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11. 28. 05:55
공연관계자들에게 월요일은 일요일이다.
주말동안 하루 2회 공연을 해야하는 그들에게 공연이 없는 월요일이란,
다가올 일주일을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푹 쉬어야만 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석준의 뮤지컬 이야기쇼는 어쩌면 일종의 반란이자 일탈이다.
season 1 뮤지컬 이야기쇼가 막이 내린지가 벌써 4년 전 인가?
딱 1번 관람했었는데 그때가 season 1의 100회 특집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팀이 꾸미는 무대였다.
배우들조차 그렇게 한 자리에 모여본 적이 없다면서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서영주 베르테르의 순간적인 감정 몰입은 엄청났었다.
노래 부르기 바로 전까지 박장대소를 하며 웃던 사람이
전주가 나오자마자 바로 베르테르가 돼서 눈가가 촉촉해지더라.
사회자였던 뮤지컬 배우 이석준에게도 감탄했었는데...
순발력과 재치, 그리고 출연진 한 사람 한사람에게 관객의 시선과 관심이 가도록 유도하는 진행솜씨란!
왠만한 전문 MC들도 울고 가겠다 싶었다



뮤지컬 이야기쇼는 재능 기부 공연이다.
공연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은 "함께하는 사랑밭"이라는 곳에 기부된다.
"함께하는 사랑밭"은 소외층 구제 활동 및 올바른 기부 문화에 앞장서는 NGO 단체란다.
충무아트홀이 장소를 제공해서 주최를 하고
전문 공연 기획팀 ACT11이 제작에 참여한다.
이렇게 월 2회 콘서트가 열리면 초대되는 배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게 된다
월요일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2주마다 티켓이 오픈되면 정말 빠른 속도로 매진이 된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동생이 예약한 모양인데 못간대서 내가 대타로 갔다. 전혀 예정에도 없었는데...)
출연진을 거의 당일 공개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이야기쇼에 나올 정도의 배우라면 어느정도 기본기는 있는 배우라서
그다지 출연진 공개가 중요하지 않는 것도 있겠다.
공연 배우들의 의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여러가지로 매니아층을 엄청나게 확보하고 있는 팬텀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핸드폰 이벤트 역시도 이야기쇼만의 독특한 재미이기도 하다.



season 2 열 두 번째는 무대에서 감초역할을 하는 뮤지컬 조연배우 5명이 출연했다.
김남호, 김동현, 이훈진, 임기홍, 정철호.
다섯 명의 배우가 명품조연이라는 타이틀로 한무대에서 만났다.
실제로 한 작품 속에서 이들을 함꺼번에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워낙에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고 중복되는 캐릭터들이 많으니까...
무대 위에서 재미있고 유쾌한 배우들이라 2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정말 즐겁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으로서의 어려움과
캐릭터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는 좀 짠해지기도 했다.
(주연만 대우하는 더러운 세상~~~의 한 단면을 봤달까?)
관객들은 작품 속에서 그들의 진지함과 심각함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일면 비극이다.
이들이 무대에서 아무리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해도
이미 관객들은  코믹의 요소만 부지런히 찾아낼 뿐이다.
이런 캐릭터의 부딪침은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참 속상한 일이지 싶다.
더블 캐스팅 없이 거의 혼자서 오랜 기간 공연하게 되니까 
부상을 당해도 그냥 공연을 해야하고 그렇게 생긴 각종 후유증에 대한 보상 역시도 전무한 게 현실이다.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말해 무엇할까?
공연 배우들의 처후 개선이 정말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이긴 하다.
배우라는 직업은 일종의 업(業)이란다.
힘들고 어려운 업이지만
그 업의 기쁨과 고통을 아는 그들이 이제 무대 밖에서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보는 우리도 더 편할 수 있을테니까.
편안하게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충분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2. 28. 20:06
요즘 경기도 예술을 총괄하느라 한창 바쁜 조재현이 오랫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열전 <민들레 바람되어>로...
이러다 제 2의 유인촌이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쁜 그의 일정 속에서 무대 위로 복귀가 나는 너무나 반갑고 즐거웠다.
(어찌됐든 배우 조재현의 연기도 뛰어나지만 기획자 조재현의 모습도 확실히 탁월하다.
 연극열전을 이렇게 자리잡아 놓은 것 보면 대단하단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꽤 오래전에 예매했었고
그리고 기대를 많이 했던 연극열전 작품.
조재현에게 "연극열전"이란 몸의 일부같은 존재가 아닐까?
영영 떠나버렸나 생각했는데 반가웠고 그리고 대학로 무대에서 연출가나 기획자가 아닌
배우로서 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노라 고백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죽은 아내의 무덤에 찾아가 그녀가 살아있을 때처럼 대화를 나눈다는 거...
왜냐하면 나도 가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니까.
마음 안에 오래 담겨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해 본 사람은 안다.
그 사람이 이미 세상에 있는 사람이든, 혹은 없는 사람이든
아직 이야기할 수 있다면 상대편은 기꺼이 살아 있는 존재다 될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애뜻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연극...
그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아내에게 비밀이 있듯 내게도 밀봉된 비밀이 있는지도...
"이 세상 모든 부부들에게 바치는 가슴 뜨거운 러브 스토리"
개인적으로 이 문구는 참 맘에 안 든다.
이 연극이 러브스토리었던가?
오히려 이 연극은 비밀과 밝혀짐, 파헤침의 연극이 아닐까?


