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7. 18. 13:47

 

<웃는 남자>

 

일시 : 2018.07.08.~ 2018.08.26.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대본,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박효신, 박강현, 수호(그윈플렌) / 정성화, 양준모(우르수스) / 민경아, 이수빈(데아) / 이상중(페드로)

        신영숙, 정선아(조시아나 공작부인) / 강태을, 조휘(데이빗 더리모어경) / 이소유, 김나윤 (앤 여왕)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EMK 작품이라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물량공세도 예상됐고,

로버트 요한슨과 프랭크 와일드혼 콤비의 넘버도 중간 이상은 할테고,

출연배우들도 엄청나서 흥행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작품이긴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수 박효신은 넘사벽이라고 생각하지만

뮤지컬 배우 박효신에 대해서는 좀 무덤덤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봤던 <팬텀>의 느낌이 나쁘지 않아 예매를 했다.

그랬더랬는데...

 

놀랐다.

박효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던가???

의문과 감탄과 연속이었다.

과거 그의 출연작을 보면서는

작품 속 인물보다 "박효신"이 먼저 보여 난감했었는데

이날은 "박효신"이 아닌 "그윈플랜"만 보였다.

뭔가 작정한 듯한 느낌.

"미쳤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

정직하게 말하면 좀 무섭기까지 했다.

사실 박효신 그윈플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양준모와 이소유로 이름을 바뀐 이정화 연기에 감탄했고,

그 다음은 정선아의 노래에 혀를 내둘렸다.

그러다 박효신 그윈플랜과 민경아 데아의 듀엣곡에서는 완전히 넋을 놨다.

박효신의 솔로곡에선

심지어 아무 것도 안들리고, 아무것도 안보더라.

2막 솔로곡은 그야말로 "조커의 탄생"이었다.

엄청난 광기 앞에 할 말을 잃게했다.

또 다시 드는 생각.

박효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미쳤거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미쳤거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2. 6. 08:32

 

<햄릿 얼라이브>

 

일시 : 2017.11.23. ~ 2018.01.28.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윌리엄 세익스피어 <햄릿>

작사, 각색 : 성종완, 강봉훈

작곡 : 김경욱

각색,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홍광호, 고은성 (햄릿) / 양준모, 임현수 (클로디어스) / 김선영, 문혜원 (거투루트) / 정재은(오필리어)

        황범식, 최용민 (호레이쇼) / 김보강 (레어티스), 최석준(폴로니어스) 외

제작 : CJ E&M(주)

 

세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이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게다가 홍광호, 양준모, 김선영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누구라도 다 알고는 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한다는 고전(古典).

혹시라도 그렇게 되는건 아닌가 걱정스럽긴했다.

개인적으로 고전의 재해석 혹은 현대물로 탈바꿈을 좋아하지 않아서...

아무래도 클래식은 클래식할 때 가장 좋은것 같다.

 

각설하고,

양준모와 김선영은 기대 그 이상으로 좋았다.

정극연기도 좋았고 넘버도 과함이나 부족함 없이 정확하고 정적했다.

홍광호 햄릿과 선왕으로 분한 양준모가 함께 부르는 "복수를 해다오"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만한데

살인, 음모, 북수를 외치는 장면은 마치 "쇼미더머니" 능가한다. 

개인적으론 홍광호보다 양준모의 포텐에 감탄했던 넘버이자 장면.

"날 용서하소서"에서의 연기와 눈빛도 엄지 척!

오필리어를 향해 도와달라며 부탁하는 장면에서 김선영 거투루트의 절절한 모성애는 너무 좋더라.

다 쏟아내지않고 꾹꾹 눌르면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에 역시 김선영이구나 감탄했다.

홍광호 햄릿은 노래... 두 말할 필요 없이 잘한다.

연기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미스터마우스>때도 느꼈던건데 바보연기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햄릿은 왜 바보가 된거지? 단지 미친척 했던건 뿐인데...

로젠크랜츠와 길든스턴은 완전히 반푼이였고

레어티스의 친구들이 오필리어에게 남자를 조심하라는 장면은 고~~~대로 통째로 드러내고 싶다.
코믹도 아니고, 위트도 아니고, 난잡할 뿐이다.

이 작품이 어딘지 워크샾 공연같다는 평가가 있는데

마아도 이런 너저분하 장면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전적이던지, 현대적이던지...

스토리에 비해 너무  비장한 넘버도 어딘지 균형감을 흔든다.

아무래도 나는...

모던한 햄릿보다는 고전극의 햇릿을 더 사랑하는 모양이다.

 

고전적이거나, 현대적이거나.... 그것이 문제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9. 08:02

<서편제>

일시 : 2014.03.20. ~ 2014.05.11.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원작 : 이청준 <서편제> 

대본 : 조광화

작곡 : 윤일상

음악감독 : 김문정 

연출 : 이지나

출연 : 이자람, 차지연, 장은아(송화)/윤시영, 김서현 (어린 송화)

        마이클리, 송용진, 지오(동호)/탕준상, 윤우영 (어린 동호)   

        서범석, 양준모 (유봉) 김윤지(동호모), 문혜원(미니),

        심정완 (매니저) 외

 

내 취향도 아닌 <서편제>를 두번씩이나 봤다.

솔직히 공연 초반에 관람때,

마이클리의 어눌한 한국어 대사때문에 보는 내내 많이 속상했었다.

