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9. 3. 30. 08:56

<동주야> - 문익환


     

 

  <윤동주(뒷줄 오른쪽)와 문익환(뒷줄 가운데) 모습>

 

 동주야


동주야

너는 스믈 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왔지만

나한테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앞에서

이렇게 구질 구질 늙어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다는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 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 몸 짓뭉게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의 잡히고 있다.



문익환 목사를 아시나요?

그럼 이런 질문은요?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를 아시나요?

별로 TV를 보는 편이 아니지만 우연히 보게 된 화면에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3월 18일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르팍도사”라는 프로에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나와 아버지 문익환 목사님에 대한 내용들을 술회하더군요.

그러면서 이 시가 소개가 됐습니다.

제가 뭐라고 감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윤동주, 장준하 등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사회운동, 통일운동에 남은 생애 전부를 걸었던 목사 문익환.

그 분의 타계한지 올 해로 꼭 15년이 됐다고 하네요.

제 기억에 생생한 모습은,

반쯤은 헝클어진 머리에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고 꼿꼿한 몸으로 항상 시위대열의 선두에 서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종교인의 정치참여라는 게 익숙치 않았던 제 눈에 어쩌면 괴짜 노인네로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1989년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회담 후 귀국, 그러나 살벌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루기도 했던 분입니다.

그러나 그 분이 사회운동에 직접 뛰어들게 된 건 처음부터가 아니었습니다.

친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고 장준하”의 의문사를 계기로 50대 후반에 비로소 사회운동에 투신하게 됐다고 합니다.

60대와 70대를 펄펄한 청춘으로 다시 살기 시작한 문익환 목사는 마지막 17년의 삶 중 11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됩니다.

아들은 노구의 몸으로 옥고를 치루는 아비를 보고 간곡히 말합니다.

이제 그만 쉬시면서 글을 쓰시면 어떻겠느냐고....

아비는 그런 아들을 매서운 눈으로 한 번 바라봅니다.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제 시작이다!” 라고....

먼저 간 친구들을 떠올리며 산다는 건,

어쩌면 평생 자신의 어깨 위에 그 친구들의 의무와 희망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부채의 느낌이든, 아니면 무언의 약속이었든 말이죠.

생체 실험으로 29살 청춘에 희생된 시인 윤동주, 그리고 일본군에 자원입대하여 탈출에 성공해서 임시정부를 찾아 죽음의 길이라고 불린 파촉령을 끝내 넘었던 장준하.

문익환 목사님은 이 두 사람의 남긴 삶까지도 책임지며 살아냈던 겁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나 혼자만의 삶을 사는 것도 너무 힘들고 버겁다고...

그런데 한 사람의 몸으로 누군가의 남긴 삶까지 끌어안고 그것도 내내 펄펄하게 살아낸 사람도 있다는 걸 느낄 땐, 가슴 저 바닥까지 섬뜩해집니다.

난 여전히 호사를 꿈꾸고 있다는 생각...

지독한 불평뿐인 제게 일침이 가해집니다.


......구질 구질 늙어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꽃이 핍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그리하여 우리 후손들이

이 산을 다시 넘게 하지않기 위해.."서 라고.

..............................................................

 

제가 뭐라고...

감히 꽃을 피우고 싶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3. 24. 23:18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기신 어록


 

 

*하느님 앞에 선다면 하느님께 충실하겠다고 말하고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십시오 라며

용서를 빌 겁니다.

-사제수품 5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 세상 누구도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주목한 이유입니다.

그들을 위한 우선적 사랑 에서 더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 으로 가야 합니다

 


*물질은 공장에 들어가면 좋은 상품이 되어 나오는데

사람이 공장에 들어가면 폐품이 되어 나옵니다

-교회가 왜 노동문제에 개입하느냐는 박정희 물음에-


 


*모든 사람과 삶을 함께하는 게 종교인이라고 볼 때는

종교의 현실 참여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의 현실 참여 한계 에 대한 답변-

 


*교회의 사회 참여의 근원적 이유는 결국 인간을 위해서

입니다. 인간은 구원되고 인간사회는 쇄신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왜 사회 참여를 하였는가 강연에서-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 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12.12 사태를 빗대어-

 


*경찰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보게 될 것이고 나를

쓰러뜨리고야 신부님들을 볼 것이고. 신부님들을

쓰러뜨리고야 수녀님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

은 그 다음에나 볼수 있을 것이다.

-6.10 항쟁 때 시위대 진입을 위해 경찰의

명동성당 진입을 통보하러 온 공안 관계자에게-

 


*화해와 일치는 남을 받아주고 용서하는 마음에서 비롯

됩니다.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톨릭 신문-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합니다. 여의도 질주범으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그 범인을 용서한다는데. 왜 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까?

-사형 폐지를 주장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긴 여행은 머리 에서

가슴 으로 가는 여행이지요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자기

반성과 회개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우리 마음 한가

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느님께 나아가고 예수를

닮아가야 합니다

-최인호 소설가와의 신년 대담-

 


*우리는 예수님의 삶에 감탄하는데 분명한 것은 그

삶은 우리에게 감탄하라고 보여주신 게 아니라 그대로

따르라고 제시해  준 것이라는 점입니다.

-평화 신문-

 


*다시 말하지만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은 세상 사람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다른 측면

에서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야. 심지어 언제 죽더라도

묻힐 묘지와 기도해 줄 신자들까지 있잖아. 그런데

그토록 부유한 사람들인 성직자들이 세속 사람들처럼

물질을 좋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내가 잘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났겠어

다 같은 인간인데.......안다고 나대고 어디가서

대접 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어이쿠.......

그러니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만든이 gom 기수 베드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11. 06:25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오늘은 시 한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이 시를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예요.

함석헌 선생님은 1901년 평안도에서 태어나서 1982년 타계하실 때까지 시인으로, 종교인으로, 사회활동가로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일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지식인의 삶이라는 거...

어쩌면 우리는 전혀 알 수 없기에 유토피아적으로 느끼는 부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

어떠세요?

처음 읽었을 때 제겐 파동이 오는 것 같았습니다.

잔잔한 새벽, 고요한 수면 위에 던져지는 아주 작은 돌맹이의 파동....

맘에서 시작되서 머리가 쨍~~해질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리고 슬펐고, 그리고 사랑스럽고 희망찼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더불어 할 수 밖에 없었
구요...

저에 대한 소망과 희망을 꿈꾸게 했던 귀한 시여서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

 

보너스 팁 하나!

혹 대학로를 가시게 되면 보물 찾기 한 번 해 보시겠어요?

KFC 아래쪽 보도를 걷다보면 공연 포스터와 노점판매대 사이에서 이 시를 적은 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만약 대학로에서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하셨다면...

이 시가 적힌 비를 보시고 상대방에게 한번 웃어주세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런 미소가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 사람을 가진 당신이 바로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대학로에 있는 함석헌 시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