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12. 08:1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6월 이후 두번째 <헤드윅> 관람.

첫번째 관람 때는 조승우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었다.

"와! 정말 작정하고 제대로 노는구나!"

그동안 그가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구구절절 마디마디 느껴졌다.

 

티켓오픈과 동시에 몇 초 만에 좌석을 all clean하게 만들어버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 조승우!

그런 조승우의 떨림을 목격하는 건 아주 엄청난 충격이자 신선함이었다.

현장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애드립을 구사하는 배우의 저력과

그러면서 스토리 자체는 절대 흔들어 놓지 않는 배역에 대한 충실함의 조화는

묘한 융합이자 색다른 일체감이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신명나게 벌어진 굿판을 보는 느낌, 그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조승우 <헤드윅>.

이럴 수가!

이건 완전히 다른 작품이고,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헤드윅>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다.

이 작품이 이정도까지 아프고 아련하고 슬픈 작품이었구나!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파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어쩌면 나는 사실 울음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는지도...)

나는 지금까지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 로빈슨 하사와 토미, 심지어 이츠학에게까지.

그 원망의 마음이 폭발하는 음악으로 쏟아져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헤드윅이 말하고 싶었던 건.

"완전한 사랑"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는 걸!

"The origin of love"의 가사 그대로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느닷없이 내리치는 폭력같은 "그리움"이 그대로 내 가슴에 꼱혔다.

무자비했고 잔인했고 거침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메시지다.

내 생각과 내 마음과 내 모습에 대한 메세지.

지금의 나의 모든 것에 댐한 메세지.

어쩌면 나는 스스로 "해드윅"이 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wicked little town"으로 가기 위해서...

 

용서와 사랑은.

완전히 다른 거다.

용서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이 정답인가!

피흘리지 않는 또 다른 나의 반쪽이 정답일까?

피흘리지 않는다고 그게 진정한 사랑일까?

 

<헤드윅>

이 작품이, 이 녀석이,

깊게깊게 숨겨놓은 내 일기장을 활짝 펼쳐놨다.

 

어쩌면 나는...

매번 피를 흘리는 쪽만 선택하면서 살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나의 "헤드윅"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5. 08:2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2005년 초연 이후에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된 뮤지컬 <헤드윅>이 벌써 올 해 공연이 여덟 번째 시즌란다.

8번 공연 중 2005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13년의 <헤드윅>을 봤다.

심지어는 초연을 기다리면서 존 카메론 미첼의 영화까지도 찾아봤었다.

첫인상은 엄청나게 그로테스크하다는 것!

그런데 그 기묘하고 기괴한 분장의 <헤드윅>에 묘한 연민의 정이 생기면서

점점 깊은 일체감 비슷한 동류의식까지 느껴게 된다.

(뭐 내 성적취향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이젠 취향 따위도 없는 단계에 이르러서...)

 

지난번 시즌과 이번 시즌의 텀은 유난히 짧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조승우의 파워가 아닌가 생각된다.

원래 <헤드윅>을 할 예정이었는데 드라마 "마의" 때문에 엎어지게 된 게 결정적 계기!

조승우가 <헤드윅>을 하고 싶어한다는데 어느 제작자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텀이 길든 짧든 일단 추진하고 볼 일이다.

조승우가 출연한다기에 사실 티켓팅을 완전히 포기했었다.

그러다 이 녀석의 인터뷰를 보게됐는데,

그걸 읽고 나니까 이게 또 막 궁금해지기 시작하는거다.

“무대 위에서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정말 놀아보고 싶어서 <헤드윅>을 선택했다. 나를 불사를 수 있는 힘이 있는 작품으로, 본질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걸 항상 유념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 메시지 모두를 관객들에게 맡기는 프리스타일 공연을 하고 있다. 대본 수정 후 한번도 대본을 보지 않았을 정도로 일부러 외우려고 하지 않고, 헤드윅이라는 사람이 펼치는 쇼, 그 공연 안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좀 놀아보겠단다!

그것도 본질은 놓치지 않고서!

도대체 뭘 어떻게 놀겠다는건지 궁금해서 예매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의외로 아주 쉽게 괜찮은 자리를 한 번에 예매했다.