손에 꼽을만큼 좋은 배우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발음때문에

듣지 않아도 되는 비난을 듣는 것 같아서 맘이 아팠다.

이지나 연출의 지나친 애정과 믿음이 마이클리의 이력에 흠집을 내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관람으로는 도저히 끝낼 수 없었던건

마이클리 동호의 깊은 감성과 진심이 너무 섬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시 보게 된 <서편제>.

확실히 마이클리는 마이클리더라.

한국어 대사도 북치는 감각도 완전히 달라졌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길래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을까?

물론, 한국어 대사는 아직 어색하다.

그러나 초반에 느꼈던 어눌함은 많이 사라졌다.

진심과 노력을 이기는건,

정말로 없는 모양이다.

마이클리가 부른 동호의 넘버들.

이걸 다 어쩌나...

이 진심을 다 어쩌나...

지금까지 <서편제>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 목록에 한번도 포함되지 않았었는데

마이클리가 그걸 바꿔놨다.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한 사람의 감성이, 한 사람의 진심이 한 작품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솔직히... 경외감 비슷한 것까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송화는 이자람이 더 좋았다.

이자람이 안으로 품고 품어서 삭이는 송화였다면

차지연은 마지막 하나까지도 전부 다 쏟어내는 송화더다.

그 모습이 너무 힘겨워서 오히려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창(唱)도 이자람이 훨씬 좋았고

마지막 "심청가"는 여운이 특히나 깊고 오래갔다.

(차지연은 보는 사람을 참 많이 기진맥진하게 만들더라.)

양준모 유봉도 더 깊어졌고 송화 아역 김서현도 윤시영보다 좋았다.

윤시영은 전문 뮤지컬배우가 되버려서 아역다운 풋풋함을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잘하기도 하고. 너무 많은 작품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동호모가 죽는 장면은 머리와 팔만 버둥거리니까 우스꽝스럽고

(이건 지금 뭐하자는시츄에이션? 솔직히 그런 느낌이다)

유봉이 죽는 장면도 흰닭들의 푸닥거림이 떠올라 여전히 민망하다.

오디션 장면과 마약 장면도 과감하게 쳐내면 더 좋을 것 같고...

 

이렇게 하나하나 지적질이 시작된 걸 보니

<서편제>가 새로운 애정작이 되긴 한 모양이다.

그래, 이번 시즌은 그걸로 만족하자.

 

*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

    살다보면 살아지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28. 08:53

<서편제>

일시 : 2014.03.20. ~ 2014.05.11.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원작 : 이청준 <서편제> 

대본 : 조광화

작곡 : 윤일상

음악감독 : 김문정 

연출 : 이지나

출연 : 이자람, 차지연, 장은아(송화) / 마이클리, 송용진, 지오(동호)    

        서범석, 양준모 (유봉) / 윤시영, 김서현 (어린 송화)

        탕준상, 윤우영 (어린 동호) /김윤지(동호모), 문혜원(미니),

        심정완 (매니저) 외

 

개인적으로 <서편제>는 내 취향은 전혀 아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봤는데 뭔가 잡탕찌게처럼 느껴졌다.

스토리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일단은 배우들간의 나이대가 역전되니 확실히 느낌이 반감되더라.

배우라면 어떤 나이대의 배역이든 주어지면 해내야 하는게 맞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발란스가 맞아줘야 집중이 훨씬 잘되는데 <서펜제>는 그러기엔 너무 참담했다.

동호보다 한참 어린 배우가 유봉을 한다는 건,

한창 팔팔한 배우의 조로(早老)를 목격하는 것 같아 참 그렇더라.

무대와 넘버의 장점을 다 가릴만큼...

 

그런 <서편제>를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마이클리 때문이다.

<미스 사이공>, <JCS>, <NDP>, <벽을 뚫는 남자>

지금껏 마이클리가 우리나라에서 출연한 작품은 전부 "쏭쓰루 뮤지컬"이었다.

솔직히 말하자.

<미스 사이공> 초연때 그의 테러블한 한국어 발음을 듣고 가뿐하게 관람을 포기했었다.

시간이 좀 지나 재연이 올라왔을때 한 번 봐줄까 하면서 공연장을 찾았고

그의 음색을 듣는 순간 망치로 제대로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국어 발음 따위는 용서될만큼...

(그래도 초연때보다는 놀라울만큼 많이 좋아졌더라)

그런데 이젠 가사 전달보다 더 힘든 대사 전달의 벽 앞에 그가 섰다.

한국에서 계속 공연을 하겠다면 넘어서야 할 산이긴 하지만 그러기에 <서편제>는 참 여려운 작품이다.

한과 그리움이 담긴 "소리"

이 처절한 정서를 마이클이 대사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의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그의 대사는 정확히 전달되지 못했고,

발목을 깡충 뛰어오르는 정체불명의 의상은 그 어눌함에 구태어 한몫을 더해주더다.

마이클리가 연습 내내 대사 전달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큐 수준의 감동을 받았다는 이지나 연출의 말에는 백만배 공감을 한다.

(실제로 그 고통이 무대 위에 다 보여서 너무 안스럽더라)

그래도 아무리 백만번 욕심이 나는 배우였대도 한국어 대사가 익숙해지길 좀 기다려주지...

혼자 생각했다.

이지나 연출의 과한 마이클리 사랑이 결국 무리한 욕심이 되버렸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리가 노래를 부를때는 나도 모르게 집중이 되더라.

