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9. 6. 22. 13:33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 비키 바이런, 브렛 워티  

듀이


반려 동물!

이제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관계입니다.

예전에 집동물이라고 하면 키워서 먹는다는 보양(?) 개념의 축생이었는데 지금은 동반자 관계를 넘어 부모자식으로까지 발전된(?) 관계도 아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동반의 반려관계는 마음의 독거인(獨居人)인 그네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둘만의 긴밀한 소통으로 치유할 수 있는 묘한 “미스터리”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긴 해도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개나 고양이를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개어머님”, “개아버님”을 보면 개념도 함께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것 같아 난감한 표정을 짓게 되죠.

주먹만한 강아지도 무지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쉽게 손에 들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책 표지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눈 큰 고양이의 시선이라니......

예전부터 고양이는 영매(靈媒)로 쓰였다는데......

그래도 일단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봤자 뭐 책 속의 고양이일 테니까요.


1988년 1월 18일, 가장 추웠던 겨울 날 !

아이오와주 스펜서 마을 공공 도서관 사서 비키는 도서 반납함에서 동상에 걸린 자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세상은 매서운 계절보다 더 세차게 몰아치는 경제 위기의 상황이었죠.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동상 걸린 네 발을 가진 버려진 오렌지색 새끼 고양이는 그렇게 해서 "듀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됩니다.

“Dewey Readmore Books"

도서관 고양이로는 아주 적절한 이름이 아닐까요?

우여곡절 끝에 도서관에 새로운 식구가 된 “듀이”는 오랜 경제 위기로 희망을 잃어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과 사랑, 위안을 안겨 주며 마을 전체의 친구가 되어 갑니다.

그런 듀이에게도 그만의 관계맺기 방식은 있습니다.

“한 번에 단 한 사람의 마음만을 얻어간다“는.....

한 번에 단 한 사람에게만 최선을 다함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의 문을 끝내 진심으로 열고야 마는 작은 고양이 듀이.

인맥 네트워크의 대가라고 소개해드리고 싶을 정돕니다.

그렇게 마음을 얻어낸 듀이는 급기야 도서관을 찾는 사람 각자에게 필요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줍니다.

동물을 싫어하는 아이의 마음도 이해하고, 말벗이 필요한 노인들의 무릎 위로 올라가 기꺼이 체온을 나누며, 장애우 아이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기도 하죠.

그렇게 이 작은 고양이는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 갑니다.

단지 마음을 나누는 방식, 그것 하나로 말이죠.

사람을 완전히, 못 말린 정도로 믿어주는 고양이 듀이는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가 되어줌으로써 사람들 한명 한명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비상한 재주꾼이기도 합니다.

실패하는 법이 없고 그리고 결코 실망하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죠.

사람의 가치는 이웃들에게 얼마나 존경받느냐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듀이는 이미 고양이로써 사람의 가치 그 이상을 넘어서는 존재가 된 셈이네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만들어낸 큰 기적!

단지 반려 동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는 서양인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누런 피부에 까만 눈을 가진 이국(異國)의 제 눈에도 이 고양이의 특별함은 인지되고도 남습니다.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상처를 숨기는 사람은 어디서든 그 티가 나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이 고양이 듀이는,

상처를 보고 아는 체를 해 주는 고양이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고도 뻔히 모른 체하고 지나쳐버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과감한 반기를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누설(漏泄)”

우리는 우연한 비밀을 알게 되면 크든 작든 폭로하고픈 누설의 욕망에 부딪칩니다.

그러나 아는 체를 해 달라며 온 몸으로 힘듬을 누설하는 사람을 보면 굳이 철저한 비밀보장을 맹세하며 못 본 척 고개를 돌려줍니다.

사실 그가 원한 건 그런 외면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내가 옳았다 스스로 합리화하는 건지도 모르죠.

“듀이”라는 작은 고양이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건,

도서관에 버려진, 그래서 그곳에서 사람들과 별 탈 없이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는 고양이라서가 아닙니다.

듀이의 역할이 결코 스펜서 도서관의 마스코트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걸 이해했다면 그렇게 숱한 "미투(mee too) 듀이“가 탄생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미투 듀이”의 재생 역시 “동물 학대”의 또 다른 형태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죠.

확실히 도서관이라는 곳은,

고양이가 살 만한 적당한 곳은 아닙니다.

그런 도서관에서의 삶을 선택한 “듀이”

어쩌면 작은 고양이에게도 그 사실은 하나의 큰 도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라. 그리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라.

 인생은 물질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랑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어디에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


2006년 위종양으로 안락사하기 전까지 19년간 듀이는 자신이 선택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고양이에게 “신화”라는 단어를 쓰는 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Dewey Readmore Books"는 이제 스펜서의 신화를 넘어 전 세계의 신화로 남겨졌습니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상처를 보게 된다면,

듀이처럼 재빠르게, 듀이처럼 적절하게, 그리고 듀이처럼 진심으로 그 상처를 알아봐주고 그리고 기꺼이 소통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처!

참 고약한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아픈 틈이기도 합니다.

“그 틈새로 들어가세요~~!‘

황금빛 커다란 눈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제 우리도 용기 한번 내 볼까요!!!


*듀이 공식 홈페이지 : www.deweyreadmore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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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책거리2009. 6. 15. 06:30
 <탱고> - 구혜선


탱고
 

먼저 “의외다, 놀랐다”는 말부터 하고 싶은 책입니다.

내가 아는 “구혜선”은 인터넷 얼짱으로 한동안 메스컴을 타기도 했던, 무슨 복을 타고 났는지 무명의 설움도 없이 하룻밤 자고 났더니 갑자기 스타가 되어 버린, 노래도 그림도 조금 하는 신세대 연예인 정도였는데....

그리고 한창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캔디 걸!

그런 그녀가 책을 출판했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전 그랬습니다.