(스탠딩 압박이 없는 구석 자리 하나 잡겠다 생각하고 예매처에 들어갔던건데....)

 

조승우 헤드윅!

결론만 말하자.

정말 미치게 잘 논다.

자유자재로 대사를 치고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애드리브을 연출하는데 가히 물만난 고기같다.

텍스트(대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헤드윅!

물론 기본 구성과 스토리를 파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헤드윅>이라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 그 안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뭐랄까!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one man band를 보는 느낌!

끝나고 나서 알았다.

완전히 그에 의해서 놀아났다는 걸.

누가? ......... 내가!

나, 스탠딩 정말 싫어한다.

근데 저절로 일어나게 되더라.

이 녀석 정말 그동안 무대가 이렇게까지 그리웠구나 싶어 주책없이 연민의 정도 생겼다.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참아냈던 걸까?)

목소리도 일부러 여성스럽게 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여자처럼 감정에 빠질 때는 한없이 깊게

그러면서도 치고 나올 곳에서는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뛰쳐 나온다.

솔직히 무림고수의 현란한 칼솜씨를 보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번 헤드윅은

(송창의와 손승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츠학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

Sugar Daddy도 그렇고 청혼 장면도 그렇게 헤드윅에 의한 1인극처럼 진행된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바뀐 구성이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츠학이란 인물은 공연 내내 존재감이 없이 소품과 다름없이 있다가 

헤드윅에게 가발을 건네받는 장면에서부터 존재감이 커졌으면 하고 바랬었다.

핸드폰 운운 하던 장면이 없어진 것도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이렇게 바뀐게 이지나의 생각인지, 조승우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런 발언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겠지만

2005년에 비하면 조승우도 확실히 나이를 먹었다.

그때는 펄떡펄떡 튀어오르는 날 것의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산전수전을 겪은 헤드윅의 완숙미가 느껴진다.

그래선가?

이 작품을 조승우가 마흔이 넘어서 하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기획도 괜찮지 않나!

20대, 30대, 40대 헤드윅을 한 시즌에서 만나보는 그런 기획!

 

이덕화의 "하이모" 카피나

첫공연에만 하고 안 할 예정이었다는

JCS의 "I only want to say"는 일종의 팬서비였던 것 같은데 재미와 놀라움, 두가지 전부에 성공했다.

"Origin of love"에서는 본인 말처럼 주책없이 눈물을 보였지만

그 느낌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 노래 사실은 정말이지 눈물나게 아름답다.

OST로만 들고있어도 울컥해지기 일수다.

wicked little town은 헤드윅과 토미 버전 둘 다 너무 좋았다.

특히 토미의 버전은,

그야말로 속죄, 참회의 투어 딱 그 느낌이었다.

중반부에 바뀐 바바리 의상과 썬글라스는 정말 헐리웃 여배우의 포스를 풍겼고

(진심으로 너무 예뻐서...)

끝부분 헤드윅이 옷을 벗어던지며 토마토를 짓이기는 장면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그동안 바닥을 나뒹구는 퍼포먼스에 익숙했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무대 위에 우뚝 서서 이 모든 감정과 상황들을 오로지 표정의 변화로만 표현했다.

고통스런 기존의 퍼포먼스보다 나는 이 모습이 훨씬 더 강렬했다.

(이건 또 이지나, 조승우 중 누구의 생각이었을까?)

 

사실 이럴 줄 몰랐다.

조승우라는 배우가

본인에게도 관객에게도 익숙한 <헤드윅>에 다른 표정을 입혔다.

몰랐다. 이런 느낌일 줄...