(아. 이 사람 음색 정말 어떻해야 하나....)

손끝만 살짝 닿아도 누군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그런 사람.

그 소중한 사람을 서로 다른 소리길 때문에 놓쳐버린다.

곁에 두고 평생을 듣고 싶었던 소리,

결국 그 소리에 묶여서 평생을 그 소리를 찾아서 헤매게 되는 동호.

마이클리의 동호는 너무 아픈 통곡이었다.

"연가"도 "흔적"도 새로운 곡 "My life is gone"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만큼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이클리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노래도, 연기도, 표현도 전부 다 처절했다.

대사 전달의 한계가 원망스러울만큼...

이 모든 걸 감당하면서 무대에 서있는 마이클리가

나는 너무 안스럽고 또 안스러워 죽겠더라.

 

송화 이자람.

이 작품에서 그녀는 신의 한수 같은 존재다.

첫곡 "살다보면"도, 유봉에 의해 눈이 멀게 되는 장면의 절규도

마지막 "심봉사 눈뜨는 장면"의 소리까지도 참 엄청나더라.

동호와 유봉에 대한 각각 다른 이유의 사랑이 모든 장면마다 뚝뚝 떨어진다.

눈물처럼, 슬픔처럼, 아픔처럼,

애간장을 끊어내는 소리.

이자람 송화에겐 확실히 그게 있다.

잘하겠다는 다짐도,

캐릭터를 성실히 표현하겠다는 욕심도,

소리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감도, 

그 어떤 사념도 보이지 않고

오직 송화만 보이더라.

마이클리 동호와의 장면들도 참 좋았고..

 

유봉 양준모 역시도 재연때보다 느낌이 훨씬 좋았다.

그때는 그저 버럭버럭 소리만 지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깊이와 절제가 보이더라.

그래도 양준모의 나이대가 표현하기에는 여전히 무게감이 있는 역햘이다.

(그래서 나는 양준모의 "유봉"에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편제>는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다. 

심지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자꾸 눈을 감아버리게 된다.

주조연간의 괴리감이 너무 크고

(특히 동호모와 오아시스쇼장면, 밴드 멤버의 연기는 재앙 수준이다)

정체불명의 의상과 춤은 정말이지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심지어 유봉이 죽는 장면은에서

송화의 절절한 애달픔이 의상과 춤때문에  버라이어티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강시들도 아니고, 닭장에서 뛰쳐나온 닭들의 푸닥거림도 아니고...) 

종이를 이용한 무대도.

한 폭의 그림같던 오케스트라의 위치도 정말 좋은데...

넘버들 한 곡 한 곡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만큼 미치도록 좋은데...

엔딩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인데...

심지어 커튼콜에서 무릎을 꿇고 인사하는 배우들의 모습까지도 감동인데...

이 합쳐지지 않는 괴리감을 도대체 어찌해야 할까!

그야말로 서로 영원히 만나지지 않는것 같은

달라도 너무 다른 소리길이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지는 것처럼

보다보면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지게 될까?

그저 보다보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7. 08:40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맙소사!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젠 연기만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몬테크리스토> 초연 이후론 그의 뮤지컬 무대는 기피해왔는데 그래도 "베르테르"는 아니겠지 하고 예매를 했었다.

솔직히 임태경보다 엄기준의 기대치가 월등히 높았다.

이제 이 작품은 더 이상 "반가운 나의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엄기준의 베르테르는,

다행히 연기는 좋았다.

순수하기도 했고, 절망적이기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고, 벅차기도 했다.

딱 베르테르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는 왜 그 지경까지 되버린걸까?

누군가의 그러더라.

방금 전에 아주 신 레몬을 다섯개 정도는 먹고 나온 사람 같다고.

금방이라도 침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소리는 단 한 번도 터져나오지 못했고

호흠은 곧 인공호흡기라도 필요할 듯한 짧고 급박했다.

보는 내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던가.

과거의 그의 무대를 떠올리면서 너무 많이 안타까웠다.

나이 탓이라고 하기엔 이유가 너무 구차하다.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제 TV 브라운관이나 영화쪽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소리가... 소리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망가졌다.

그건 뮤지컬배우에겐 너무 절망적인 상태 아닌가!

엄기준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는 있는 걸까?

 

전미도 롯데는 이지혜만큼 조증은 아니라서 보기에 편안했지만

2막에서 베르테르와의 재회를 시작으로 점점 복잡해지는 감정을

거친 숨소리 하나로만 표현한 건 많이 아쉽다.

(이번 관람은 여기저기 거친 숨소리들로 제대로 사태가 났다 ㅠㅠ)

양준모 알베르트는 노래보다는 연기가 훨씬 좋더라.

이상현 알베르트가 젠틀하면서 귀족적이었다면

양준모는 알베르트는 자신의 분노를 최대한 누르면서

롯데를 위해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깊은 사랑이 보였다.

타이틀의 두 베르테르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그런지 이번엔 알베르트 쪽으로 훨씬 더 마음이 기운다.

뭐 사실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이번 관람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배우는 카인즈 최성원.

매번 카인즈가 이상하게 변질(?)됐었는데

최성원은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카인즈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와 감정표현도 좋았고 연기도 괜찮았다.

이 녀석이 좀 쑥쑥 컸으면 좋겠다.