“연예인 그거 참 좋은거구나!. 치열하게 살아보지도 않고 책씩이나 낼 수 있어서... 이름값 한다고 그래도 팬들이 기본적은 판매부수는 채워주겠네!”

어쩌면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라는 괴씸죄까지 덤으로 얹었는지도 모르죠.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1984년생, 이제 25살....

휴~~, 피고 싶지 않아도 향기까지 절로 나는 나이. 왠지 명확한 이유 없이도 사람 주눅들게 만들어 버리는 이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나이.

그런 25살의 한 여자가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를 한참 전에 지나온 한 여자가 그 글을 읽습니다.

제게 <탱고>는 그렇게 시작되는 리듬이었습니다.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사랑하는 남자 종운,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를 가진, 젊음을 살 수 있다면 목숨도 버릴 수 있을 것 같이 다가오는 남자 민영, 그리고 어느새 소울메이트로 스며들어 버린 또 한 남자 시후.

그리고 한 여자 “연”

삼각, 사각관계를 넘어 급기야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는 연예소설이 그려지나요?

연예소설이 맞긴 한데, 이게 참 묘한 느낌입니다.

소설을 읽는 두 가지 방식!

줄거리 혹은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방식과 감성을 따라가는 방식.

이 책은 그러니까 후자에 속하는 소설입니다.

분명 줄거리를 가지고 있긴 한데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 유치한 부분에 극도의 환상과 신파가 버젓이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 유치함을 관통하는 감성으로 무장한 묘한 성장통이 있습니다.

어른아이의 성장일기.

어릴 때 그랬습니다.

담배와 커피가 자유로워지는 때가 어른이 되는 시기라고...

게다가 둘 다 중독의 위험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죠.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나씩 하나씩 중독되는 것들의 가짓수를 늘리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탱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절도마저 느껴지는 춤. 상대방을 무심하게 바라보면서도 때론 집요하게 들러붙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시선, 그리고 완벽하게 일치되는 발동작과 호흡.

보는 사람의 심장까지도 설레게 만드는 치명적인 유혹!

그러나 알고 있나요?

설렘은 단지 환상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설렘을 선택한 사람은 그런 이유로 대부분 다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요.

탱고가 시작되기 전, 빨간색 장미가 강렬함으로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게 언젠가는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탱고를 멋지게 추기 위해선,

자신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네요, 함께하는 상대를 믿어야 하기에 더더욱 자신을 놓아야 한다고요.


설탕이 듬뿍 들어 있는 커피에 익숙해지면,

에스프레소의 순수한 정수의 맛은 결코 느낄 수 없다는 사실.

사람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된다는 쓴맛.

이 첫맛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일상은 더 이상 달달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예기지 않은 일들이 기본적인 간격조차 주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일어날 때 무작정 도망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춘”이라는 달달함 속에 숨겨진 방황과 헤맴의 쓴맛.

그 사실과 현실을 깨닫는 순간.

그토록 믿었던 사실조차도 판타지의 일부였음을 인정하게 될지도 모르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잠시 흔들리고 방황하는 것일 뿐,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돌아가서도 당신은 또 다시 길을 잃을 수 있고 그리고 또 다시 자신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순수하기 때문에 헤매는 거라고 “연”이라는 인물의 입을 빌어 25살의 당돌한 아가씨가 말을 하네요.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헤매는 자신을 질책하지 말고 흔들리는 자신을 아껴주라고...

어떠한 일 앞에서도 자신을 신뢰하라고 25살 그대로 꽃인 청춘이 당부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고...
25살 이 당돌한 아가씨의 당부가 단지 환상 혹은 건방으로 다가올지라도,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 당돌한 아가씨는 하나의 감성을 잃지 않고 한 권의 책에 그대로 담아냈으니까요.
어느날,
류이치 시카모토의 "탱고"를 들었는데 번쩍 눈이 뜨였다. 한마디로 꽂힌 거다. 
구혜선,
그녀에게 소설의 모티베이션이 됐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탱고!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은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무언가에 꽂혀 있나요?

그렇다면 이제 저도 궁금해집니다.

당신의 리듬이 어떻게 시작될지.

또 다른 “탱고‘ 혹은 다른 무언가를 들을 수 있길 기다리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2. 05:36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 오주석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아프고 힘들었던 지난주 위로받기 위해 찾아간 곳이 있었습니다.

“간송미술관”

5월 17일부터 어제 5월 31까지 2주 동안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있었죠.

간송미술관은 일 년에 두 번 봄, 가을에 약 2주 정도의 기간으로 이런 양질의 전시 기획을 꼭 합니다. (게다가 믿어지지 않겠지만 입장료도 없습니다)

올 봄에는 “겸재화파전”이 열린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죠.

시기적절하게도 이 책을 만나 미술관을 찾기 전에 반가운 마음으로 먼저 찾아 읽었습니다.


미술사학자 오주석!

우리시대 최고의 그림 읽어주는 남자였던 사람!

재미있는 입담과 수려한 문장, 그리고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해박한 지식과 일목요연한 해석이 그림을 재미있는 소설로 읽게 만들어 주는 최고의 길라잡이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올 4월 또 한권의 유고작으로 출판된 책이 바로 오늘 제가 소개하는 책입니다.

제 생각으론 오주석이 쓴 책 중에서 가장 많은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림 1점을 가지고도 한권의 책을 집필했던 분이죠.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라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깊이가 없다거나 너무 개괄적일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 짧은 글 속에 그림 속에서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할 것들 그리고 심지어 품고 있는 내밀한 비밀까지도 모두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필력을 자랑하면서 말이죠.

이곳에 소개된 그림은 모두 27점으로 그가 생전에 신문을 통해 발표했던 원고지 10매 분량의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제일 고사하고 싶어 하는 글이 바로 원고지 10매 내외 분량의 글이라고 하네요.

내용을 깊게 들어가기에도 힘든 분량이고, 그렇다고 간단한 소개로만 글을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참 난해한 글쓰기가 된다고요.

