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5. 17. 08:18

 

<Hedwig>

 

일시 : 2016.03.01. ~ 2016.05.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대본 : 존 카메론 미첼

작사, 작곡 : 스티븐 트레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손지은

출연 :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 (헤드윅) / 서문탁, 임진아, 제이민 (이츠학)

제작 : (주)쇼노트

 

이번 시즌 "변요한"의 <헤드윅> 합류는 이슈 중에 핫이슈였다.

<미생>과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연기 잘하는 대세배우라는건 다 알고 있지만

뮤지컬 경험이 전무한 그가 2시간 넘게 모노 드라마처럼 끌고 가야 하는 <헤드윅>을 한다니...

New Make-up이라는 부제에 딱 걸맞는 캐스팅이긴 하지만

매니아층이 두터운 이 작품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본전도 못찾고 나가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오후 8시.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첫공 후 들리는 소문은 크게 두 가지 였다.

첫번째는 생각보다 여장이 예쁘지 않아 놀랐고

두번째는 기대보다 노래를 못해서 놀랐단다.

(대사도 중간중간 까먹어서 공연시간도 평소의 시간보다 짧아져버렸다는...)

예매를 해놓고... 이런 소문들을 들으니...

솔직히 난감했다.

그래도 예매한 날짜가 5월 중순이니 그때쯤이면 로딩이 될거라 믿기로 했다.

 

드디어 관람일.

1층 C열 세번째줄 시야방해석은 시야방해라는 무색할 정도로 뷰가 좋았다.

(이츠학이 몇 장면에서 살짝 가려지긴 하지만 그정도는 애교의 수준이고...)

그리고 다행스럽게 변요한은 걱정했던것보다는 느낌이 좋았다.

트렌스젠더라는 설정때문에 일부러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목소리가 비음이 많이 섞였고 묘한 사투리톤이 느껴졌다.

나중에 고향을 검색해봤더니 인천이란다.

뭐지? 하면서 혼자 난감해하다 내린 결론은,

변요한이라는 배우가 "헤드윅"이란 인물에 완벽하게 동화되지 못했다...라는 거다.

실제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꽤 있었고

노래 역시도 무리가 됐는재 전체적으로 음을 많이 낮춰서 불렀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이상하게 오만석과 오버랩이 되서 참 미묘했다. 

무대장악력은 아직까지는 확실히 부족해 보였고...

그래도 <헤드윅>을 자신의 첫번째 뮤지컬로 선택한 가공할만한 뚝심은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작품은 이츠학 외에 등장인물이 없이 기댈 곳도, 숨을 곳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이츠학에게 기댈 수 있느냐... 전혀 아니다. 그냥 일인극이라고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야말로 헤드윅과 관객과의 일대 다수의 정면 대결.

그런 작품을 변요한이 선택한거다.

욕을 먹더라도 정면으로 부디치겠다는 패기,

그거 하나는 완벽하게 "헤드윅"스러웠다.

걱정되는건,

첫작품부터 너무 쎈 놈을 만나서 차기작 선택이 쉽지 않을거라는거!

그럴리는 없겠지만 <헤드윅>이 이벤트성 출연으로 끝나는게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개인적인 욕심은 뮤지컬 말고 연극무대에 변요한을 보면 참 좋겠는데...

(스테디 레인이나 거머여인의 키스 혹은 가볍게 트루 웨스트도 괜찮을 것 같고!)

 

아! 그리고 이츠학 제이민이 부른 Radiohead의 "Creep"은 정말 좋았다.

이 노래 한 곡으로 제이민은

헤드윅도 잊게 만들고 변요한도 잊게 만들었다.

제이민의 새로운 발견 ^^

이걸로 이번 시즌 <헤드윅>은 깔끔하게 아듀~~~

 

* 역시 <헤드윅>의 커튼콜을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냥 곱게 앉아 있고만 싶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4. 22. 08:16

 

 

<Hedwig>

 

일시 : 2016.03.01. ~ 2016.05.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대본 : 존 카메론 미첼

작사, 작곡 : 스티븐 트레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손지은

출연 :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 (헤드윅) / 서문탁, 임진아, 제이민 (이츠학)

제작 : (주)쇼노트

 

New Make Up 이라고 했다.

그래서 뭔가가 달라졌나보다 싶어 기대가 됐다.

그런데 달라진건 무대 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츠학이 첫 곡을 영어버전으로 부른다는거 빼고는 추가된 넘버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무대가 엄청난 것도 아니고...