소극장 공연들도 몇 작품 봤는데 다 괜찮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 <베르테르>에서 "카인즈"를 건졌으니... ^^

 

무대, 의상, 조명, 엔딩, 커튼콜도 예전같은 감성은 아니었지만

음악 하나는 정말 좋았다.

특히나 음악감독 구소영의 건반과 거의 듀엣으로 연주되던 바이올린 소리는 참 이쁘더라.

(연주자가 남자분이시던데....)

커튼콜.

등지고 앉아있던 베르테르.

임태경도 그렇고 엄기준도 그렇고 참 없어 보이는 중년의 뒷태더라.

솔직히 여기서 그나마 있던 감성이 놀라서 달아났다.

중년의 뒷태에 앞에는 가당치도 않은 커더란 해바라기 조끼.

베르테르가 베르테르이기를 포기한 의상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게다가 죽창처럼 해바라기를 둘고 줄줄이 서있는 앙상블들.

이건 정말이지 감성이라는게 끼어틀 틈을 여간해선 안 준다.

해바라기 농장과 자매결연이라도 맺으셨나...

무대에도, 장면에도, 의상에도, 오케스트라 피트석에도

너무 노골적으로 해바라기를 들이대니 참 당황스럽더라.

 

2012년도에 유니버셜 아트센터에 이에

베르테르가 내게 참 색다른 경험을 자꾸 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경험...

정말이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0. 08:27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3.12.07. ~ 2013.12.15.

장소 : 대학로 뮤지컬센터 공간피꼴로

원작 : 박상연 "DMZ"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출연 : 준모,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정상윤, 강정우 (김수혁)

        최명경 (오경필), 임철수 (정우진), 이기섭 (남성식) 외 

제작 :  CenS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뮤지컬 우수작품 제작 지원 선정작 <공동경비구역 JSA>

이병헌, 송광호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었을때 궁금도했고 걱정도 됐다.

아무래도 영화의 잔상이 너무 강력한 작품이기에...

그랬더랬는데 리딩공연만으로도 들리는 입소문이 범상치가 않았다.

게다가 작사, 작곡, 연출을 비롯한 스텝진과 배우진이 이보다 더 좋을 순 도저히 없다!

묵직하고 선 굵은 양준모에 섬세한 연기와 감성의 끝을 보여주는 정상윤.

<오페라의 유령> 이후 두 사람을 한 작품에서 보는 것도 정말 오랫만이라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다.

여러모로 퀄러티 보장되는 작품이 나오겠구나 짐작했다.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이 작품,

확실히 수작(秀作)이다.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그날들>보다 개인적으론 훨씬 좋았다.

공연 2일차에 고작 네번 올려진 작품이 이 정도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금같은 작은 극장이 아니라

조명과 무대를 제대로 쓰는 중극장 이상에서 지금 상태로 공연된다면 엄청났겠다 싶다.

개인적으론 영화보다도 뮤지컬이 훨씬 더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도 자체도 너무나 탄탄했고

시간을 교차시키는 방식도 아주 좋았다.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유행가나 드라마, 만화영화 주제가를 살짝씩 삽입시킨 음악도 친근하면서도 어딘지 신선했다.

(김광석과 최진실 생각에 혼자 뭉클해기도...)

과하지 않은 웃음코드도 곳곳에 잘 배치시켰고

그걸 또 배우들이 적절하게 잘살려 표현했다.

이건 완전히 기대, 그 이상이다!

 

 

한동안 나이를 앞서간 연기를 주로 했던 양준모는

요근래 내가 본 그의 출연작 중에서 단언컨데 최고였다.

영화에선 이 역을 이영애가 했었고 비중도 크지 않았지만

뮤지컬에서는 스위스 중립국 수사관으로 나오는 지그 베르사미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중요하다.

해설자이기도 하고, 직접적인 개입자이기도 하고, 과거의 대역이기도 한 이 역할을

양준모가 아주 묵직하게 제대로 표현해줬다.

사실 중반부까지 너무 밋밋한 역할이라는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참 표현하기 힘든 인물임을 알게 됐다.

평면적이듯 보이지만 작품 속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입체적인 인물.

눈 앞에 보여지는 사건과  갈등을 표현하는건 오히려 쉽다.

그러나 이렇게 잔잔한 수면 밑, 몰아치는 회오리 물살을 표현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오랫만에 배우 양준모가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반갑고 반가웠다.

 

김수혁의 정상윤.

역시나 끝과 끝의 표현을 망설임없이 보여준다.

귀엽고 철없는 모습일때는 정말 스무살 초반 갓입대한 군인 같았고

섬세한 내면의 갈등을 표현할 때는 표정과 목소리톤까지도 순간적으로 달라진다.

등퇴장없이 곧바로 전환되는 장면들,

그리고 그 틈없는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가지고 표현하는 정상윤을 보면서

또 다시 혀를 내두르게 된다.

확실히 정상윤은 작품과 배역에 대한 해석력과 표현력이 탁월하고

작품 안에서 어떻게든 배역을 살려내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30대 초반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 노련하고

무대 위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아주 민첩하고 유연하다.

창작 초연 작품 섭외 1순위가 정상윤일 수밖에 없는 이유,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내가 더 늙기 전에(?) 정상윤의 <헤드윅>은 꼭 보고 싶은데...)

최명경의 엔딩곡은 어색해서 오히려 단백하게 들렸고.

이러다 북한병사 전문배우가 되는 건 아닌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는 임철우의 맛깔스런 연기도 아주 좋았다.