그런데 이 책에 나온 글들은 참 재미집니다.

꼭 화톳불 피워놓고 두런두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다정함이죠.

결정적인 순간에 이야기가 끊기면 자꾸 할머니를 채근했던 기억,

“할머니! 그 다음은~~~~”

제겐 꼭 그런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다정한 할머니가 됐던 이 사람!

나머지가 궁금하면 이제 직접 찾아보라고 하네요.

꼭 그런 느낌입니다.

어릴 적 기대감으로 봤던 TV 만화영화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던 한 마디!

“다음 이 시간에~~~”

어쩐지 양 볼에 바람을 잔뜩 넣은 심통쟁이 표정이 되긴 하지만 직접 찾아보는 솔솔한 재미도 놓치고 싶지 않긴 합니다.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 - 신윤복〉


                               〈야묘도추도(野猫盜雛圖) - 김득신〉

 

간송미술관을 찾았더니 올해가 마침 겸재 정선 서거 2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네요.

실제로 전시장에서 이 책에 나온 정선의 작품 3점(금강내산도, 통천문암도, 만폭동도)을 직접 보고 왔습니다.

그 짜릿함과 벅찬 기쁨이라니...


                                            <금강내산도(金剛內山圖) - 정선>


특히 책에서 인상 깊게 봤던 <통천문암도>를 실물로 보니 입이 절로 벌어졌습니다.

거의 사람 키만한 그림 크기에 그 세밀함이라니.....(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저의 무식함을 부디 용서하소서~~!)

마치 천계로 가는 입구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림 앞에서 절감하게 되는 엄청난 경건함이라니!



     

         <통천문암도(通川門岩圖) - 정선>                     〈만폭동도(萬瀑洞圖) - 정선〉


안타깝게도 이젠 전시기간이 끝나 찾아보라고 권해드리지 못하겠네요.

혹 안타까워하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이 충분한 위로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조선시대 그림들이 아주 정겹고 가까운 듯 느껴지실 거예요.

더불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그림들이 품고 있는 은밀한 비밀들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면 서늘한 만족감도 덤으로 만나실 겁니다.

오주석의 글들을 읽으면, 그림 속을 이리저리 산책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햇살 좋은 오후의 푸른 숲으로의 산책 !

자, 신발끈 잘 묶고 이제부터 같이 산책해보는 거 어떠세요?

이해의 여부를 떠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황폐하고 무거웠던 마음을 잠시 “위로”받을 수 있을거란 사실입니다.

다독다독....

한권의 책이
오늘도 저를 품고 안아줍니다.


                               〈세한도(歲寒圖) - 김정희〉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25. 14:52

<유진과 유진> - 이금이

 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지독한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던 주말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 자살이라니....
또 다시 아픈 대통령의 역사를 소유하게 된 우리들.

그 소유에 대한 책임을 어쩌면 우리는 사는 내내 생각하고, 오래오래 갚아나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라도 벼랑 위에 서면 어쩔 수 없이 그 아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걸 또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았고, 두서없는 생각들로 맘이 무거웠고, 그래서 지독한 두통까지도 감수해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상처”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제 맘에 수 없이 많은 상처를 내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의 반복이라는 생각.

그 치료의 방법이 극복이든, 해방이든, 혹은 망각이든,

어째든 우리는 소망합니다.

단지 “파괴”만은 아니기를......

추락을 꿈꾸는 아니 지금 추락하고 있는 사람이 말합니다.

“아직은, 아직은 괜찮아! 문제는 그 다음이야!” 라고...

추락하는 중에는 오히려 평온할 수 있습니다. 허공 속에 자유를 느낄 수도 있겠죠.

그 다음은.....

잠시 후, 고된 몸이 드디어 바닥에 닿게 되는 그 다음은...


유진과 유진!

같은 유치원을 다닌 두 아이는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합니다.

같은 성(姓)과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아이,

중학교 2학년이 된 그들은 다시 한 반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네요.

혹시 이 아이 동명이인일까요?


이 책은,

동화작가로 유명한 이금이가 쓴 청소년 도서입니다.

참 아프고 심각한 내용이죠. 더군다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딸”을 둔 세상 모든 “엄마”들이 두려워하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죠.

우리처럼 이미 다 큰 사람들의 눈에 이 소설은 분명 별 재미없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시사성 강한 고발의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밋밋한 상황처럼 느껴질지도요.(이미 우리는 현실이라는 임펙트 강한 실제상황을 너무 많이 알고 있으니까요...)

단지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상처”를 바라보는 그리고 치유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깁니다.

성폭력을 당한 아이,

그 아이를 당신은 어떤 눈으로 보시겠습니까?

“깨진 그릇!”

그래서 살던 동네를 떠나 아무도 모를 거라 믿는 곳으로 피난을 가게 만드는 시선?

겨우겨우 피해 달아났는데 시간이 지나 그 사실을 알게 된 누군가가 이야기합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아이는 문제가 있다”

우르르.... 한 세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러나 이 말은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아이는 나에게 문제가 된다!”

이런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만든 그런 아이는 신화 속 이카로스가 되어 어깨 위로 날개를 펼칩니다.

오직 상처로만 만들어진 날개를 단 이카로스...

태양을 향해서 녹아버릴 밀랍날개를 달고 더 높이높이 날아올라야만 하는 내가 만든 그런 아이......

그 아이의 추락을 같이 지켜보시겠습니까???


누군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 할 때,

우리는 비난의 자유를 생각하기 이전에, 비난의 책임부터 먼저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내 입에서 시작되는 것들에 대한 책임!

내 말이, 내 시선이 누군가의 육체를 순식간에 무너뜨려 그 형체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는 지난 주말에 또 하나의 사례를 갖게 된 셈이네요.

종이인형!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종이인형을 기억하시나요?

