldier 1)/오종혁, 신성민(Soldier 2)/임철수, 이승원(Soldier 3)/김지현, 정연(Soldier 4)

제작 : (주)아이엠컬처

 

<카포네 트릴로지>에 이은 김태형, 이지선 콤비의 연극 <벙커 트릴로지>

모르가나(Morgnan), 아가멤논(Agamemnon), 멕베스(Bacbeth)

세 편의 에피소드 중 모르가나와 아가멤논 두 편을 봤다.

벙커(Bunker)라는 공간이 주는 밀폐성과 비밀스러움.

그리고 전쟁이 주는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

내가 본 두 편의 작품 속에선 이 모든게 그대로 살아있었다.

막막한 천진함도 있고,

버티기 위해 스스로 괴물로 변하는 인간의 모습도 있다.

전쟁.

예전엔 그랬다.

전쟁만큼 거대하고 비극적인 국가적인 재앙은 없다고.

(그게 아니라는건 지금 대한민국을 통해 보고 있긴 하지만...)

연극은 재미있으면서 참혹하다.

"홀림" 혹은 "광기"

이 연극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하고 명확한 두 단어다.

<카포네 트릴로지>도 초연과 재연 모두 챙겨볼 정도로 좋아햇던 작품인데

<벙커 트릴로지> 그에 못지 않는다.

아니 개인적으론 훨씬 더 매력적이고 흡인력 있었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몇 번 씩 보지는 못할 것 같다.

작품 자체에서 발산되는 엄청난 무게의 감정들을 감당하는게 힘겹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야말로 내가 전쟁이 한창인 참호 속에 있는 웅크리고 느낌이다.

온 몸을 벌벌 떨면서...

폐소공포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건 장소때문이 아니다.

이 모든게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는 감정들 때문이다.

무감(無感)도 관조(寬眺)도 쉽지 않다.

 

If... Maybe...

작품을 본 뒤 끝없이 던진 질문들.

만약 내가 이 상황이라면.

만약 내가 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면.

나의 선택은 아마도...

아, 참 두루두루 비극적이다.

지이선의 말처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게...

 

* 이석준의 연기는 눈부시다.

  그야말로 진흙탕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을 연기다.

  이 작품에 이석준이라는 버팀목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싫을 정도다.

  배우 이석준의 시야는 배우의 시야를 넘어 연출가의 그것과 맞닿아있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참 넓게, 그리고 참 깊게, 그리고 참 자세히 보는 배우다.

  좁은 공간에서 연기해야하는 오종혁에게 이석준이 그랬단다.

  "흥분하지 마라, 70%만 해라"라고.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일종의 거리감을 유지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오종혁은 첫공연을 한 뒤 기억이 안 난다고, 스스로 미쳐서 날뛰었다고 표현하더라.

  (오종혁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

  엄청난 각색으로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는 지이선의 능력도 놀랍고

  그걸 쿨하게 인정해준 원작자 제스트 컴튼의 마음도 놀랍다.

  심지어 자신의 의도에 더 근접한것 같아 감동했다는 말까지 했다.

  원작자의 감동이 아니더라도,

  이 연극은 확실히 감동적이고, 놀랍고, 강렬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만큼 고통스럽고, 잔인하고, 비통한 이야기다.

  뭔가에 홀린 눈빛으로 홀로 앉아 군번줄에 적힌 친구의 이름을 부르던 아더의 모습.

  그 모습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꼭 유령같았던 그는... 어떻게 됐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