이번 시즌 헤드윅은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하려고 했었는데

이 녀석 또 다시 나에게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졌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이 녀석의 헤드윅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9. 23:36
또 다시 헤드윅을 보게 될지 몰랐다.
이제 점점 저질 체력을 넘어서 체력이랄 것도 없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내게
공연 후 스탠딩은 참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2시간동안 앉아 있는 것도 허리가 죽겠다고 통곡하는 마당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봤다.
왜? 표가 생겨서... ^^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 최재웅에 이은 나의 다섯번째 헤드윅 김재욱.
이츠학은 최우리.
일단 지금까지 헤드윅을 한 배우들은 다들 쟁쟁한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배우 김재욱이 자신의 첫 뮤지컬로 선택한,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헤드윅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긴 했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에서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와플을 만들던 김재욱은
오랫동안 밴드를 해왔고 현재도 하고 있는 가수다.
(졸지에 "너는 가수다!" ... 뭐 대략 이런 소개가 되고 말았다)
비쥬얼상으로는 역대 최강의 미모와 기럭지를 소유한 헤드윅 되시겠다.
앵그리 인치 밴드도 예전보다 좀 젊어진 느낌이다.
아마도 김재욱과 함께 음악을 하는 밴드 멤버들이 함께 연주를 하는 모양이다.
앵그리 인치 밴드에게서 홍대스러운 인디밴드의 모습을이 살짝 엿보인다.
(이게 득인지 해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쨌든 어쩐지 낯설다.





조정석, 최재웅, 김동완, 김재욱.
이 멀쩡하게 생긴 그리고 말근육을 자랑하는 남정네들의 befor - after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두발 자율화가 헤드윅에도 강타를 했는지 내내 익숙하게 봐왔던 특유의 헤드윅 가발이 사라졌다.
스타일리시 하다고 표현하기엔 어쩐지 좀 서운하다.
(솔직히 많이 서운하다.)
예전 그 당치도 않던 과장된 가발과 그로테스크한 화장이 주는 의미도 상당했었는데... 
머리 모양과 바뀐 옷을 입은 그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노라니 묻고 싶어진다.
"저... 죄송하지만 우리 헤드윅은 언제쯤에 와요?" 라고...
불법이긴 하지만 성전환수술로 여자가 된 헤드윅!
그러나 여자라고 하기엔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남성적이었던 몸과 얼굴이 주는 극명한 반전과 불일치가
아마도 나는 더 비극적이고 불쌍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 헤드윅은 너무 세련됐다.
다른 헤드윅은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김재욱 헤드윅은 그 세련됨과 아름다움에 정점을 찍어 주신다.
(그 기다랗고 가늘던 몸매는 숱한 여자들의 감탄과 질타의 원흉 되시겠다!)
아무리 불법 성전환수술로 앵그리 인치가 남은 여자가 됐다 하더라도
트레일러 따위에 결코 버려질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다.
(내 말에 동감하는 사람 많지 않을까?)
암튼, 이쁜 것들은...
언제나 문제다! (^^;;)

 

 

얼마 후면 군대에 입대한다는 김재욱은 첫 뮤지컬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참 겁없이 잘 하더라.
헤드윅이라는 작품의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대담성에 솔직히 놀랐다.
익숙함과 낯섬의 공존이었다고나 할까?
애드립적인 요소도 과하지 않게 잘 이끌어가고
연기, 딕션, 표정, 액션도 상당히 괜찮았다.
김재욱만의 시니컬하고 도도한 표정이라니...
지금까지 내가 본 헤드윅과는 확실히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헤드윅이었다. 
다만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감정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헤드윅이 아니라 김재욱의 느낌이 강해서...
그런데 몸은 어쩜 그렇게 종이장 몸매일 수가 있고 
다리는 어쩜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길수가 있지?
아무리 모델 출신이라고 하지만 이기적이어도 너무 매몰차게 이기적이다.
슈가 대디 루터가 아닌 누구라도 김재욱 헤드윅에게 반하고 말겠다.
이쁘고 완벽한 몸매의 김재욱 헤드윅에 대해 굳이 흠을 잡자면,
토미 노시스일 때가 너무 묻힌다는 거!
초연 때 본 4명의 헤드윅은 토미의 모습도 헤드윅의 모습만큼이나 강렬했는데
(최재웅의 토미도 괜찮았고)
이상하게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점 토미라는 존재가 희미해진다.
퍼포먼스적인 것만 눈에 부각되는 것 같아서...