한 장의 종이 위에 그려진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와 외출복들, 어깨에 달린 조그만 접이를 넘겨 하나하나 종이 인형에 입혀줬던 기억.

그렇다면 그것도 기억하시나요?

예쁜 인형과 화려한 드레스를 뒤집어 보면

그 뒤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


누군가 내 뒷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섬뜩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18. 06:30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 윤대녕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은어낚시통신>으로 유명한 작가 윤대녕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원래 1995년에 발표됐었는데 작년에 몇 군데 손을 본 후에 다시 개정판으로 출판했습니다.

좀 무서운 내용이죠.

왜냐하면 외면하고 싶은 그래서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을 들춰내는 이야기이니까요.

어느 한 때의 시간을 송두리째 도려내고 싶다는 소망!

그런 소망을 품었던 사람에겐 이 책이 참 아프고 힘든 책이 될 지도 혹 모르겠네요.

<기억>을 이야기 할 때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시간>일 겁니다.

나는 끝장이 나도 결코 끝장나지 않을 <시간>!

이 소설의 시작도 이렇게 시간에서 비롯됩니다.

되새떼... 

겨울이 되어 찾아온 이놈들은 이듬해 봄이면 다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또 겨울이면 찾아오죠. 어찌 보면 새라는 건 반복되고 순환되는 시간의 분신인지도 모르겠네요.


한 남자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번역 에이전시를 통해 간간히 들어오는 번역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이 사람에겐 세 개의 시간이 있네요.

현실, 그리고 과거,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더 먼 과거.

과거가 없는 사람은 나이테 같은 성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멈춰 서면 곧장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고요....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가진 사람의 삶이란 그렇다면 온전한 삶이라고 말할 순 없을 듯 하네요.

내가 날마다 남이 되는 삶...

이 사람, 그래도 잘 살아가는 듯 합니다.

머릿속 퓨즈가 끊어지기 전까진 말이죠.

어느 날, 에이전시를 통해 그에게 3개월의 기한을 준 번역이 의뢰됩니다.

그리고 그날 그는 “E"라는 이니셜의 인물로부터 한 장의 팩스를 받게 되죠.

E는 말합니다.

“과거로 돌아오는 벌레 구멍을 찾게....."

이제 그는 연속적으로 찾아오는 기이한 일들을 하나씩 겪으면서 잊어 버렸던 기억과 만나게 됩니다.

그는 고백하죠.

“먼 과거로부터 누군가 내게 다가오고 있어. 누군가 밧줄을 이용해서 나를 잡아끌고 있는 것 같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가 완전히 잠에서 깨지 않을 정도의 조용한 완력으로”

이 남자가 기억을 찾아내는 일은 참 더디고 그리고 심지어 몽환적이기까지 합니다.

순간순간 남자는 데자뷰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지독한 혼돈이고 그리고 더 지독한 고통이죠.

그러다 “꽝!” 하는 정오의 대포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곧 그가 잊었던 먼 과거는 어느새 “현실”로 성큼 다가와 버리게 되죠.


우리 몸속에는 누구에게나 시계가 하나씩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면 과거의 나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단지 누구도 더 이상 돌리고 싶어 하지 않을 뿐.

그 기억이란 게 나를 움켜쥐고 할퀴고 상하게 한 기억이라면 차라리 시계바늘을 뽑아내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정삼각형의 균형은 여지없이 무너지게 될테지만요.

(이런 생각들, 저는 참 공포스럽습니다....)

시간은 곡선운동을 한다고 합니다. 둥그렇게 말리면서 원을 형성한다고요. 그래서 그 시작과 끝이 서로 이어지면서 무한히 되풀이 된다고요.

“우리가 무엇을 하든 간에 시간은 끊임없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아무리 무덤 속에 앉아 있다 하더라도 시간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잃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분명 찾을 수 있지만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 거지도요.

하지만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그 소유에 대한 책임까지도 함께 잃어버려지는 건 결코 아닐 겁니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

영화를 보러 가기 전과 후의 세계는 이제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옛날 영화가 끝이 나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회복된 새로운 공간 안에 서 있게 될지도 혹 모르겠습니다.

“옛날”과 “오래된”의 차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둘 다 과거의 시점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옛날“이란 단어가 왠지 더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이란 말 속엔 망각 혹은 잊음에 대한 일말의 허용이 보였기 때문이죠.

어쩌면 “옛날”을 “오래된”으로 교묘하게 바뀌고 싶은 제 내면의 고백인지도 모르죠.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 “옛날”을 추궁하는 것 같아 맘이 많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

제 과거에 대해서 아직 전 관대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완전히 동일한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과거의 나와 완전히 동일한 나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우리 또한 모두 그걸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평등”을 믿는 거라고 하네요.

이제부터는 결코 잃어버리지 않겠다 다짐하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용서되지 않는 시간, 이 추운 겨울의 막막함, 혼자라는 두려움 혹은 서툰 사랑 하나하나까지도 뜨겁게 가슴에 끌어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네요.

“살아가야지! 살아가야지!”

이 책은 그렇게 나를 다독거리며 응원합니다.

그렇다면,

응원 받은 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당신이 대답할 차례가

이제 온 것 같습니다.


부디 산 자가 되어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12. 06:51
 <잘가요 언덕> - 차인표



잘가요 언덕 



연기자 차인표가 책을 출판했다고 해서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사진 넣은 스타일리시한 책이거나, 종교서적, 혹은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 후원을 목적으로 만든 책일거라고...

와~우!

그런데 이건 아니었습니다.

잘 쓴 책이라고 하기엔 투박하고 약간은 어눌하기도 하고 심지어 유치한 부분까지 있긴 하지만, 꽤 괜찮은 책이라는 걸 분명한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사람,

“시대”에 대한 빚이 있는 걸까요?

예전에 <크로싱>이라는 탈북자 관련 영화를 찍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아는 연기자 차인표는, 안티도 없고 가정도 예쁘게 꾸려나가고,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하는 모범적인 연예인의 대표적 인물! 더 나아가 차인표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

그런데 이 사람이 책을, 그것도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본인이 말하더군요.

