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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16 바르셀로나 야간 워킹 투어
  2. 2015.06.03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 (Parc Guell)
여행후 끄적끄적2015. 7. 16. 08:43

가우디투어를 유로자전거나라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추가 요금없이 잔향되는 야간 워킹 투어를 할 수 있어서다.

가우디 투어와 야간투어를 같이 하는건 체력적으로 엄청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고딕지구 골목 골목을 밤에 돌아다닌다는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 신청했다.

그런데...

이 야간 워킹 투어가 내겐 "신의 한 수"였다.

그렇다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벽과 조용조용한 가로등,

큐비즘의 대가 피카소의 대표작 "아비뇽의 처녀들"의 배경이었던 아비뇽의 골목길,

그리고 가이드가 MP3로 준비해온 영화 "향수"의 OST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영화의 OST, 정말 정말 정말 좋다.)

영화 "향수"의 촬영지였던 바르셀로나 고딕,보른 지구.

영화에서 향수 제조 공장으로 나왔던 곳은 실제로는 오래된 향수 가게였다.

그루누이가 여인의 향취에 취해 몰래 들어간 골목길과

살인하는 순간 비춰진 건물의 외벽까지.

혹시 이 어둠을 뚫고...  

그루누이가 향취도 없이 내 곁을 스치건 아닌가 연신 두리번거렸다. 

 

 

가로등 밑의 외벽에 푹푹 빠인 자국이 있어 물었더니

스페인 내전때 벽에 사람들을 세워놓고 그대로 총을 쏘아 처형을 했었단다.

그저 오랜 세월의 흔적일거라 생각했는데 가슴 한켠이 뻐근해온다.

내전을 겪은 국민들이라는 공통점.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의 흥이 낯설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슴을 쥐어 뜯듯 아프고 아파도,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처럼 고통스러워도,

사람들은 웃는다.

살아내야 하니까...

죽지 않겠다 다짐했으니까...

총알이 만들어낸 학살의 흔적 앞에서

나는 장엄한 생(生)을 느꼈다.

불타는 삶을 느꼈다.

시간은 그렇게 수직으로 흐르다 수평에서 잠시 멈췄다.

 

 

고요한 가로등.

골목 안으로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흡수된다.

빛이 부족해 움직임을 포착해내지 못하는 카메라엔

공간이 아닌 시간이 담긴다.

그게 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지금 다른 세계 속으로 가고 있는 중인거다.

함께 하는 일행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조용히 그 줄에 따라붙어 그들의 여행을  모르겠다.

 

 

고딕지구의 핵심 왕의 광장.

이곳에는 중세 바르셀로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왕의 광장이라 불리게된 이유는,

저 웅장한 건물이 과거 아라곤 왕의 실제 궁전이었기 때문이다.

왕궁 아래 삼각형 계단은

첫 항해를 마친 콜롬버스가 왕을 알현하기 위해 올랐던 역사적인 장소다.

지금은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응접실 역할을 하는 곳.

어둠 속에 묻힌 바르셀로나 대성당도 낯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더 위엄있고 어딘지 모르게 완강한 느낌.

하지만 주변 계단은 한 치의 망설임없이 사람들을 품고 또 품는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바르셀로나의 고딕, 보른 지구는 확실히 그렇더라.

 

 

야간 워킹 투어의 마지막 장소는 카탈루나 음악당.

이곳은 "꽃의 건축가"로 불리는 몬타네르의 최고의 걸작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콘서트홀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다.

건물 외관과 내부 장식이 화려하기로 유명하다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창문 틈으로 훔쳐보기만 했다.

바르셀로나 도착하면 꼭 카탈루나 음악당에서 공연을 보겠노라 생각했는데

이것 역시도 쉽지 않더라.

2박 3일의 일정 중 하필이면 내가 떠나는 날 저녁에 공연이 잡혀있더라.

그렇게 지나쳐오는 도시마다 아쉬움이 하나씩 쌓여갔다.

 

스페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고

내일이면 피렌체와 로마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로 넘어간다.

