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6. 24. 08:34

<Jack the Ropper>

일시 : 2013.05.29. ~ 2013.06.30.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대본 : Lvan Hehna

작곡 : Vaso Patejdl, Eduard Krecmar

출연 : 정동하, 성민, 이창민, 박진우 (다니엘)

        신성우, 김법래, 조순창 (잭) / 이건명, 민영기 (앤더슨)

        이희정, 강성진 (먼로) / 서지영, 양꽃님 (폴리)

        소냐, 제이민, 김여진 (글로리아)

연출 : 왕용범

제작 : (주)뮤지컬아트, CJ E&M

 

맙소사! 성남을 갔다.

<Jack the Ripper>를 보려고.

9월에 디큐브에서 공연일정이 잡혀있어 굳이 성남까지 갈 필요도 없었는데 동생에게 제대로 낚여서 암튼 성남을 갔다.

개인적으로 M뮤지컬에서 제작하는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2009년 <살인마 잭>으로 초연됐을때부터 여지껏 관람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개인적인 이유 ^^

아이돌을 대거 섭외해서 하나의 역에 보통 네다섯명의 출연진을 명단에 올리니

이름을 기억하는 것조차도 숨가쁘다.

<삼총사>도 그랬지만 이 작품도 아마 한 번의 관람으로 끝내지 않을까 예상된다.

M뮤지컬!

아이돌 가수들에 민영기나 소냐, 서지영 같은 quality 높은 배우까지 캐스팅하는 걸 보면

참 엄청난 테크닉이고, 놀라운 인해전술이 아닐 수 없다.

MR 반주면서 티켓값은 당당하게 오케가 있는 수준으로 받는 대단한 뚝심과 함께

성남이면서도 주중과 주말티켓값을 따로 책정한 이 놀라운 배짱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감탄을 안 할해야 안 할 수가 없다.

(공연장에 앉았는데 오케스트라가 없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실제로 나는 이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여러 버전의 동영상을 보고 넘버들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이젠 착각마저 하게 된다.

마치 몇 번은 본 것 같은 그런 기시감!

그래선가?

놀라울 정도로 긴박감과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찌됐든 연쇄살인마가 나오고, 살인마의 정체를 쫓는 작품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만큼 너무나 느슨했다.

특히 1막에서 신성우 잭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거의 코믹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30분 동안 심지어는 깜빡깜빡 졸기까지했다.

(그것도 대략 난감하고 많이 미안하게도 오피석에서 말이다.)

그 와중에 민영기 앤더슨이랑 서지영 폴리 참 애쓰는구나... 생각하면서.

그러다 눈이 번쩍 떠지는 거다.

신성우 잭 때문에!

목소리톤, 표정, 연기, 노래 모든 것에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허접한 성남아트홀의 음향때문에 졸면서도 입을 댓발 내밀고 있었는데

신성우 잭의 등장과 함께 나온 입도 저절로 강퇴됐다.

(뭐야? 이 남자! 지금 이 허접한 음향을 압도하고 있는 거야?)

카리스마 장난 아니다!

나... 솔직히 신성우가 이렇게 노래 잘하는 줄 정말 몰랐다.

가수보다 테리우스 이미지가 더 컸었는데...

나름대로 내겐 엄청난 반전이 찾아왔다.

(여러가지로 상처받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신성우 잭때문에 다 잊어버리기로 했다.)

 

따지고보면 강성민 먼로와 김여진 글로리아를 제외하고는 주조연 배우들은 전부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2AM의 이창민은 <라카지>에서도 인상 깊게 봤었는데

벌써 세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제법 뮤지컬배우스럽다.

(그런데 살은 좀 빼야 할 것 같다. 살짝 둔해 보여서...)

"내가 바로 잭"은 표현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대선배 신성우에게 밀리지 않으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딕션도 노래도 연기도 믿음이 갔다.

아쉬웠던건 김여진 글로리아와 목소리톤이 안어울려서 듀엣 듣기가 불편했다는 거!

먼로 기자 강성민은 형님 민영기가 심어준 것 같은데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솔직히 노래는 좀 아니었다.

너무 가볍게만 가는 것도 맘에 안들었고...

민영기 앤더슨의 "회색도시"와 " 이 도시가 싫어"는 역시나 민영기답게 너무나 좋았고

전체적인 스토리텔러로서도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삼총사>의 아라마스 보다는 <잭 더 리퍼>의 앤더슨이

민영기의 풍부한 성량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나저나 "화성에서 꿈꾸다"는 다시 안 올리려나???? 민영기의 정조가 요즘 무지 그리운데...) 

폴리 서지영의 "버려진 이 거리에서"와 2막 후반부 "아주 오래 전 여기"는 정말 좋았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서지영은 자신의 실력보다 훨씬 덜 인정받는 배우인 것 같다.

그녀의 공연 레파토리가 너무 좁아지고 있다는 게 아무래도 가장 큰 약점이지 않나 싶다.

<삼총사> 아니면 <잭 더 리퍼>이니 내가 다 갈증이 날 지경이다.