단일 무대에서 멀티 레이어드로 무대가 바뀌었다는데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자동차 여러대가 몇 겹으로 쌓여있으니 레이어드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무대 오른쪽에는 이츠학에 의해 완전 수동으로 들락 날락하는 자동차가 한 대 있는데

보닛에 고프로가 있어서 거기서 헤드윅이 어린 시절 오븐에서 지낸 이야기를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무대 셋트들이 바뀌긴 헸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무대셋트가 훨씬 좋았다.

올드한 감성이긴한데

아무래도 <헤드윅> 만큼은 대극장이 아닌 작고 소박한 공연장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야 토미 노시스의 대형 콘서트와 비교도 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미스테리 여인의 이야기에도 더 쉽게 귀를 기울일 수 잇을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에서 "조승우"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긴 무대의 변화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조승우로 충분한데...

허허벌판에 조승우만 서있어도 가득 차보일텐데 말이다. 

거기에 rock feel 충만한 서문탁까지 가세하니 공연장 지붕이 뚫리지 않는게 용할 정도다.

평일 낮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빈지라리 전혀 없이 매진이 됐고

관객은 수요일 낮 3시를 불금의 밤 12시쯤으로 만들었다.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도 놀랍지만

단 한 번도 객석의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 조승우도 역시 놀랍다.

 

2005년 초연때부터 매 시즌마다 꼭 챙겨봤으니

나도 <헤드윅>에 관해서라면 이제 이골이 날 정도로 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보는 이유,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근데 이것도 이제는 정말 못해먹겠다.

커튼콜 스탠딩의 압박.....이 점점 공포로 다가와서...

요즘엔 의무적인 기립박수도 싫어 왠만해선 1층 맨 앞 자리 예매도 절대적으로 피하는 입장이라 더 그렇다.

(한마디로 늙었다는 뜻!)

그래서 이번 시즌도 조승우와 변요한만 보자 작정했다.

어쩌면 이번 관람이 마지막으로 보는 조승우 헤드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혼자 살짝 감상적이 되버렸다.

10년의 시간.

초연의 조승우와 지금의 조승우를 머릿속에 나란히 세워놓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일단은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만고의 진리에 감사했다.

조승우도 10년 전의 그 몸은... 미안하지만 아니더라.

그런데!

나는 그 나이듬이 또 너무나 좋았다.

젊은 헤드윅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는데,

지금의 헤드윅은 그와 다른 노련함과 세월의 질곡이 묻어 있어 애잔하다.

슬픔과 서글픔의 차이.

 

만약에...  

조승우가 50이 넘은 나이에 헤드윅을 하게 된다면,

산전수전 다 겪은 헤드윅을 보기 위해 기꺼이 공연장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때 듣는 "The origing of love"는...

와. 정말 신화같고 전설같고 종교 같겠다.

 

진실이 전부인 여자.

헤.드.윅.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5. 07:57

<Hedwig>

일시 : 2014.05.13. ~ 2014.09.28.

장소 : 백암아트홀

연출 : 이지나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사,작곡 : 스지븐 드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출연 : 조승우,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 (헤드윅)

        이영미, 전혜선, 최우리, 서문탁 (이즈학)    

제작 : 쇼노트

 

<헤드윅>이 한국 공연 10년이 됐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역대 헤드윅과 이츠학들을 했던 배우들이 차례로 출연하는 기념 공연이 됐다.

조승우도 <맨 오브 라만차> 막공에서 예고한것 처럼 흥신소 운영을 끝내고 다시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워낙에 티켓예매도 어렵고해서 이번 시즌은 넘기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조승우 공연을, 그것도 첫공을 관람하게 됐다.

(진짜 운이 좋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처음으로 2층에서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론 1층보다 훨씬 좋았다.

지금껏 몰랐었는데 조명이 참 좋더라.

헤드윅과 이츠학이 노래할 때 무대 양쪽에서 생기는 그림자는

"Tear me down"가사처럼 두 개로 분리된 자아의 느낌이라 은근히 의미심장해 보이더라.

다른 헤드윅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아나운서 멘트가 아니라 이츠학이 헤드윅이 옷갑아입으려고 들어갈 때 부른 노래로 시작되니 느낌이 새로웠다.

주승우의 목상태가 좋아보이지진 않았지만

무대과 관객 장악력을 역시나 대단하다.

살짤살짝 타이밍도 흔들렸고 대사나 상황도 놓쳐서

초반엔 이영미 이츠학이 발란스을 맞추기 힘겨워할 정도였는데

"sugar daddy" 이후로는 자기페이스로 완전히 만들어 잘 놀더라.