무대에서 처음 본 최우리 이츠학은 미안하지만 좀 많이 어색했다.
(이츠학을 꽤 오랫동안 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그날만 컨디션이 나빴던 걸까?)
지금까지본 이츠학 중에서 노래도 연기도 제일 약했던 것 같다.
헤드윅에 그 존재감이 완전히 묻혀버렸다고나 할까?
이츠학이 주는 비애와 슬픔, 좌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단지 무대 위에 놓여있는 소품같은 인상마저 들었다.
이츠학의 반전 역시 헤드윅의 반전만큼이나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부분인데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뭐 스토리 자체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조금 달라진 부분들도 종종 눈에 띈다.
뉴스장면과 불법체류자 장면, 모피 코트 장면 등 몇몇 장면들이 예전보다 훨씬 밋밋해졌다.
뭐 그래도 헤드윅은 헤드윅이다.
좋은 뮤지컬 넘버가 가지는 힘은 역시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게 한다.
공연 후 앵콜송 스탠딩은 힘겨움을 넘어 급기야 공포로 다가오지만
보고 나면 비록 몸치에 박치일지라도 
아직 일어서서 손 올리고 발굴릴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볼까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조정석 헤드윅이 무지 궁금하기도 하고...
참, 문제다! 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24. 06:30
작년 9월부터 1년동안 달려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년의 대장정을 마치고 아쉬움과 자축의 의미로 기획된 4번의 갈라 콘서트.
<Music of the night>
윤영석, 양준모, 홍광호 3명의 팬텀과
김소현, 최현주 2명의 크리스틴
정상윤, 손준호 2명의 라울과
그리고 영원한 팬텀 브래드 리틀까지...
고백컨데 이 공연을 예매했던 건 순전히 브래드 리틀 때문이었다.
그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의 팬텀을 놓친 걸 나는 아직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33만명 역대 최다 관객 동원,
대형 뮤지컬 최다 공연 401회.
2001년 국내 초연시 만들어낸 자신들의 모든 기록을 다시 새롭게 갱신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초연의 멤버 윤영석, 김소현의 감회도 새로웠겠지만
세계 최연소 팬텀의 홍광호의 감회도 남다랐으리라.
(2막에서 윤영석에게 자리를 내주는 아픈 기억까지 있었으니...)
나의 4번의 관람에서 홍광호 팬텀은 없었지만
양준모 팬텀과 최현주 크리스틴의 조합은 좋은 기억으로 담겨있다.
후반부의 양준모 팬텀을 다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의 조금 더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프로그램 선곡이 다양하고 알차서 관객 입장에서도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초반부는 <오페라의 유령> 곡들로 꾸몄고
후반부엔 배우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선보였는데
최현주가 선택한 "The girl in 14G"가 기억에 남는다.
성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귀엽고 발랄한 이 곡은 확실히 최현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탁월한 선곡이었다.
그리고 양준모와 정상윤이 부른 "Man of La Mancha"도...
두 사람의 깜찍한 바이크 댄스와 패러디 대사들 때문에 관객들이 무지 즐거워했다.
세 명의 팬텀이 부른 Il Divo의 "Hero"는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더라,
정말 너무 열심히 부르는데 세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면 좀 안습으로 변하는게...
뮤지컬 투란도트의 "Newwum Dorma"를 들으면서
윤영석이라는 배우를 정통 오페라 무대에서 만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Guest Stage!
브래드 리틀이 전부 4곡을 불렀다. 
<미녀와 야수>의 "If I can love her"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의 "Gethsemane"
김소현과 함께 <지킬 앤 하이드>의 "Take me as I am"
<Love never dies>의 "Til I hear you sing" 까지.
브래드 리틀의  목소리, 성량, 그리고 믿기지 않는 호흡은 들을 때마다 역시 감동적이다.
이 사람의 뮤지컬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기대와 설렘을 하게 만드는 환상적인 목소리였다.