더 늦기 전에 고정된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진가를 다시 한 번 발휘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앙상블은 춤은 좋았지만 노래는 춤만큼은 좋지 않았고

2번의 마술 장면(?)들은  뭐랄까 좀 식상했다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코믹했다.

무대는 지금껏 본 회전무대 중에서 이 작품이 최고였던 것 같다.

이렇게 조목조목 따지면 크게 나쁠 것도 없었는데

참 신기한 건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아니었다는 거다.

아마도 초반에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과 

성남의 쓰나미급 음향이 큰 역할을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서울 공연 재관람을 생각해볼까?

솔직히 아직은 미지수다.

만약 인팍의 50% 굿티가 뜬다면?

그때는 좀 생각해보기로 하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10. 06:29
"연극열전3"이 준비한 일곱 번째 작품 <트라이앵글>
그런데 이번에는 연극이 아니라 뮤지컬이다.
연극열전에서 <판타스틱스> 이후로 두 번째 선택한 팝뮤지컬 <트라이앵글>
원작은 <피아노 숲>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호라이 류타의 작품이고
연출은 그동안 연극열전의 대표로 숨어있던(?) 홍기유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요즘은 제작자나 대표가 연출을 직접 하는 게 붐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새로운 시도가 여러 가지인 작품.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
3명(트라이앵클 ^^)이 만들어내는 우습고도 황당한 동거 이야기.
뮤지컬과 연극에서 이미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최재웅이
유명작가의 아들로(여기선 그 유명한 "김훈"이 아버지로 나온다.. 식칼의 노래.. ^^) 작가 지망생 도연 역을,
요즘 열심히 달리고 있는 김승대가 가수지망생 락커 경민역으로
그리고 연기와 노래를 꽤 잘 하는 안유진이 경민을 향해 일편단심(?)으로 숨바꼭질을 하는 영이로 등장한다.



공연 자체는...음...
순전히 내가 너무 늙어버린(?) 탓이겠지만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20대 초반을 겨냥한 작품인 것 같은데 그 나이라면 그냥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어느정도 비극적인 작품이라 하겠다...ㅠㅠ)
일본 원작이라 그런지 내게는 공감되는 부분은 덜하고 이야기 자체도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스토리가 강하거나 임팩트 있는 사건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만들어지는 소품같은 상황을 즐기는 가벼운 터치 드라마라고나 할까?
이야기도 그렇고 작품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들도 그렇고
일종의 짜집기 형식이다.
그리고 그걸 당당히 표방하고 있어 어느 정도 귀엽기까지 하다.
"Video killed and radio star" 나 "My Sahrona" 같은
70, 80년대에 유행했던 귀에 익은 팝송들과
이기찬, 신성우가 소위 잘나가던 시절 불렀던 히트곡이 뮤지컬 넘버에 포함되어 있다.
(일본 원작이지만 뮤지컬 넘버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원미솔 음악감독이 그래도 곡 선택을 적절하게 잘 한 것 같다)
팝뮤지컬을 표방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짱짱한 팝뮤지컬이 기존에 많이 나와 있어서 솔직히 험난해 보인다.
가령, 아바의 노래로 만든 세대를 초월한 <맘마미아>,
엘비스 프레슬리 곡으로 만든 <올슉업>
퀸의 노래로 만든 <위윌락유> 등.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있기는 하다.
(잘 하면 이게 강점이 될 수도 있고)
<트라이앵글>은 소극장 팝뮤지컬이라는거 (^^)

  도연 : 최재웅
  경민 : 김승대
 영이 : 안유진

공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더라.
만약 이 공연에 최재웅이 빠진다면?
아마도 최재웅이라는 배우에 의해 균형감과 생기를 얻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러리라.
3명이 나오는데 때때로 원맨쇼 같이 느껴진다.
최재웅 입장에서는 본인의 능청스런 모습을 맘껏 발휘할 수 잇는 기회가 됐겠지만
함께 하는 배우들의 내공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건 좀 안스러운 일이다.
안유진은 그래도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하고
여배우로서 꺼리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잘 보여줘서 괜찮았는데
조금 발란스가 안 맞는 건 역시 경민 역의 김승대.
아무래도 락커의 역할은 그에겐 무리수가 따르지 않았나 싶다.
신성우의 "꿈이라는 건"이라는 노래를
발라드도 아닌 뽕짝도 아닌 락도 아닌 묘한 버전으로 불러서 사실 많이 놀랐다.
꽤나 비중있는 곡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더 대놓고 짜집기를 추구했다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꼭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드라마의 유명한 장면들을 흐름에 맞게 배치했으면 어땠을지...
(어디까지나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코믹물이긴 한데 웃음코드가 좀 약한 것 같다.
이날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재웅이라는 배우에 의해서만 그 웃음코드가 살아나기 때문에 주변 배우들이 좀 뻘쭘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다들 무지 열심히 한다는 거!
그건 정말 알아줘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배우 최재웅은 <쓰릴미> 같은 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뭐 도연 역도 나쁘진 않았지만. ^^
특히 표정이 살아있어서 유쾌했다.
코믹물의 절반은 아무래도 표정인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