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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13 월요일의 holiday 그리고 그녀!
읽고 끄적 끄적...2013. 3. 13. 08:05

소위 말하는 백만년만의 월요일 휴가.

매일 5시 10분에 일어나는 나로서는 정말 오랫만에 생소한 시간이 주어졌다.

집에 있는 컴퓨터틑 장렬히 사망한지 어언 1년이 되어가고

구입하려니 집에 있는 시간이 그닥 많지 않아서 계속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백만년 만의 휴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하는 엄마를 모시고 오전, 오후 안과도 다녀왔고

그 중간에 그동안 길었던 머리를 그야말로 댕강 잘랐다.

심경의 변화? 따위는 전혀 없었고 머리 감기가 귀찮다는 아주 현실적이고 지극히 단순한 이유!

목 언저리에 달랑거리는 머리가 아직은 생소하지만 가벼운 느낌이 나쁘지 않다.

어제 출근했더니 주변에서 어울린다는 말을 해줘서 그것도 참 고맙고...

엄마는 수술 날짜를 잡았고,

추석무렵에 떠날 여행 준비도 이제 초입에 들어갔다.

이스탄불 - 아테네 - 산토리니 - 아테네 - 이스탄불을 다녀오는 12일 간의 일정.

 

솔직한 마음은 혼자 가고 싶지만

이번엔 동생과 조카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혼자가면 여행자숙소 도미토리룸을 이용해도 되지만

가족이 움직이려니 아무래도 숙소가 제일 문제다.

"다 알아서 해!"

동생은 이 한 마디만 했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이 더 무섭다.

여행 준비 때문에 앞으로 좋아하는 공연도 많이 줄어야 할 것 같고.

개인적으로 다른 계획도 생각하고 있어

무모하지만 도전해볼까 고민하는 중이다.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아침에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나느냐고,

하루에 4시간 정도 자면 피곤하지 않느냐고.

아주 가끔은 유령같은 몰골로 하루를 버틸 때도 있지만

5시 10분에 일어나서 6시 20분쯤에 집에서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개인적으로 절대로 빼앗기거나 방해받고 싶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황금시간이다.

출근을 준비하면서 한 시간여 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는 그 완벅하고 고요한 시간!

그건 내 하루가 비로소 시작됐음을 선언하는 일종의 포고(咆告)의 시간이다.

농담처럼 사람들에게 말했던 적이 있다.

"나는 책을 읽다가 눈이 멀었으면 좋겠다"고.

혹은 "책을 읽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요즘은 덜컥 겁이 난다.

시력이 나빠지고 있는 걸 점점 실감해서...

보지 못한다면, 읽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많이 아니 치명적으로 절망하게 될 것 같다. 겁이 난다.

그래도 분명한 건,

아직까진 읽을 수 있다는 거다.

여전히 책을 손에 잡으면 맘이 설랜다는 거다.

그거면 지금은 됐다!

읽을 수 있다면 아직 살 수 있다는 거니까!  

 

사실 오늘 아침은 더 일찍, 그것도 많이 설래면서 깨어났다.

한 권의 책 때문에...

세계 최고령 발레리나 강수진이 쓴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어제 저녁 9시쯤에 읽기 시작했는데 잠들기 전까지 책을 들고 정말 많이 고민했다.

다 읽고 잘 것인가 아니면 일어나서 읽을 것인가를...

(일종의 Go! Stop!의 기로였다)

왠지 조금 더 설래고 싶었다.

그래서 후자를 택했다.

오랫만이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이렇게까지 설랬던 게.

이 책을 <자서전>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다.

이 책 속에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이야기나 대단한 에피소드가 나오는 건 아니다.

하다못해 5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그녀의 인텔리한 해박함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아주 단백하고 솔직해서 오히려 너무 평범하게까지 느껴지는 글이다.

그런데 그 글들이 내 가슴이 치고 눈을 붙잡는다.

아마도 이 책을...

나는 두고두고 몇 번씩 읽게 될 것 같다.

 

 

 

마지막 책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도 이 책은 100% 나를 붙잡았다.

"안녕하세요! 마흔 다섯의 최연소 발레리나 강수진 입니다!'

매일매일 연습실의 문을 들어서면서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단다.

이 말에 담긴 숱한 의미와 각오와 열정과 그리고 노력이 내 굵은 뼈에도 사무친다.

하루 18시간의 연습.

우리가 알고 있는,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강수진의 발"은 그녀가 20대 무렵이었을 때의 발이란다.

지금 그녀의 발은.

그때다 더 형편없는 모습이란다.

그걸 그녀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똑같은 발이라면 자신은 연습을 게을리했다는 의미밖에 안 되니까.

(죄책감이 느껴질만큼 뜨끔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으면

전날 연습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생각에 더 많이 연습한다는 그녀.

너무나 무섭고 또 무섭다.

그러나 너무나 아름답고 고귀한 공포다.

너무 위대하게 아름다워서 눈이 부실 정도다.

그녀...

Monday holidayd의 달콤함에 빠져있던 나를

할 말 없게 만든다.

 

* 그녀의 매일매일의 시한부 하루가 내 하루을 깨운다.

   집요하게!

  그리고 아주 위엄있게! 

   wake up, LUNA!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