앙상블의 연기도 좋았고,

주조연 배우들 모두 전체적인 합과 발란스도 괜찮았다.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이 95%를 육박한다는데

그 이유 역시도 충분히 알겠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고

단언컨데 영화보다 훨씬 더 내용도 구성도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공연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과 공연장이 공간피꼴로라는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활용도와 음향은 아주 좋더라.)

이 두 가지가 정말 아쉬웠지만

조만간 더 좋은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때도 양준모와 정상윤만큼은 꼭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 한 번쯤 더 보고 싶은데 시간도, 좌석도 다 없다.

  아.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22. 13:38

<Scarlet Pimpernel>

일시 : 2013.07.02. ~ 2013.09.0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바로네스 오르치 "별봄맞이꽃"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출연 : 박건형, 박광현, 한지상(퍼시/스칼렛 핌퍼넬)

        김선영, 바다 (마그리트) / 양준모, 에녹 (쇼블랑)

        이종선, 정의욱, 이창원, 장원령, 강정구, 이준호, 정재성 외

제작 : CJE&M

 

주말 내내를 18세기 영국과 프랑스를 오갔더니 멀미가 날 지경이다.

것도 섬득한 칼날 혹은 블링블리한 칼날을 가진 단두대와 함께...

스칼렛 팜피넬 - 두 도시 이야기 - 두 도시 이야기 - 스칼렛 핌퍼넬

어쩌다보니 두 작품을 두번씩 보는 무모한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 작품이 아니라서!

<스칼렛 팜피넬>은 사실 관람을 참 많이 망설이게 헸다.

프리뷰 이후 매니아의 평가들이 그닥 호의적이지 않아서...

가볍다는 둥, 개그드립이라는 둥, 의상이 화려하다 못해 웃기다는 둥...

취소할까 하다가 그냥 내 눈과 내 판단을 믿기로 했다.

솔직히 남들 의견에 좌지우지 하는 입장도 아니고...

게다가 캐스팅은 그냥 무시해버리기에는 다시 없을 정도로 최고다.

여배우 중에서 나의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김선영과

요즘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오른 젊은 배우 한지상,

그리고 최강의 성량과 카리스카를 보이는 양준모까지.

후회하고 좀 실망을 하더라고 안 보는 것보단 보는 게 더 낮지 않을까?

(뭐, 개인적으론!)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바로네스 오르치가 1903넌 발표한 "별봄맞이꽃"이 원작이다.

흔히들 "조로"의 아류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태생을 따지자면 조로보다 훨씬 전에 발표된 책이다.

자고로 세상이 뒤숭숭할 땐 영웅이 필요한 법!

서슬 퍼런 프랑스 공포정치 시대에 무고한 희생자를 구해낸 비밀 결사대 "스칼렛 핌퍼넬".

지금 우리에게도 "스칼렛 핌퍼넬"이 진심으로 필요할 때는 아닐까!

 

관람 후 느낌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오랫만에 재미있었고 유쾌했고 즐거웠다.

박건영 퍼시는 노래는 살짝 약했지만 능청스런 연기는 아주 좋았다.

(어쩔 수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니니 김선영과 양준모 아닌가!)

코믹한 부분들을 잘 살려내지 못하면 참 애매한 작품과 인물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경력이 있어서 그러지 확실히 그런 감각은 과하지 않으면서 깔끔했다.

(관객 반응 신경쓰지 않고 계속 어이없는 개그드립을 해디는 배역 보면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때 많다!)

특히 그라핀의 정체가 밝혀질 땐 객석도 깜짝 놀라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론 그라핀이 퍼시라는 걸 바로 알아챘는데

의외로 관객들 대부분이 전혀 눈치를 못 챈 것 같다.

(브라보, 이건 정말 박건형의 완벽한 페이크다!)

그래도 "Prayer"와 "She was there"이 불안했던 건 영 아쉽다.

쇼블랑과 칼싸움(?) 장면은 좀 어설펐고...

김선영 마그리트.

그녀의 연기와 노래에 대해 도대체 뭐라 토를 달 수 있을까?

게다가 날이 갈수록 눈부시게 발전하는 그녀의 춤실력은 정말이지 존경심이 생길 정도다.

이제 급기야는 그녀가 점점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려고 한다.

"Storybook"에서 거침없이 올라가던 그 고음이라니!

"I'll forget you"에서는 너무나 절절한 감정을 담아서 그만 넋을 놓고 봐버렸다.

배우 김선영!

나는 그녀의 전성기가 지금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아직까지 그녀만큼 완벽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여배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최현주조차도...)

쇼블랑 양준모.

요 근래 본 그의 작품 중에서 최고였다.

<지킬 앤 하이드>, <아르센 루팡>에서 살짝 정체기에 빠진 것 같았는데

아마도 쇼블랑을 통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adame Gillotine"는 서위 지붕을 날릴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양준모의 파워.

이게 진짜다!

이 엄청난 파워에 섬세함이 잘만 조화되면 확실히 그도 무시무시한 배우가 될텐데...

(detail과 control, 이 둘은 배우 양준모가 꼭 풀어야만 할 숙제다!)

 

전체적인 무대와 18세기 의상은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살짝 유치하기도 하지만

무대의 깊이감, 무대 바닥의 mirror 효과, 장면전환의 메커니즘은 정말 좋았다!

앙상블은 확실히 환상이다.