        남편 : 조재현           아내 : 김성미                  노부부 : 이한위, 황영희

아내는 그대로인데.
아내의 무덤을 찾아가 이야기를 하는 남편은 시나브로 나이를 먹는다.
30대, 40대, 50대, 그리고 초라하고 누추한 노년이 되어버린 남편.
살아서는 한 번도 꽃을 사오지 않았던 남편은
아내의 무덤에 꽃을 들고 찾아와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떼를 쓰고 어거지를 부리고,
때로는 불평과 부당함에 대해 하소연을 하고
때로는 분노와 화를 폭발한다.
아내는 묵묵했던가?
아니면 열심히 자기방어를 하듯 그에게 이야기했던가?
둘의 대화는 때로는 앞 뒤가 맞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세계이기도 하다.
그래, 꼭 민들레 같다.
꽃이기도 하고, 나풀거리는 홀씨이기도 한 그런 민들레.
바람이 불면 홀씨는 흩어진다.
처음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꽃이었던 모습이 지워진 것도 이미 오래다.
부부는, 아니 사람은...
자꾸 가벼워져야 하는 걸까?
그래서 아내의 무덤이 민들레가 지랄맞게 지천인 곳이여야 했는지도...


  
“오늘 우리 결혼사진을 봤다.
 당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나는 없더라.
 나는 없고 나였던 사람만 있더라.
 나는 이렇게 늙었는데… 당신이 과연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꼭 누군가를 먼저 보내지 않았더라도
살면서 이런 느낌 참 많이 받는다.
그럴 땐 세상 누구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
이 연극을 보면서 뜬금없이 나는 나 자신을 봤고 느꼈다.
배우 조재현은,
참 잘 어울리더라.
아마도 그를 위한 연극이 아니었을지...
아내 역이 좀 어색하고 인위적이긴 했지만
조재현 덕분이 붕 뜨지 않고 그나마 안정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성미의 변사스러운 대사톤은 신파를 떠올리게 한다. 
"여보! 나 예뻤어~~~"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저 여자 지금 미쳤나 싶기도 했다.
내 생각엔 귀신이 오히려 더 차분하고 평온할 것 같은데
김성미가 표현한 아내는 코믹함마저 느껴져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였나?
남편의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대사가 별로 충격적이지 않더라...



노부부 역의 이한위, 황영희는 정말 좋았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임산부로 나왔던 황영희를...)
두 사람의 타이밍과 대사의 호흡은 맛깔스럽고 일품이다.
왜 이한위를 명품조연이라고 표현하는지 연극 무대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하긴 내가 별로 TV는 보지 않아서 TV를 통해 느끼기는 어렵긴 했겠다 ^^)
요즘 TV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배우 정보석이
남편 안중기역에 더블 캐스팅되어 조재현과 함께 공연중이다.
덕분에 아주머니들의 폭발적인 관람이 이어지고 있단다.
(내가 본 날도 게모임에서 단체로 나오신 듯한 분들 많더라...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 아주 보기 좋다.)
3월부터는 이광기까지 가세해 공연장을 옮겨 오픈런으로 공연될 예정이란다.
솔직히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은 이 연극을 올리기에는 좀 넓긴 하다.
조금 작은 곳에서 더 애뜻하고 차분하게 공연되길 기도해본다.
연극열전의 좋은 레퍼토리니까...
"이지아" 가 부인으로 컴백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다.
한번 기다려볼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