“저는 이 소설을 엉덩이로 썼습니다.” 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전 그가 책을 쓰면서 느꼈을 부족함과 절실함에 대한 고백 그리고 그걸 채워낸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또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실력 있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나 신인 작가분들이 한 권의 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하는데 저는 연예인 프리미엄으로 너무 쉽게 책을 출판하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함도 함께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배려심 담긴 말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도 참 따뜻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자녀가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길 권하고 아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다 읽은 후엔 아들, 딸의 손에 꼭 직접 들려줘서 자녀들도 읽게 만들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책을 쓴 차인표도 제일 먼저 자신의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했다네요)

내가 잊고 살았던 것, 그리고 점점 잊혀져 어쩌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내 세계의 축복받음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이런 내용을 이렇게까지 예쁘고 착한 소설로 만들어준 작가가 한없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호랑이 마을, 붉은 소나무 마을, 잘가요 언덕, 엄마별, 순이, 용이. 훌쩍이....

느끼셨겠지만 지극히 동화적인 배경이고 그리고 지극히 동화적인 인물들이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 동화의 세계라는 건 다름 아닌 일제의 흔적이 지나가기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기도 하죠.

아름답고 평화로운 호랑이 마을에 어느 날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찾아옵니다.

촌장을 만나서 마을의 걱정거리인 호랑이(6발이)를 잡아줄테니 움막을 짓도록 허락해달라고 하죠.

사실 그 두 사람이 잡으려고 한 호랑이는 육발이가 아니라 백호였습니다.

어머니와 갓난쟁이 여동생을 집어 삼킨 호랑이 백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품은 아픔은 참 깊고 집요합니다.

평화로운 순간을 만나면 우리는 그 시간과 공간이 그 상태로 영원히 멈추길 희망합니다.

그 안에 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따뜻함이 너무나 간절해서 말이죠.

이보다 더 좋을 필요도 없으니 뭐든 다 비켜가길 바라는 마음...

그러나 이 산골 마을에도 일제의 날카로운 손끝에 의해 여지없이 할큄을 당합니다.

“조선인 여자인력 동원 명령서”

촌장의 손녀 순이가 그 희생자로 지목됩니다.

지금까지 아름다웠던 동화의 세계는 이제 잔인한 “역사”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직접 아프게 읽어내시길.....)


<나눔의 집>을 알고 계시나요?

일본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살아남은 할머님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는 곳.

그 곳의 할머님들은 말씀합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가 죽은 뒤에 우리들에게 저질러졌던 범죄가 하나 둘 잊혀지는 거” 라고요...

이제 이곳에 남아 있는 분은 모두 7분이라고 하고, 이 분들도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집회를 멈추지 않고 있으시죠.

어쩌면 우리는 그 분들이 두려워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이 모든 걸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뭘 잊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게 될지도요.

이 책에서 순이는 말합니다.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많은 분들을 오래오래 따뜻하게 기억하는 게 이 땅 위에 지금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는 걸 저 또한 너무나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전쟁은 남의 일이라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게 이 책은 말합니다.

“그렇게 살고 싶으면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말입니다.

다시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는 걸 소망하는 시대가 되게 하지 말라고...


이 땅을 떠난 모든 엄마는,

엄마별에 모여 살면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직접 안아줄 수 없어서 따뜻한 별빛으로 대신 안아주는 거라고요, 언젠가 아이들이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게 될 거라고요...

감히 믿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모든 분을 또한 그곳에 계실 거라는 걸요.

“엄마별”을 찾는 방법,

까만 하늘 위에서 엄마별을 찾지 못하는 용이에게 순이는 말합니다.

“엄마별은 가장 따뜻한 색”이라고...

그리고 용서를 하면 그 별을 볼 수 있을 거라고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용이보다 더 엄마별을 못 찾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엄마별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용서를 해야만 할까요? 혹은 얼마나 많은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소망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언젠간 이런 말을 할 수 있기를요...

“따뜻하다... 엄마별...” ·


*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19. 23:00
 
<책 읽어주는 남자 > - 베른하르트 슐링크


오늘도 역시 특별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극적이고, 관능적이며 모호하고, 몽환적인 책, 심지어 무기력하기까지 한 책.
먼저,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이력이 참 재미있습니다.
판사가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
논리적이고 너무나 현실적인 직업의 판사, 그리고 비현실과 상상 세계의 탐험자인 작가... (우리나라에도 어느 날 이런 조합이 한 번 나타나주면 참 좋겠습니다)
올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바로 이 책을 가지고 만든 영화죠.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은 책 표지가 “케이트 윈슬렛”의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예전에 출판된 책의 표지는 지금과는 많이 다릅니다.
빨간 배경 한 켠에 그림이 보이네요. 한 남자의 손. 여자의 벗은 몸에 손을 올리고 있는 성장한 남자의 손. 책의 뒷면으로 가면 그림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꽤 오래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표지가 좀 더 강렬한 빨간색이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림은... 약간 카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그 손은,
그러니까 한 여자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막 그녀의 첫 페이지를 넘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왠지 떨리네요. 마치 주인공의 간절함처럼...


