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15. 07:57

<Hedwig>

일시 : 2014.05.13. ~ 2014.09.28.

장소 : 백암아트홀

연출 : 이지나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사,작곡 : 스지븐 드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출연 : 조승우,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 (헤드윅)

        이영미, 전혜선, 최우리, 서문탁 (이즈학)    

제작 : 쇼노트

 

<헤드윅>이 한국 공연 10년이 됐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역대 헤드윅과 이츠학들을 했던 배우들이 차례로 출연하는 기념 공연이 됐다.

조승우도 <맨 오브 라만차> 막공에서 예고한것 처럼 흥신소 운영을 끝내고 다시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워낙에 티켓예매도 어렵고해서 이번 시즌은 넘기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조승우 공연을, 그것도 첫공을 관람하게 됐다.

(진짜 운이 좋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처음으로 2층에서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론 1층보다 훨씬 좋았다.

지금껏 몰랐었는데 조명이 참 좋더라.

헤드윅과 이츠학이 노래할 때 무대 양쪽에서 생기는 그림자는

"Tear me down"가사처럼 두 개로 분리된 자아의 느낌이라 은근히 의미심장해 보이더라.

다른 헤드윅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아나운서 멘트가 아니라 이츠학이 헤드윅이 옷갑아입으려고 들어갈 때 부른 노래로 시작되니 느낌이 새로웠다.

주승우의 목상태가 좋아보이지진 않았지만

무대과 관객 장악력을 역시나 대단하다.

살짤살짝 타이밍도 흔들렸고 대사나 상황도 놓쳐서

초반엔 이영미 이츠학이 발란스을 맞추기 힘겨워할 정도였는데

"sugar daddy" 이후로는 자기페이스로 완전히 만들어 잘 놀더라.

역시나 큰 틀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기존의 형식과 소품들 제약없이 아주 자유롭게 진행된 헤드윅이었다.

여권 운운하면 소란피우는 장면과 모피장면을 안해서 좋았다.

그리고 "exquisle corpse"에서 바닥을 뒹그는 장면을

조승우 헤드윅은 극도의 침묵과 고요로 표현하는건 확실히 좋더라.

개인적으로 기존의 방식보다 이게 훨씬 더 임펙트가 강했다.

편곡을 달리하니 헤드윅의 익숙한 곡들을 완전히 새롭게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헤드윅>의 넘버는 정말 좋다.

그래서 나 역시도 <헤드윅>이 올라올 때마다 한 번쯤은 꼭 보게 되는 것 같다.

스탠딩 커튼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번엔 2층에서 관람해서

1층만큼의 광기는 경험하지 않아서 좋았다. ^^

그래서 <헤드윅> 관람은 이제부터 2층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백암아트홀은 시야장애도 없고 특히 가운데열은 뷰가 정말 좋았다.

조승우의 목상태가와 전체적인 음향만 좋았다면

이번 관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관람이 됐을텐데 살짝 아쉽다.

그래도 결론은 <헤드윅>은 역시 <헤드윅>이라는 거다.

확실히 사람을 중독시키는 힘이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조승우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승승장구할거다.

수많은 앞으로의 헤드윅과 이츠학을 위하여~~~

그리고 앵그리 인치 밴드를 위하여~~~

건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7. 08:38

<Hedwig>

 

일시 : 2012.08.11 ~ 2012.10.21.

장소 : KT&G 상상아트홀

출연 : 오만석, 박건형 (헤드윅) / 이영미, 안유진 (이츠학)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이준

제작 : CJE & M, 쇼노트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또 <헤드윅>을 봤다.

(그것도 평일 저녁 공연을... 쩝!)

정말 원래 계획은 오만석 헤드윅만 보고 깨끗하게 접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또 박건형 헤드윅이 자꾸 궁금해지는거다.

후기도 나쁘지 않고, 박건형의 첫 소극장 뮤지컬 도전기도 한 번 목격하고 싶어 결국 의지를 꺾고 말았다.

(그놈의 결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의지!)

확실히 <헤드윅>은 참 망할 놈의 작품이다!

박건형 헤드윅!

개인적으로 내가 지금껏 본 헤드윅 중에서 가장 남성적으로 느껴졌다.

오히려 오만석 헤드윅보다 외모는 더 그로테스크해보였다.

노래는 지금까지 본 헤드윅 중에서 제일 약했던 것 같고...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게 지루하거나 뻔했던 게 아니라 좀 다르게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가는 건 또 오만석 헤드윅보다 훨씬 더 빨라서 이게 또 묘한 아쉬움을 남기는 거다.

쭉 뻗은 다리이긴 하지만 살잘 "O"자형 다리를 가닌 박건형 헤드윅.

성큼성큼하던 그 남성적인 걸음걸이하며 선 굵은 외모가 참 불쌍해보였다.

'아! 너 참 여자가 되려고 애썼는데 잘 안 됐구나... 그래, 너 정말 힘들겠다...'

뭐 대략 이런 측은지심 비슷한 것도 막 생겼다.

거기다가 박건형 헤드윅과 나란히 서니까 이영미 이츠학이 얼마나 여성스럽게 아담하던지... 

 

전체적으로 박건형 헤드윅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서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후반부가 더 매력적이다.

전반부는 약간 초짜의 아슬아슬함이 보였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의 흐름을 잘 이끌고 간다.

덕분에 "The origine of love"는 참 막막하고 모호한 노래가 되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박건형은 빠른 템포 노래보다는 약간 미디움 템포 노래를 부를 때 더 매력적이다.

"Tear me down"과 "Angry inch"를 부를 때는 좀 부담스러웠는데 

"wig in a box", "wicked little town", "midnight radio"는 정말 좋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넘버들가 쉬운 곡이 단 한 곡도 없음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헤드윅>이란 작품은 배우로서 참 많은 걸 요구하고 끌어내는 작품인 것 같다.

확실히 의욕만 가지고 도전해서는 내상(內傷)을 입을 수도 있는 작품이고 인물이다.

(박건형이 그렇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박건형의 헤드윅은 또 그만의 매력이 있어서 나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나는 헤드윅 박건형보다 토미 노시스 박건형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극의 중간중간 보이스로만 나왔을 때도 목소리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건 지금껏 다른 헤드윅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낯선 경험이라 사실 좀 놀랐다.

헤드윅의 토마토 광란이 끝난 후 등장하는 토미의 모습을 보면서

와! 박건형 이 작품 하기 정말 잘했다 혼자 감탄했었다.

(헤드윅을 보면서 헤드윅이 아닌 토미에 감탄한 사람도 흔치 않을거다)

 

이영미 이츠학은 지난번 오만석 헤드윅때보다 노래와 느낌이 훨씬 더 좋았다.

살짝 신비한 느낌도 들었다.

이츠학이라는 극중 인물 때문이 아니라

이영미라는 한 배우가 헤드윅으로 무대에 서는 박건형이라는 또 다른 배우를 서포팅하는 모습이

너무 세심하고 포근해서...

이츠학의 존재가 이런 거였구나 다시 생각했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그런 인물.

그렇다면 이영미는 이츠학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이 날 공연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윅>을 보는 건 역시 힘겹다.

아마도 이제 정말 <헤드윅>과는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르지.

나중에 정성화가 뱃살 두둑한 <헤드윅>으로 분한다면 그때 옛생각하면서 다시 보게 될지도...

참 여러모로 육중하게 앵그리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참...

그림은 영 안 나온다.

그런데 이게 또 그런게...

그림이 안 나오니까 또 그렇게 꼭 됐으면 싶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