제작발표회때도 깜짝 놀랐었는데 본공연에서는 그 소리의 힘이 훨씬 더 엄청났다.

마치 18인조 오케스트라와 한 몸이 된 것 같은 소리다.

7인의 리그는 연기적인 것들도 너무 좋았고 

특히 세번 반복되는 "Into the fire"는 전부 다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프랭크 와일드혼이 넘버 하나는 기막히게 뽑아내는 것 같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곡들이 많다.

이건 거의 후크송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퍼시, 마그리트, 쇼블랑이이 함께 부르는 1막 마지막 곡 "The rilldel"은 3층 관람의 큰 수확이었다.

이런 표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무대 연출 아주 대박이다.

무대 셋트와 배우들의 동선이 조금이라도 꼬이면 대형사고 날텐데...

장미정원과 2막의 마지막 단두대 깊이감만큼 아주 인상적인 무대 연출이었다.

 

결론은!

나쁘지 않았다.

실종일관 코믹으로 일관된 작품도 아니었고

재미도, 감동도 분명이 있따.

게다가 무대와 조명, 음악은 아주 좋다.

3층에서 관람하면서 데깔고마니같은 무대를 보는 재미도 꽤 솔솔했다

LG 아트센터는 다른 공연장에 비해 시야정애도 거의 없고, 높이감이나 거리감도 그렇게 심하지 않다.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3층 관람을 적극 추천한다! ^^

 

믿음이 없으면..... 사랑은 떠난다!

 

 

 

   

 

 

 

Act 1

 

01. Storybook

02. Madame Gillotine

03. You are my home

04. Prayer

05. Into the fire

06. Falcon in the dive

07. Scarlet Pimpernel transition

08. When I look at you

09. When I look at you (reprise)

10. Where's the girl?

11. Yor are my home (reprise)

12. The creation of man

13. The riddle

 

Act 2

 

01. Scarlet Pimpernel

02. They seek him there

03. She was there

04. Storybook (reprise)

05. Into the fire (reprise)

06. She was there (reprise)

07. I'll foget you

08. Finale/When I look at you (reprise)

09. Bows/Into the fire (repris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3. 08:23

<아르센 루팡>

일시 : 2013.02.14. ~ 2013.05.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원작 : 모리스 르블랑 <괴도 신사 아르센 루팡>

작곡 : 서정은

대본 : 오은희

연출 : 이종석

안무 : 오재익

제작 : PMC 프로덕션, (주)인터파크씨어터

출연 : 양준모, 김다현 (루팡) / 서범석, 박영수 (레오나르도)

        안유진, 선민 (조세핀) / 송원근, 강성 (이지도르)

        배다해, 문진아 (넬리), 김민수, 이기동, 정진호 외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

제작사도 맘이 들었고 무엇보다 출연진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래서 기대감을 가지고 프리뷰를 예매했었는데 일이 생겨 그만 취소했었다 .

그런데 참...

그 이후로 계속해서 안 좋은 후기들만 올라오는 거다.

학예외 같다는 둥, 산만하다는 둥 올라오는 후기들마다 대략 난감했는데

동영상으로 본 넘버는 또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결정을 못하고 고민했다.

그래도 초연이 재연보다는 확실히 더 좋더라는 그간의 경험도 무시하기 힘들었고... 

그러던 중, "아듀 루팡" 할인이라는 게 생겨 맨 앞 줄을 3만원이라는 정말 은혜로운 가격으로 예매했다.

프리뷰 40% 할인보다 더 파격적인 할인!

예매를 하면서도 좀 안타깝고 씁쓸했다.

(창작뮤지컬 정말 잘 되야 하는데...)

 

보고 난 느낌은,

우려했던 게 무안할만큼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은 정말 아름답다.

이런저런 평가들때문에 기운이 많이 빠졌을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배우들의 힘이라는 게 절대로 무시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작품의 성공 여부와 배우의 몰입도는 참 다르구나 싶다.

이야기 전개가 산만하다는 평도 많은데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장면 전환이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의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배우들의 의상도 괜찮았고

제브르 장관이 몰락하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셋트는 좀 엉성했지만

무대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영상은 살짝 조악하긴 했지만...)

특히나 넘버는 정말 훌륭했다.

좋은 곡들이 정말 많다. 

루팡의 솔로곡 "검은 그림자"와 "내 안의 나"도 좋았고

레오나르도와 조세핀의 듀엣곡 "너를 위해"도 아주 좋았다.

배우들의 넘버 소화력도 꽤 좋았고!

 

양준모 루팡은,

연기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노래는 이상하게 임펙트가 강하지 못하다.

넘버소화력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성량이나 스킬이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오페라의 유령> 이후에 양준모의 무대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자주 받아서

개인적으로 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때때로 노래에 힘을 너무 많이 주는 것 같기고 하고...

너무나 애정하는 배우이기에 더 빡빡해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 빨리 나타나면 좋겠다.

 

오랫만에 무대에서 만난 이기동과 김민수 배우의 활약에는 박수를 보낸다.

연배있는 배우들이 제 역할로 무대를 채우는 보면 왠지 뭉클해지면서 뿌듯해지는걸 보니

나도 확실히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넬리 배다혜는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다른 배우들과 노래할 때 소리가 묻히는 게 흠이지만

뮤지컬 배루로서 성실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조세핀 선민과 이지도르 송원근도 역할과 전체적으로 잘 어울렸다.

