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4. 1. 06:16
처음 이 책을 손에 잡았을 때 참 막막했었다.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라는 부제를 책은 달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과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를 위한 멘토링이라는 광고 문구도 읽었다.
불혹의 나이로 들고 있기에는 왠지 민망하고 미안한 책.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서 손에 잡았던 건 아니다.
김난도 교수 때문에...
난 이 사람의 담백한 글들이 좋다.
지친 어깨를 위로해주는 그 느낌도...
2010년 12월 초판 1쇄를 출판한 책은
2011년 2월 21일 초판 116쇄를 펴녔다.
덜컥 무섬증이 생길 정도로 이 책의 속도는 엄청나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뭐가 있는 걸까?
그 궁금증이 불혹의 나를 젊은 그대가 되어 책장을 넘기게 했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읽으면서
나는 참 따뜻하고 그리고 고마웠다.


프롤로그 | 기억하라, 너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PART 1 그대 눈동자 속이 아니면 답은 어디에도 없다
PART 2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PART 3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PART 4 ‘내일’이 이끄는 삶, ‘내 일’이 이끄는 삶

에필로그 |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사람은 누구나 지금이 가장 늙고 가장 힘든 시기란다.
젊은 백발들이 문득 가엾다.
폭발적인 젊음을 이제 다 지나온 나는 어거지로 우기듯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문구처럼
"그대 OO 했는가?",  "그대 OO 하라!"는 말에는 지금도 맘이 떨린다.
재수를 선택한 큰조카 놈에게 아무래도 이 책을 선물해야할 것 같다.
대학이 결승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죽은 듯이 1년 간 공부만 하겠다고 결심한 조카놈에게
대학이라는 곳이 또 다른(혹은 진정한)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조금은 알려주고 싶다.
(혹 고모를 철없는 어른아이로 생각할지라도...)
짧은 단문 속에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읽으면서
나는 내 젊음이 아까웠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서러울만큼 아쉽다.
나는 많이 두려웠었고 많이 망설였었고 많이 주저했었고 많이 포기했었다.
따지고보면 누군가 그러라고 강요하거나 압력을 준 것도 아닌데
나는 그걸 "주제파악"이라는 망상 속에 던져놓고 무참히 방치했다.
최대한 숨을 곳을 찾으려고 애썼고 숨어있는 그 곳에 물두했다.
그래서 결국 그 몰두가 나를 만들었는지도....

 If you don't know where your going, jus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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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시점을 짧게 두는 게 포인트다.
o 추락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마라.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o 인관관계란 좋은 파트너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좋은 파트너가 되는 일이다.
o 젊은 그대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늙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o 그대의 좌절조차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o 나는 아직도 꿈꾸고 있다.
o 현실에 치열하자
o 치열한 꿈꾸기의 상실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감이 아니라 안정과 안락의 보수성에서 비롯된다.
o 더딘 것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멈출 것을 염려하라.
o 자기 전공(일)의 가치에 대해 그대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o 인생에서 시계보다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고 나침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울이다.
o 시간관리란 무엇인가를 용기 있게 포기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포기할 것을 먼저 정해라.
o 바빠야 시간이 난다.
o 연습하는 자와 저축하는 자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o 기적이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o 그러니 그대여 늘 지금의 나를 뛰어넘을 것을 생각하라.
   잊지 말라. 그대가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그대를 오래되게 만들어 버린다.
o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리감이 된다.
o 스펙을 위한 스펙은 말하자면 화장발 같은 것이다.
o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그저 그런 스펙이 아니라 확실한 자기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o 브랜드의 핵심은 하나의 촛점이다.
o 그대가 가장 잘하는 것, 그 한 가지에 집중해 그대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o 학교에선 나태속에 분주함이 있다. 사회는 분주함 속에 나태가 있다. 사회는 외줄을 타는 곳이다. 
   그래서 균형이 중요하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자기성찰이 중요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5. 06:28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이 있었던 날이다.
만 원의 행복 티켓이 있어서 빗 속을 뚫고 대학로를 찾았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거리 응원을 하나...
괜한 노파심도 있었지만 대학로는 빗 속에서도 이미 그 준비가 한창이더라.
(확실히 젊다는 건 좋은 거다...^^)
예전에 박정환이 출연했을 때 보려고 했었는데 여의치 않아서 놓쳤다.
콘서트 뮤지컬 <Wait for you>
몇 년 전에 봤던 <오디션>은 그룹 싸운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Wiat for you>는 길거리 공연 가수에 대한 이야기다
빌리와 루아.
(주인공 이름이 살짝 애견스럽다...)