역시나 큰 틀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기존의 형식과 소품들 제약없이 아주 자유롭게 진행된 헤드윅이었다.

여권 운운하면 소란피우는 장면과 모피장면을 안해서 좋았다.

그리고 "exquisle corpse"에서 바닥을 뒹그는 장면을

조승우 헤드윅은 극도의 침묵과 고요로 표현하는건 확실히 좋더라.

개인적으로 기존의 방식보다 이게 훨씬 더 임펙트가 강했다.

편곡을 달리하니 헤드윅의 익숙한 곡들을 완전히 새롭게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헤드윅>의 넘버는 정말 좋다.

그래서 나 역시도 <헤드윅>이 올라올 때마다 한 번쯤은 꼭 보게 되는 것 같다.

스탠딩 커튼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번엔 2층에서 관람해서

1층만큼의 광기는 경험하지 않아서 좋았다. ^^

그래서 <헤드윅> 관람은 이제부터 2층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백암아트홀은 시야장애도 없고 특히 가운데열은 뷰가 정말 좋았다.

조승우의 목상태가와 전체적인 음향만 좋았다면

이번 관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관람이 됐을텐데 살짝 아쉽다.

그래도 결론은 <헤드윅>은 역시 <헤드윅>이라는 거다.

확실히 사람을 중독시키는 힘이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조승우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승승장구할거다.

수많은 앞으로의 헤드윅과 이츠학을 위하여~~~

그리고 앵그리 인치 밴드를 위하여~~~

건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1. 07:4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엘리자벳> 샤토드 OP석 한가운데와 바꾼 세번째줄 통로석 조승우 <헤드윅>

솔직히 오래 고민하지도 않았지만

탁월한 선택이었고 현명한 결정이었다.

세번째줄 통로석에서 정면으로 대면한 헤드윅은.

표정과 감정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됐다.

그러니까 조승우는

정말 "헤드윅"을 표현하고 싶었던거다.

조승우가 만든 헤드윅이 아니라 진짜 "헤드윅"를...

헤드윅!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단 한 사람.

사랑때문에 외롭지만 사랑때문에 당당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반쪽여자 "헤드윅"이 나는 질투나게 부러웠다.

반쪽으로도 완전할 수 있다는 걸 헤드윅이 내게 보여줬다.

비록 그것뿐일지라도...

 

텍스트를 통해 인물을 창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텍스트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파고들어 인물을 창조하는 정공법적인 방법과

텍스트에서 자유로워짐으로써(그렇다고 텍스틀를 무시한다는 뜻은 절대 아님!)

인물을 새롭게 창조하는 위험하면서도 독보적인 방법.

이번 시즌 <헤드윅>에서 조승우는 두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조승우이기에 가능한 방법이고,

<헤드윅>이기에 가능한 방법.

객석의 작은 움직임과 반응을 즉각적으로 캐치해내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어내는 조승우의 모습은

촉수를 세운 동물의 감각, 그것과 일치한다.

그래서 매공연을 같지만 완전히 다른 공연으로 만들어버린다.

(무섭다! 조승우란 배우!)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표현한 장면들도 볼때마다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특히 토미와 헤드윅이 교차되는 토마토장면을

경련에 가까운 과격한 액션이 아니라 침묵처럼 고요하게 표현한 건 이번 시즌 best of best다

(정말 무시무시한 표현이라 숨소리조차 못내겠더라)

토미와 헤드윅의 완벽히 합치되는 모습.

하나됨. 완벽한 완성...

내가 <해드윅>을 보는 이유는

이걸 목격하기 위해서다!

 

보석같이 반짝이는 <헤드윅>의 넘버들!

그야말로 한 곡 한 곡 전부 cheer up!

"The origin of love"와 "wicked little town" 두 곡은 그 자체가 완벽한 철학이다.

특히 "The origin of love"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뮤지컬 넘버 3위 안에 들어간다.

이 노래는 전주만 들어도 조건반사처럼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한 곡 속에는...

<헤드윅>이 하고 싶어한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내 모든 이야기도...

끝없이 서린 슬픔.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게 나의, 당신의, 우리의 사랑이다.

그러니 부디 모두들 잘 견디시길!

cheer up!