이 작품을 보고 송원근의 차기작 <쓰릴미>도 궁금해졌다.

 

그래도 역시나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가장 눈에 띈 배우는 레오나르도 박영수!

서울예술단 소속으로 알고 있었는데 프리 배우가 좼나보다.

예전에 <바람의 나라>에서도 인상적이여서 눈여겨 봤뒀었는데

어느 순간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궁금해하는 중이었는데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줄이야!!!

노래 실력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엄청난 내공을 쌓은걸까?

액팅과 표정, 성량과 톤 전부 아주 좋았다.

박영수!

아무래도 이 녀석이 조막간 뮤지컬계의 핵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정말이지 엄청난 가능성과 엄청난 색깔을 품고 있는 배우다.

(이 녀석을 주목하라!)

 

<아르센 루팡>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이 작품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배우들의 힘도 좋았고,

(만약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뮤지컬 넘버들도 괜찮았고

서툴지만 대형 창작뮤지컬로 여러가지 과감한 시도를 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영수라는 배우를 재발견할 수 었었다는 게 아주 결정적이다.

3만원으로 관람하고 나오기가 왠지 참 미안했던 그런 작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내라!

대한민국 창작뮤지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3. 08:34

<Jekyll & Hyde>

일시 : 2013.01.08. ~ 2013.02.09.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원미솔

제작 : CJ E&M, (주)오디뮤지컬컴퍼니

출연 : 윤영석, 양준모 (지킬/하이드), 정명은, 이지혜 (엠마)

        선민, 신의정 (루시), 김봉환(덴베스), 김정민(어터슨)

        이석(글로솝), 강상범(세비지, 풀), 김태문(주교)

        정현철 (스트라이드, 스파이더), 김기순 (비컨스필드/기네비어)

 

양준모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을 다시 보진 않았을거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

이 사람만큼 자기 이력을 충실히 쌓아가는 배우가 또 있을까?

<스위니토드>, <영웅>, <팬텀 오브 디 오페라>,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곧 개막될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까지...

나열해보니 남자 뮤지컬 배우의 로망인 작품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대단한 작품들의 주인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는 큰 인기를 얻거나 세간의 이목을 받지 못했다는 거다.

이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도 찾아온 관객이 무지 많았는데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 보였다.

심지어 "양준모가 누구야?" 라는 소리도 꽤 많이 들었다.

늘 궁금했다.

왜 유독 양준모라는 배우는

그가 출연한 대단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늘 가려진 듯한 느낌인지...

오디 대표 신춘수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언급의 가치가 꽤 있어 보인다.

"준모는 오디션에 항상 참여했는데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외모 때문에 좀 망설였다"

실제로 이날 본 양준모 지킬(하이드 말고)은 흡사 강호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쥬얼이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강호동 때문에 관람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혹시 나만 이런 인상을 받은걸까???)

맨 앞 줄이 아니라 차라리 좀 뒷자리에서 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양준모의 지킬은...

뭐랄까?

개인적인 느낌은 성급하고 조급했다.

그건 긴박감이나 휘몰아치는 속도감과는 다른 의미다.

지킬을 속히 끝내버리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무기인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하이드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는 배우의 심정이 읽혀졌다.

쓰나미급의 충격을 자신하듯.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래서지 지킬이 끝없이 보채는 강박증이 앓는 어린 애처럼 보인다.

컨디션이 별로라는게 눈에 확연히 보이기도 했지만

지킬의 그 숱한 넘버들을 기대보다 잘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새롭게 추가된 "I need to know"는

제대로 부르는 한국 배우를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이 넘버를 처음 들은 게 하필이면 브래드 리틀의 내한공연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의 넘버들과 약간 다른 비트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선지

매번 들을 때마다 어색한 게 영 친숙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alive"라는 넘버는 심장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망치로 머리에 일격을 가하는 듯한 강력한 충격이길 바랬는데 좀 무난했던 것 같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양준모였건만!)

그래도 확실히 지킬 보다는 하이드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특히 "confrontation"의 파워는 역대 최고였던 것 같다.

(여기에 스킬이 조금만 더해졌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심지어 배우 자신도 그 파워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흔들리는 모습이 살짝 보였다.

그런데 그런 배우의 흐름이 극의 흐름과 비슷해서 나쁘지 않았다.

"Dangerous game"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건 선민 루시.

하이드가 쳐놓은 거대한 거미줄에 갇힌 루시의 모습이 너무 안스러우면서도 무지 섹시했다.

일종의 주도권이 전복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선민이라는 배우를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본건데 놀라울 정도로 노련했다.

김선영 루시가 지금껏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선민도 만만치 않다.

춤은 누가 봐도 훨씬 앞서고, 가창력이나 감정 표현도 수준급이다.

배역에 한계가 있는 목소리라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매번 이 작품이 올라올때마다 앙상블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4개월동안 지방공연을 돌고 서울로 입성해서 그런지 앙상블의 합은 정말 잘 맞는다.

몇몇의 대사톤은 좀 거슬리지만

호흡과 발란스는 정말 좋았다.

오랫만에 초연멤버 김정민 어터슨을 만난 것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어터슨은 김정민 해석이 제일 좋다.)

스파이더 정현철은 예전 표현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하이브리드 하하를 보는 것 같아서...

배우 김기순도 비콘스필드 부인은 좋은데 기네비어일 때는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

뭐 그래도 프롭스만큼의 오버는 아니었고.