한 남자가 있습니다.
세 번, 이 남자는 “한나”라는 이름의 한 여자와 일생동안 세 번 관계됩니다. 그것도 아주 깊게 그리고 은밀하게 마지막엔 지배적으로 말이죠.
첫 번째는 15살 어린 소년이었을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귀가하는 길에 소년은 느닷없는 구토 증상을 경험하죠. (이 부분, 참 재미있습니다. 예전 책엔 “황달”이라는 병명으로 나오는데 지금 책은 “간염”이라고 나오네요. 해석의 오류였을까요?)
오물로 더럽혀진 소년을 데리고 들어가 깨끗이 씻겨 집까지 데려다 준 사람이 바로 36살의 그녀, “한나 슈미츠” 입니다.
도덕성에 대한 비판의 여지가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어쨌든 15살 소년은 36살 한나를 통해 육체적인 성에 눈 뜨게 됩니다.
결과는 뻔하죠, 꼬마(그녀가 그를 그렇게 부릅니다)는 도무지 그녀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급기야 학교 공부도 소홀하게 되죠.
그런 소년에게 한나는 말합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려면 다시는 찾아오지 마!”...
그들에겐 어떤 의식 같은 절차가 있습니다.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같이 누워 있기
그녀는 항상 그에게 책을 읽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모든 의식의 시작은 “책 읽어주기”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셈이죠.
수영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소년을 본 그녀는 다음날, 사라져 버립니다. 살고 있던 집을 비우고 승진시켜주겠다는 전차 회사도 그만둔 체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녀의 실루엣은 그대로 소년에게 남겨집니다.

다시 그녀를 보게 된 건,
나치 강제 수용소와 관련된 법정에서였죠.
그녀는 가스실행 인원 선별 작업을 수행하던 여자감시원 중 한명으로 기소되어 있습니다.
다른 모든 피고인들이 문서와 보고서는 한나가 썼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심지어 스스로 시인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죠.
그러나 그는 알게 됩니다.
그녀가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는 걸...
그는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자, 이제 그도 더 이상 자유로울 순 없게 된 셈이네요.
법정에서 한나는 판사에게 되묻습니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라고...
어쩌면 그는 판사를 향한 질문을 자신에게 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나에게 향하는 손가락질에 개입하지 않고 그 손가락질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스스로 수치심의 고통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죠.

세 번째 그녀와의 대면,
그는 지난 10년간 한나에게 책을 녹음해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 편지를 보내진 않았죠. 심지어 그녀가 편지를 보냈을 때조차도 그는 답장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교도소장이 그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녀의 사면을 알리면서 18년 동안 갇혀 지낸 한나의 사회적응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죠.
한나에게 우편물을 보낸 유일한 사람이 바로 그였으까요.
마침내 사면되는 날 아침, 한나는 스스로 목을 매 자살을 합니다. 그녀가 남긴 유품들을 정리하던 그는 오래된 신문 기사를 발견합니다.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실린 신문 기사를 말이죠.
교도소장이 말합니다.
“그녀는 당신과 함께 글 읽기를 배웠어요....”

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나는 그를 통해 읽고 쓰기를 배움으로써 드디어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성장한 셈이죠.
그가 한나를 통해 비로소 성년이 된 것처럼...
그렇다면 이 책,
사랑에 대한 책일까요?
전 사랑 보다는 지독한 그리움에 대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관통한 강렬한 그리움. 그 날카로운 대한 기록이라구요.
때론, 누군가에겐 패배가 승리가 될 때가 있습니다.
평생 한나의 실루엣에 휘감겨있던 그.
이제 그는 고향에 돌아온 셈이네요.
약간의 위장도 이젠 필요하지 않을 테죠.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자유를 손에 쥐었으니까요. 그녀의 자유 그리고 그의 자유 모두를 말입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선택했다”
그의 고백입니다.
이쯤 되면, 당신의 표정 또한 궁금해지네요....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케이트 윈슬렛에게 2009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줬습니다.

그런데 이 배역에 많은 사연이 있었다는 사실 아세요?

원작자는 처음부터 케이트를 주연으로 원했는데 당시 한창 촬영중인 영화가 있어 그녀 스스로 캐스팅을 고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티븐 달드리 감독과 <디 아더스>에서 함께 작업했던 니콜 키드먼에게 그 역이 돌아갔고 촬영이 시작됐다고 하네요. 그러나 그녀의 임신으로 촬영은 중단되고 말죠.

그 사이 전작의 촬영을 다 마치고 쉬고 있던 케이트 윈슬렛에게 다시 한나 역이 돌아가게 된 거라고 합니다. 결국 그녀는 이 역으로 아카데미의 꽃이 됐구요.

소년을 연기한 데이비드 크로스 역시도 사연이 있네요.

촬영 시작 당시 그는 미성년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닥칠 후폭풍을 염려해서(의외로 미국이란 나라 보수적이쟎아요...) 영화에 등장하는 베드신은 그의 18세 생일에 급히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 시사회 후 몇몇 장면들에 대해 윤리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원작을 보면, 처음엔 강한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처음 생각과는 분명 달라져 있을 거예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대체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길래 달라지게 되는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13. 22:08
  <1만 시간 동안의 남미1,2,3> - 박민우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봄이 되니까 자꾸 바람나려고 하지 않으세요?
이러다간 아무래도 옆구리에 날개라도 돋지 않을까 싶으신 분, 일상을 버리고 훌쩍 내가 모르는 어떤 곳으로 떠나고 싶으신 분, 여기 아닌 다른 곳이라면 어디라도 환영인 분, 급기야 누가 나를 유괴(이 나이에 꿈도 야무지게....)라도 해서 딴 곳에 데려다 준다면....을 꿈꾸고 계신 분...
봄의 신기루에 온 몸이 나른하신 분들 많으시죠?
떠나면 모든 게 다 괜찮을 것 같은 마음...
오늘은 그 마음을 한번 따라가보려구요.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여행서는,
지친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어설픈 여행서는 허황된 환상을 심어주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시키기도 하죠(아시죠? “사진과 실물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여행서를 보면 전 항상 이 문구가 떠오르거든요 ^^)