 

 

 

<The Origin Of Love>

 

아주 오랜 옛날, 구름은 불을 품고

하늘 너머 높이 솟은 산

오랜 옛날

두쌍의 팔과 두씽의 다리를 가진 사람

하나로 된 머리 안에 두 개의 얼굴 가진 사람

한 번에 세상 보고 한 번에 읽고 말하고

한없이 큰 이 세상 굴러다니며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사랑 그 이전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그 옛날 세 종류 사랑 중 등이 붙어 하나된 두 소년

그래서 해님의 아이

같은듯 다른 모습 중 돌돌 말려 하나된 두 소녀

그들은 땅님의 아이

마지막 달님의 아이들,

소년과 소녀 하나된

그들은 해님, 달님, 땅님의 아이

The origin of love 

이제 불안해진 신들은 아이들의 저항이 두려워 말하길

너희들을 망치로 쳐죽이리라, 거인족처럼

그때 제우스는

됐어! 내게 맡겨!

그들을 번개 가위로 자르리라

저항하다 다리 잘린 고래들처럼

그리곤 벼락 꼭 잡고 크게 웃어대며 말하길

너희 모두 반쪽으로 갈려 못만나리, 영원토록

검은 먹구름 몰려들어 거대한 불꽃 되고

타오른 불꽃 벼락 되어 내리치며 번뜩이는 칼날 되어

함께 붙은 몸 가운데를 잘라내버렸지

해님, 달님, 땅님의 아이들

 

어떤 인디언신, 조각난 몸을 꿰매고

매듭을 배꼽 만들어 우리 죄 다시 생각케해

오, 사이러스 그 나일의 여신,

폭풍 일으켜 세워

거대한 허리케인

갈라지는 하늘

검게 쏟아지는 폭우

거침없는 파도에 흩어져버린 우리

끝없는 절망 속 마지막 애절한 소원

한쪽 다리와 눈만은 제발 남겨 주시길...

 

나는 기억해,

두 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

피묻은 얼굴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율까

하지만 난 알아, 네 영혼

끝없이 서린 그 슬픔

그것은 바로 나의 슬픔

그건 고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그래 우린 다시 한몸이 되기 위해 서로 사랑해

그건 making love, making love

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The origin of love,

That's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12. 08:1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6월 이후 두번째 <헤드윅> 관람.

첫번째 관람 때는 조승우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었다.

"와! 정말 작정하고 제대로 노는구나!"

그동안 그가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구구절절 마디마디 느껴졌다.

 

티켓오픈과 동시에 몇 초 만에 좌석을 all clean하게 만들어버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 조승우!

그런 조승우의 떨림을 목격하는 건 아주 엄청난 충격이자 신선함이었다.

현장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애드립을 구사하는 배우의 저력과

그러면서 스토리 자체는 절대 흔들어 놓지 않는 배역에 대한 충실함의 조화는

묘한 융합이자 색다른 일체감이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신명나게 벌어진 굿판을 보는 느낌, 그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조승우 <헤드윅>.

이럴 수가!

이건 완전히 다른 작품이고,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헤드윅>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다.

이 작품이 이정도까지 아프고 아련하고 슬픈 작품이었구나!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파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어쩌면 나는 사실 울음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는지도...)

나는 지금까지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 로빈슨 하사와 토미, 심지어 이츠학에게까지.

그 원망의 마음이 폭발하는 음악으로 쏟아져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헤드윅이 말하고 싶었던 건.

"완전한 사랑"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는 걸!

"The origin of love"의 가사 그대로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느닷없이 내리치는 폭력같은 "그리움"이 그대로 내 가슴에 꼱혔다.

무자비했고 잔인했고 거침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메시지다.

내 생각과 내 마음과 내 모습에 대한 메세지.

지금의 나의 모든 것에 댐한 메세지.

어쩌면 나는 스스로 "해드윅"이 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wicked little town"으로 가기 위해서...

 

용서와 사랑은.

완전히 다른 거다.

용서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이 정답인가!

피흘리지 않는 또 다른 나의 반쪽이 정답일까?

피흘리지 않는다고 그게 진정한 사랑일까?

 

<헤드윅>

이 작품이, 이 녀석이,

깊게깊게 숨겨놓은 내 일기장을 활짝 펼쳐놨다.

 

어쩌면 나는...

매번 피를 흘리는 쪽만 선택하면서 살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나의 "헤드윅"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27. 08:28

<Hedwig>

 

일시 : 2012.08.11 ~ 2012.10.21.

장소 : KT&G 상상아트홀

출연 : 오만석, 박건형 (헤드윅) / 이영미, 안유진 (이츠학)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이준

제작 : CJE & M, 쇼노트

 

내가 다시 <헤드윅>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게 다 순전히 오만석 때문이다.

아무리 <헤드윅>이 내가 열렬히 좋아라하고 미친듯이 사랑하는 넘버로 가득하다지만 마지막 커튼콜 광란의 시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느 때부터인지 점점 예매가 망설여지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커튼콜에 광란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두 발로 서있을 뿐인데도 힘겹다.