정명은 엠마는 양준모가 노안(죄송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상연하 커플을 보는 느낌이었다.

노쇄한 엠마라니?

당혹스럽다.

그래도 루시와의 "In his eys"는 꽤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주조연 보다 앙상블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 말을 남기면서도 참 씁쓸하다...)

너무 애정이 깊어서,

너무 많이 알아서,

그리고 너무 많이 좋아해서

이제는 이 작품을 편하게 관람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려놓을 때가 온 것 같다.

This is the moment!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16. 06:28

뮤지컬 <서편제>

일시 : 2012.03.02. ~ 2012.04.22.
장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워작 : 이청준
극본 : 조광화
작곡 : 윤일상
연출 : 이지나
음악 슈퍼바이저 : 김문정
출연 : 이자람, 차지연, 이영미 (송화) / 임병근, 김다현, 한지상 (동호)
         서범석, 양준모 (유봉) / 정영주 (동호모) / 문헤원(미니)
무대 : 박동우
의상 : 홍미화, 안현주
안무 : 남수정

2011년 제5회 뮤지컬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신인상을 휩쓸면서 5관왕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작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2011년 초연 당시에 이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라 보지 않았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엔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장사가 잘 안 됐던지 나중엔 연령제한이 없어지면서 심지어 모녀할인 50% 이벤트까지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작정만 했다면 솔직히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두산아트센터로 발걸음이 안 된 작품이다.
참 여러모로 파란만장한 작품이다.
심지어는 제작자의 자살이라는 비보를 남기기도 했던 작품이다.
(뭐 꼭 이 작품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재공연 말이 나왔을 때 솔직히 가능할까 싶었는데 정말 재공연이 성사됐다. 
확실히 연출가 이지나의 파워는 아직까지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서범석, 이자람, 차지연, 이영미(동호모에서 송화로 엄청난 회춘하셨다) 등 금지옥엽같은 초연 멤버에
양준모, 정영주, 임병근, 김다현, 한지상까지
배우 프로필 상으로는 여느 공연 못지 않은 출연진이다.



이 날 공연은 이자람 송화, 임병근 동호, 양준모 유봉이었다.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역시나 <서편제>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평일에 유니버설 아트센터를 찾는다는 건 자정 이후에 귀가를 뜻하는건데
여간 노곤하고 피로한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내겐 영화 <서편제>의 김명곤 유봉, 오정해 송화, 김규철 동호가 각인되버린 모양이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서편제>는 어쩐지 정체불명의 퓨전극이 되버린 것 같다.
냉정과 열정 사이가 아닌,
냉탕과 열탕 사이였다고나 할까?
일단 배우들의 나이대가 너무 비슷해서 불편했다.
아직 30대인 양준모의 유봉 변신은 아무래도 조금 무리수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배우지만 아닌 건 아니다)
성악 전공자답게 역시나 성량도 크고 노래도 잘하긴 하지만 그걸 "소리"라고 명명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송화와 동호에게 "소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성악"을 가르치는 것 같다.
어쩐지 사투리도 좀 작위적이고...
성마르고 화만 내는 아버지.
그래서 땡깡피우는 철없는 응석쟁이 아이같다.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라는 가사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민망할 정도로 청춘인 유봉!
한 번도 생각했던 적 없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양준모가 참 젊은 배우라는 걸 절감했다.
임병근의 동호는,
처음엔 나쁘지 않았는데 연령대를 소화하기에는 너무 곱고 아름답다.
꼭 아이에게 어른 옷을 입힌 것 같은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이자람의 송화.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의 귀가길은 황량함 자체였으리라.
<서편제>에서 소리를 하는 유일한 배우 이자람!
눈이 머는 장면에서의 절규과 아비를 보내는 장면에서의 그 처연함과 서글픔은 흡사 종교적이기까지 하더라.
구음과 몸짓이 얼마나 많은 대사를 응축시킬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심봉사 눈뜨는 장면을 들으면서
꼭 "심청가"나 "춘향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판소리 완창 무대를 한 번 듣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유봉이 죽는 장면에서의 정영주의 목소리!
귀기(鬼氣)가 느껴질 만큼 애절하고 평온하고 아득했다.



개인적으로 이지나 연출의 스크린 활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대한 관을 떠올리게 한 무대는 정말 좋았는데
생둥맞은 스크린때문에 느낌이 부서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게다가 경사무대에 서있는 배우들은 왠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설마 그런 느낌을 원했던걸까?)
오케스트라 피트석을 위로 올린 발상은 매혹적이었다.
때때로 아래 무대와 함께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이 나와서 신비했다.
몹시 안재욱스런 클럽 매니저와 유봉의 친구였던 창극단 단장를 보면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우리의 "소리"와 "락"은 서로 작정한듯 어울리지 않아 물위에 뜬 기름 같았다.
가끔씩 MR로 녹음된 노래가 아닌 척 의뭉스럽게 나오는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깊은 소리의 한(恨)을 알아볼 깜냥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슬프게도 나는 그 한(恨)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뮤지컬 <서편제>가 피천득의 "인연"같은 느낌이길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슬프다.
너무 노래를 잘해서 오히려 어울리지 않은 양준모와 임병근을 보는 것도,
혼자 절절한 소리를 하는 이자람을 보는 것도.
내겐 다 슬픔이었다.
참 고되고 힘겹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