쌈바와 화려한 축제의 유토피아, 남미!
그 환상의 나라들을 말 그대로 찌질하고 궁상맞게 여행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운이 없을 수 있을까 싶게 가는 곳마다 속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차를 놓치고, 어찌어찌하여 싸구려 골방같은 숙소로만 그것도 겨우 전전하죠.
책을 쓴 작가 박민우.
그가 14달 동안 남미의 구석구석을 여행이 아니라 방랑하면서 겪은 살아있는 날 것들을 그대로 엮은 책입니다.
찌질한 자의 생동감이라니...
그런데 그게 아주 신선하고 그리고 진심으로 부럽기까지 하다는 겁니다.
코에 바람을 넣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온 몸을 들썩이게 만드네요.
뭐 얼마나 대단한 여행서라고 세 권씩이나?????
남미 한 번 여행한 걸로 본전 한번 제대로 뽑으시네~~
처음엔 내가 못 가 본(가 본 곳도 변변찮지만...) 나라를 여행한 운 좋은 사람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빈정상함과 부러움의 시선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시기심은 점점 사라지고 혼자 깔깔대며 박장대소하게 되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신선합니다.
remarkable!
딱 그래요.
어느 틈에 속편을 열렬히 기대하게까지 만들었으니 이 책, 물건임엔 틀림없습니다.
카피라이터, 기자, 시나리오 작가, 앵커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박민우는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해 보입니다(그러나 이 사람 “완소남” 혹은 “엄친아”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기엔 확실히 80% 정도 부족하죠... 약간(?)의 하자가....^^)
이 사람, 여행의 시작부터 왜 이럴까요?
체격만큼이나 부실하다 못해 덜렁대는 성격덕분에 여권을 고이 집에 두고 출발합니다.
결국 호된 신고식이 기다리게 되죠.
그런 그가 감히 말합니다.
“아무리 좋고 좋아도 떠남의 설렘만 못하다“.
이런 상황에선 설득력이 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누군들 그러지 않겠습니까? 변종 돌연변이라 할지라도 나그네의 유전자가 발현되기를 저 역시도 간절히 갈망하고 있는데...
가끔 생각합니다.
여행을 소망하면서 쉽게 이루지 못하는 건,
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금전 때문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모든 걸 뒤로 하고 떠나는 이 남자의 맘 속 자유가 그래서 전 참 좋습니다(그래도 여권까지 뒤로 하고 떠나는 건 아무래도 좀..... ^^;;)
하지만 뭐 좀 어긋나면 어때요?
처음부터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그래도 훨씬 나은 선택 아닌가요?

낮선 곳의 화려한 눈요깃거리들을 소개한다거나, 맛있고 고급스런 혹은 그 나라의 대표적인 민속음식을 소개한다거나 멋진 숙소를 구경하게 될 거란 기대는 이 책에선 버리세요.
대신 우리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겁니다.
까만 피부에 초롱한 눈을 가진 맑은 아이같은 사람, 푸짐한 살집에 더 푸짐한 인정을 가진 사람, 그리고 기꺼이 찌질한 여행자를 구원(?)해주는 그때그때 상황에 또 적절하게 등장해주는 멋진 흑기사들을 말이죠.
괜히 저 역시도 함께 손잡고 싶어지는 사람들...
이 사람도 고백하고 있네요.
“여행 중 최고는 사람을 향해 가는 여행이다. 거대한 산맥보다 더 장엄하고, 한낮에 퍼붓는 소나기보다 더 예측하기 힘들다”라고요...
Timing!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멈칫거리면 이미 늦는다고, 생각하고 주저하는 시간은 짧지만, 늦음으로 인한 후회는 너무 길다고...
이 여행서는 재미와 함께 순간순간 이 남자의 단상들이 나올 때면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섬뜩해집니다. 그러나 그 섬뜩함은 공포에서 비롯된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3권의 책을 전부 읽고 나면,
이 사람 왠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왠지 사람을 낯설게 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핸드 드립 커피”
같은 커피를 가지고도 바리스타에 따라, 물의 온도, 핸드 드립의 높이, 그리고 드립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 되는 커피.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작가가 꼭 이 핸드 드립 커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쩐지 나를 만나면 내게 적절한 향과 맛으로 이야기할 것 같은 사람.
이런 느낌을 주는 책이라면,
이 책으로의 여행도 꽤 괜찮은 여행이 아닐까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자신감이라고 하네요. 헛된 자신감으로 돌아오는 부작용보다는, 그 자신감에서 발산되는 무한한 용기와 추진력을 믿으라고.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 자신감이 과장되었을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사람을 훨씬 다부지게 만든다네요.
여행의 매력은... 그래요.
모르는 무언가에, 모르는 누군가에게 조금씩 물들어가면서 결국 “함께”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거, 그 약속할 수 없는 “함께”가 때로는 그 무엇보다도 더 견고하고 든든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거.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또 다시 길 위에서 짐을 꾸리게 되나봅니다.
거침없이 다가가기 위해서요.
길을 모르면 어떻고, 길을 잃으면 어떻겠습니까?
모르면 물어보면 될 것이고, 잃었으면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찾아가면 될테니까요.
늦어지면, 까짓것 내가 너무 치열하게 헤맸다고 고백해버리는 거죠.
생각해보세요.
사실, 땅에서 발이 떨어지는 모든 순간이 “여행”의 시작입니다.
어때요? 이젠 떠날 준비가 다 되셨나요?
그렇다면 건승하세요.
그리고 돌아와 제게 이야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든 순간  “함께”였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6. 05:57
<연금술사> - 파올로 코엘료

연금술사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윤대녕의 소설 제목입니다.
<연금술사>를 떠올리면 이상하게 전 이 소설 제목이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연금술사>가 무슨 오래된 고전 소설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나라에 미지의 문학처럼 여겨졌던 중남미 문학의 붐을 만들어냈던 소설.
그리고 작가는 참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직업, 그리고 다양한 방황(?)과 다양한 구도(?)의 길을 만난 사람입니다. 산전수전에 소위 공중전까지 전부 겪은 셈이죠.
처음에 이 사람의 책을 읽었을 때 분명 게이일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문체가 여성스러웠던 건 아닌데 어쩐지 섬세하고 다정한 것이 따뜻한 양모를 뒤집어쓰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따스함의 전달 혹은 적당한 안식이라고 말할까요???
제가 알기론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책은 전부 9권입니다.
그의 첫 책을 비롯해 11권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상태고 가장 최근 번역작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개인 산문집입니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27년 동안 열심히 작가의 길을 가고 있네요.
이 사람의 경력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직업을 가지는 게 가능할까 의심스러울만큼 다양합니다.
그것도 한번 스치는 직업이 아니라 소위 한 분야의 전문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을 발휘했던 사람이죠.
그런 사람의 마지막 정착지가 작가인 셈이네요.
1947년 출생, 이제 60 고개에 접어든 나이니까 혹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료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입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의 내용은 몰라도 이 구절은 이제 하나의 명언처럼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단서가 있다는 걸 혹시 아시나요?
“단,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잘 아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잊어버린다는 사실이죠.