(이렇게 쓰려니 참 민망하면서 살짝 나이듬의 비애까지 느껴지려고 한다.)

 

7년 전 오만석, 송용진, 김다현, 조승우 캐스팅으로 초연됐을 때

전캐스팅을 한 번씩 다 봤었다.

(그때는 나도 참 팔팔했었는데... 쩝!)

네 명의 헤드윅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오만석 헤드윅.

정확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뭐랄까.

오만석 헤드윅은 테스트를 오래 분석하고 고민한 사람의 흔적이 느껴졌다.

배우로서의 오만석!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연출가들이 좋아하면서도 꺼려하는 1호 배우가 아닐까 싶다.

연출가적인 분석과 시선을 가진 오만석,

게다가 텍스트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실천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참 요리하고 어려운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혼자서도 스스로 요리할 줄 아는 배우이기도 하고...)

 

 

7년 만에 돌아온 오만석 헤드윅!

그로테스크하고 그리고 참 절절하다.

본인은 커튼콜때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이라서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더 노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헤드윅>이란 작품에 대해, "헤드윅"이란 인물에 대해 오만석이 갖는 깊이와 고민이 느껴졌다.

좀 쓸쓸했고 그리고 간절했다.

그렇다면 배우 오만석이 원하는 건 "헤드윅"의 완성이었을까?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헤드윅>은 만 37세의 한 남자에게 다시 성장소설을 쓰게 한다.

<헤드윅>이란 작품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참 멋지고 당당하다!

<헤드윅>이란 작품도,

오만석이란 배우도.

그가 부르는 "origin of love"는 듣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커튼콜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기꺼이 공연장에 앉아있을 수 있겠노라고.

일종의 신화이자 철학인 "origin of love"

그로테스크한 화장과 몸짓의 헤드윅과 함께

애니메이션 내용이 주는 섬득함의 중첩이 나는 언제나 황홀하게 좋다.

일부러 표정과 행동을 과장되게 움직이는 것도

일종의 메세지임을 오만석의 헤드윅은 잘 표현해준다.

참 묘하다.

혐오스러울만큼 외면하고 싶은 거부감과 함께

몰래 숨겨놓고 혼자서만 독점하고 싶은 깊은 연정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이 여자도 아닌고 남자도 아닌 한 사람이

나를 참 처연하게 한다.

 

오만석 헤드윅은 무디면서도 참 굵직하다.

굵직함으로 섬세함을 표현한다는 말이 모순처럼 느껴지겠지만

그의 헤드윅을 보고 있으면 잔기교로 사람의 혼을 빼놓는 게 아니라

연기력과 감정, 집중력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는 걸 절감한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꽃미남과도 아닌 오만석 헤드윅.

때론 참 투박하고 멋대가리 없어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게 참 오래 간다.

오만석이란 배우는 내게 <헤드윅>을 수묵화처럼 느끼게 한다.

이런 표현이 도대체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내가 써놓고도 참 어이없는 비유다.)

오만석이 표현하는 "tommy"는 또 어떻고...

토마토 장면은 본인이 의도만큼 충분히 표현하진 못했지만

그런 부족함이 개인적으론 참 좋게 보였다.

정말 속죄의 투어 같았다고나 할까?

아, 이 사람은 이걸 이겨내기 위해 또 고민하겠구나...

어쩌면 한 편의 성장소설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오만석!

이 사람은 <Hedwig>을 통해

만개(萬開)함으로 만석(萬奭)하려나보다.

이번 시즌을 통해 오만석만의 "Wicked Little town"이 서서히 완성될지도 모르겠다.

참 영리하고 wicked한 배우다.

 

이영미 이츠학!

<헤드윅>의 터줏대감이라고 해도 무방할 배우.

항상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이츠학은 가능하면 이영미로 보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의 이츠학이 제일 좋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드나보다.

예전만큼 성량이 풍부하고 생동감 있진 않지만 그래도 역시 이영미는 이영미다.

그녀가 <헤드윅>에 뿌린 땀방울은 그녀만의 이츠학을 노련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이영미 이츠학에게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헤드윅의 진짜 주인공은 이츠학일지도 모르겠다.

 

헤드윅!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9월 7일 오만석 헤드윅을 처음 만나는 거였다.

그런데 계획보다 좀 일찍 만났다.

그래서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늘 그랬든 고민의 내용은 이렇다.

go냐! stop이냐!

 

* 솔직히 말하면 "헤드윅"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오만석을 보고 싶긴하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