기억할라나 모르겠지만 아역배우 출신 김수용이 남자 주인공 "빌리"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TV 드라마 <간난이>이에서 간난이의 동생으로 나왔던 배우.
그런데 벌써 34살이란다.
이 사람이 아역배우 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처럼 늙수그래한 사람이나 알지...ㅋㅋㅋ)
김수용 본인도 그러더라.
"어린 연령층의 관객은 제가 아역 배우인 줄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라고...
큰 작품들도 꽤 여러 편 해서 이젠 제법 팬층도 두터워진 상태다.
<뱃보이>, <렌트>, <노트르담 드 파리>, <헤드윅>, <로미오와 줄리엣>, <남한산성>
만년 간난이 동생으로만 생각했었는데 34살이라고 하니 참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김수용은 한동안 비극만 한 것 같아 이번 작품을 선택했단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의 직업이 거리 가수, 그것도 통기타 가수인데
그가 기타를 칠 줄 모른다는 사실 ^^
아주 급하게 속성으로 기타를 배웠다는데
실제로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어색하거나 초짜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보기에는 꽤 잘 치는 것 같았다.
밝고 경쾌하고 신나는 소극장 뮤지컬.
스탠딩이 힘겨운 나로써는 마지막 커튼콜이 이제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자꾸 무릎에 힘이 풀리고 마냥 앉고만 싶으니...
("오디션" 때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쩝!)
노래도 그닥 나쁘지 않고 연기도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내가 공감하며 즐기기엔....
(어쩌랴... 내 나이가 그런 걸....)
여자 주인공의 루아(유하나)의 연기는 좀 어색하고 불안정하더라.
커튼콜만큼만 했어도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그녀의 본 공연은 커튼콜이었던 모양이다.
멀티맨 역할을 한 강대종 씨,
참 힘들겠다.
<어쌔신>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당황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멀티맨을 할 내공은 아닌 것 같다.
최고의 멀티맨 "임기홍"을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시 보게 되지는 않을 듯 ^^



연기를 하는 배우도 인정했듯
잘 짜여진 드라마가 있는 공연은 아니다.
그러나 젊음을 발산할 수 있고.
발산된 젊음을 보면서 흥겨워할 수 있는 공연이다.
타인과 함께 미친듯이 방방 뛸 수 있다는 거...
그것도 이젠 부러움이다.

You remember that I steel wait for you!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17. 06:39
별 생각 없이 손에 잡았던 책이다.
이런 제목...
어째 좀 고민스럽지 않는가?
무지 교과서적이고 입바른 소리 따박따박 할 것 같은 제목이다.
지은이를 살펴봤다.
강상중이란다.
일본에서 경계인, 자이니치로 불리는 제일 교포 2세 한국인이다
이 사람 이력이 좀 특이하다.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단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다.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녔던 그는 차별을 겪으면서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고,
한국 방문이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단다.
그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츠오(永野鐵男)"를 버리고
본명인 "강상중(姜尙中)"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게 됐단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서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현재 도쿄 대학 정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목  차
서장. 지금을 살아간다는 고민
1장 나는 누구인가?
2장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3장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4장 청춘은 아름다운가?
5장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6장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7장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8장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9장 늙어서 '최강'이 되라



고민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진지하게 고민으로 삶을 성찰하길 당부하는 그의 글은,
담백하고 그리고 단정하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호모 페이션스(Homo patience, 고민하는 인간).
강상중은 이 책에서 일본 근대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984)와 함께 동행한다.
이 두 동시대인은 
"개인"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그 흐름에 따르지 않고
각각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와 마주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막스 베버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을 통해
"근대"라는 것이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설명한다.

청빈에서 태어난 자본주의
부의 밑바닥엔 금욕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새로웠고,
"청춘"과 "젊음"에 대한 단상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최고의 지식인으로 대변되는 서울대생들이
아직 20대이면서도 "이미 나이가 많아서..."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성장과 관련한 "원숙함"을 이야기하는 그의 말끝이 절절함이란...
강상중은 조국의 젊은이들이  '청춘적으로 원숙할 것'을 당부한다.
"모른다"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수치스럽게 반응하는 조국의 젊음을 보면서
"지성"은 "박식한 사람"이나 "정보통"과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알고 있다(know)"와 "사고하다(think)"는 다르고,
"정보(information)"와 "지성(intelligence)" 또한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두렵지 않은" 상태가 되기 위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더 다양하고 더 진지한 고민하기를 당부한다. 
"천재는 뻔뻔한 사람이지만 수재는 뻔뻔함이 없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고민을 계속해서 결국 뚫고 나가 뻔뻔해지기를,
만약 그런 새로운 뻔뻔한 파괴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민을 피한다면,
결국은 끝없는 두려움에 떨게 될 뿐이라면서...

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느낌이다.
고리타분하고 뻔한 내용이 아니라 은근한 공감과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차별을 겪으면서 그가 젋은 시절부터 했던 진지하고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이
결국은 한국 국적자로서 최초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진지한 고민의 힘"
당분간 내 화두(話頭)가 되어 날 고민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1. 19. 05:54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에게도 젊음이 있었다는 걸 쉽게 잊습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단 한 번이라도...
여자였던 적도, 청춘이었던 적도,
친구와 함께 깔깔 웃는 꿈 많은 소녀였던 적도
결코 없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엄마는
 그저 엄마였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외할머니의 영면 소식을 들으며
엄마... 엄마... 를
낮게 부르며 우는 내 엄마를 보며
나는 어이없게도 생경한 그 모습이 낮설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엄마가 엄마를 부를 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서는
문득 두렵고 서러웠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엄마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고
맘 속에 정의를 내리고 있었던걸까요?
사실은... 사실은...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엄마의 오래된 청춘을 들여다보며
나는 감히 목조차 매이지 못합니다.
엄마...
고운 소녀였던 엄마는
하필이면 이 모진 딸의 엄마가 되어
아픈 시간들 내내 가슴 치며 감내하고 있을까요?
엄마라는 존재 앞에
나는 고개조차 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당신 때문에...
못난 내가 아직 딸일 수 있음이
한없이 죄스러워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엄마...
다음 생을 기약할 수만 있다면
나는 꼭 당신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