이 책,
 
첫 페이지부터 은밀함을 품고 있습니다.
.....위대한 업의 비밀을 알고,
그 비밀을 사용할 줄 아는 연금술사 J에게....
어쩌면 그냥 스쳤을지도 모르는 이 문구가 이 책의 맨 앞에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는 동안은 이 “J"가 되기로 작정을 했죠.
주인공 산티아고의 순례의 길을 함께 따라갑니다.
“J"인 나는 꿈을 해몽하는 집시가 되기도 하고, 늙은 왕이 되기도 하고, 크리스털 가게 주인이 되기도 하고, 영국인이 되기도 하고, 낙타몰이꾼이 되기도 하고, 오아시스에 남겨둔 그의 여인이 되기도 하고, 연금술사 스승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산티아고 자신의 모습이 되기도 하죠.
함께한 순례의 길은,
자아의 신화, 위대한 업 혹은 만물의 정기, 그리고 하나의 언어로 명명되어지는 “사랑”에 대한 비유와 상징의 보물 찾기였다는 걸 깨닫습니다.
결국 이 책,
“소통”과 “조화” 에 대한 충고였던 셈이네요.
크리스털 주인의 꿈은 메카로의 성지순례였습니다.
산티아고 덕에 부자가 된 그는 떠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합니다.
그는 말하죠.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혹시 이 모습이 내 모습, 혹은 당신의 지금 모습은 아닌지......)
가게 주인은 꿈의 길 그 끝에서 마지막을 보게 될 사람입니다.
그가 만약 진정한 연금술사를 꿈꿨다면 아마 다르게 말을 했겠죠.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일에는 결국 치러야 할 댓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래 앓고 난 사람처럼 힘들게 하는 일이 있나요?

어쩌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아는 길을 되집어 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따뜻한 봄날,
당신의 영혼에 파이팅을 외칩니다.
이제 꽃으로 피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30. 08:56

<동주야> - 문익환


     

 

  <윤동주(뒷줄 오른쪽)와 문익환(뒷줄 가운데) 모습>

 

 동주야


동주야

너는 스믈 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왔지만

나한테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앞에서

이렇게 구질 구질 늙어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다는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 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 몸 짓뭉게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의 잡히고 있다.



문익환 목사를 아시나요?

그럼 이런 질문은요?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를 아시나요?

별로 TV를 보는 편이 아니지만 우연히 보게 된 화면에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3월 18일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르팍도사”라는 프로에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나와 아버지 문익환 목사님에 대한 내용들을 술회하더군요.

그러면서 이 시가 소개가 됐습니다.

제가 뭐라고 감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윤동주, 장준하 등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사회운동, 통일운동에 남은 생애 전부를 걸었던 목사 문익환.

그 분의 타계한지 올 해로 꼭 15년이 됐다고 하네요.

제 기억에 생생한 모습은,

반쯤은 헝클어진 머리에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고 꼿꼿한 몸으로 항상 시위대열의 선두에 서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종교인의 정치참여라는 게 익숙치 않았던 제 눈에 어쩌면 괴짜 노인네로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1989년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회담 후 귀국, 그러나 살벌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루기도 했던 분입니다.

그러나 그 분이 사회운동에 직접 뛰어들게 된 건 처음부터가 아니었습니다.

친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고 장준하”의 의문사를 계기로 50대 후반에 비로소 사회운동에 투신하게 됐다고 합니다.

60대와 70대를 펄펄한 청춘으로 다시 살기 시작한 문익환 목사는 마지막 17년의 삶 중 11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됩니다.

아들은 노구의 몸으로 옥고를 치루는 아비를 보고 간곡히 말합니다.

이제 그만 쉬시면서 글을 쓰시면 어떻겠느냐고....

아비는 그런 아들을 매서운 눈으로 한 번 바라봅니다.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제 시작이다!” 라고....

먼저 간 친구들을 떠올리며 산다는 건,

어쩌면 평생 자신의 어깨 위에 그 친구들의 의무와 희망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부채의 느낌이든, 아니면 무언의 약속이었든 말이죠.

생체 실험으로 29살 청춘에 희생된 시인 윤동주, 그리고 일본군에 자원입대하여 탈출에 성공해서 임시정부를 찾아 죽음의 길이라고 불린 파촉령을 끝내 넘었던 장준하.

문익환 목사님은 이 두 사람의 남긴 삶까지도 책임지며 살아냈던 겁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나 혼자만의 삶을 사는 것도 너무 힘들고 버겁다고...

그런데 한 사람의 몸으로 누군가의 남긴 삶까지 끌어안고 그것도 내내 펄펄하게 살아낸 사람도 있다는 걸 느낄 땐, 가슴 저 바닥까지 섬뜩해집니다.

난 여전히 호사를 꿈꾸고 있다는 생각...

지독한 불평뿐인 제게 일침이 가해집니다.


......구질 구질 늙어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꽃이 핍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그리하여 우리 후손들이

이 산을 다시 넘게 하지않기 위해.."서 라고.

..............................................................

 

제가 뭐라고...

감히 꽃을 피우고 싶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