박은태, 조정석, 김선영의 무대.
김선영은 <캣츠>의 "memory"를 불렀는데 아마도 <미스 사이공> 서울 공연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목소리에 조금 피곤이 묻어난다.
박은태는 <모차르트>의 넘버를 불렀고 (노래는 잘한다)
양준모의 친구(^^) 조정석은 <헤드윅>의 넘버 "The origin of love"를 불렀다.
그가 <헤드윅>을 다시 하게 된다면 한 번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처음에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는
<미스 사이공>의 "Why god, Why?"가 있었는데 그 곡이 빠져서 살짝 서운하긴 했다.
이 노래를 누가 부르게 될까 기대했었는데...
어쨌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콘서트였고
아쉬움이 있다면 주연배우 7명만으로 꾸며진 공연이었다는 게 좀...
"프라마돈나"나 극중극 한장면쯤 포함시켰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브래드 리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사람,
정말 서울에서 뮤지컬 한 편 공연했으면 좋겠다.
그럼 무지 행복하겠는데...
<Love never dies>로 come back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그렇다면 정말 브라보! 일텐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15. 13:16
오만석,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초연때 4명의 헤드윅을 다 봤었다.
여장이 가장 예뻤던 건 역시 김다현 (여자보다 더 예쁘다. 꽃다현... 이기적이더라...)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송용진 헤드윅이었노라 나름데로 결론을 맺었다.
조승우 헤드윅은 숱한 여성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입만 댓발 나왔던 기억...
(대부분 제 뭐래니? 하고 옆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관객들이여! 제발 타이밍에 맞춰 소리를 지르든 떡실신을 하시든 하라!)
오만석 헤드윅은 심야 공연이라 심신이 피로한 중에  
오만석 손 잡겠다고 내민 누군가의 손에 뒷통수 얼얼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프긴 했지만 덕분에 정신 하나는 바짝 들더라...)
그래도 오만석의 "The origin of love"는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고 서글프더라.



역대 헤드윅의 모습들로 꾸며진 포토존은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보니 개인적으로
송창의, 엄기준, 조정석의 헤드윅이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뮤지컬 <헤드윅>
OST는 정말 너무나도 환장하게 좋은데 초연 이후 왠지 안 보게 된 뮤지컬.
(아무래도 악을 쓰며 방방 뛰기에는 기력이 너무 처절했던게지...)
윤도현의 가세로 새롭게(?) 불이 붙은 헤드윅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최재웅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항상 최재웅, 박정환에 여지없이 끌려다닐까???)
최재웅에게 헤드윅 가발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무거운 가발 때문에 살짝 처진 눈꼬리가 더 내려가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군대에서 열심히 대본 읽고 있을 조승우가
절친 최재웅에게 권한 뮤지컬이란다.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어 이 남자, 참 친구 말 잘 듣는다 싶다.
(뭐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조승우라는 배우, 캐스팅 디렉터를 해도 되겠다 싶다.
의외의 발견 이츠학 최소영에 놀라다.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그렇게 긴 다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확실히 너무나 이기적이다. ^^



최재웅의 헤드윅은...
생각보다는 헤드윅(?)스럽지 않았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별로 없었고 관객들과 소통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엥그리 인치 밴드는 오랫동안 헤드윅을 해 왔기 때문에
완벽에 가깝다.
간혹 최재웅 헤드윅이 이질감 느껴지는 존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오히려 헤드윅일 때의 최재웅보다
토미 노시스일 때의 최재웅이 훨씬 괜찮다.
그래도 그만의 표정과 감정표현들은 상당히 괜찮은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모호한 느낌...
헤드윅의 존재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어쩐지 그에겐 헤드윅이 딱 적합한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변화는 놀랍다.
나는 그가 헤드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헤드윅을 무대에서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엄청난 메이크업에 무거운 가발을 쓰고, 몸의 털을 밀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 토마토를 으깨는 장면을 위해서는 
피나는  몸만들기가 필수!
군살없는 몸매에 매끄러움까지 갖춰야 하는 난코스가 남자 배우들을 기다린다.
이런 도전만으로도 어쩌면 <헤드윅>은  욕심이 생기는 배역이리라.



여자가 되어야 하는 남자와,
남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
헤드윅은 확실히 참 괜찮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아름다운 OST의 향연과 그리고 심장을 울리는 엄청난 비트.
내노라 하는 국내 유명 세션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 엥그리 인치의 연주
공연장 안은 콘서트장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연민과 안스러움, 슬픔과 허무함까지.
충격적인 내용들이 반복되다가도
어느 순간 유머 또한 잃지 않고 톡톡 튀어나온다.

문제는 그러니까 그거다.
헤드윅을 누가 하느냐...
최재웅!
그의 선택은 모호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좀 방황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