오래 걸어 몸은 극도로 피로했지만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그러다 혼자 침대에 누워 지나온 도시마다 남겨둔 아쉬움들과 작별 인사했다.

영화 "향수"의 OST를 BGM으로 깔고...

 

이 여행 또한,

기억되고 잊혀지리라.

상관없다.

스쳐지나가는 순간일지라도 또 다시 떠날 이유를 찾아야겠다.

늦게 바람난 사람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6. 3. 08:33

가우디 투어.

그룹투어를 워낙 싫어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유로자전가나라를 선택했다.

바르셀로나 곳곳에 흩어진 가우디의 작품을 길치인 내가 찾아다닌다는건 자폭에 가깝다.

게다가 동생과 조카를 데리고...

(그건 정말이지 쓰나미급 재앙에 해당된다!)

유로자전거나라의 가우디투어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투어고,

다른 하나는 전용버스로 이동하는 투어다.

내가 선택한건 후자.

이유는 전용버스 투어에 "디비다보"가 포함되어 있어서였다.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교통편이 애매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유로자전거나라 덕분에 아주 깔끔하게 해결됐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 구엘이 평소 동경하던 영국풍의 전원 도시를 모델로 만들었다.

원래는 스페인 부유층에게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이곳의 입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외면을 당했단다.

총 60여 채를 짓을 계획이었으나 구엘의 죽음으로 지금난에 빠져들어 공사는 중단이 됐다.

그때까지 분양이 확정된 건물은 고작 3 채 뿐이었고

그것도 구엘과 가우디, 그리고 구엘의 변호사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실제 분양율은 제로!

덕분에 지금 바르셀로나는 동화의 나라에 나옴직한 멋진 공원 하나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당시에는이곳은  여러 사람 피말리게 하는 장소였다.

가우디가 디자인한 기다란 타일 벤치에 앉아 있는 기분은...

동화의 세계를 한층 더 비현실로 느끼게 만들더라.

투어만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제대로 자리잡고 앉아 책을 읽었을텐데...

과자의 집(?) 한 채는 보수 중이었지만 다른 한 곳은 한귀퉁이를 뜯어 입에 넣고 싶어질만큼 맛있게 생겼더라.

아마도 가우디의 머릿속엔

신앙, 자연, 동심... 이렇게 세가지 뿐이었나보다.

 

 

자연환경을 다치지 않게 만든 가우디의 건축물은

사진이나 다큐로 봤을 때보다 실제로 내 두 눈으로 보는게 훨씬 더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예전에 나는 모자이크 기법을 쓰는 예술가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번에 스~~윽 그어도 되는 선을

왜 일일히 점을 찍어 선 하나를 만드는지 그 수고스러움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하나 하나의 점을 찍고, 조각의 작은 빈틈을 찾아 맞춰내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 걸.

그건 하나의 인내고, 고통이고, 경계를 넘어서는 무엇이다.

가우디는 엄청나게 소요되는 타일을 확보하기 위해

인부들에게 따로 부탁을 했다.

공사장으로 올 때 거리에 버려진 유리병이, 커피잔 같은 것들을 모아 오라고...

인부들이 빈 손으로 출근하면 화를 내기도 했다고...

인부들 입장에서 보면 가우디는 친절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겠다.

미쳐야 미친다던데...

그런 의미에서 가우디는 광인(狂人)이 분명하다.

 

 

 

구엘공원의 타일 도마뱀 분수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는건 참 무모한 일이다.

내 사진이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도마뱀 분수

애당초 인증사진을 찍는 의욕 따윈 없는 사람이지만

조카녀석 사진 한 장 건지느라 진을 다 뺐다.

비수기가 이 정도인데 성수기엔 사진을 찍으면 모르는 사림과 자연스럽게 단체사진이 되버리겠다.

꽃보다 할배 영향도 있겠지만

둘러보는 모든 곳이 다 한국인이라 여기가 스페인이 맞나 싶더라.

워낙 사진 찍을 때 사람을 피해 좀 기다렸다가 찍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아주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야말로 관광객 모드로 셔터를 눌렀다.

그래도 가우디의 타일 재활용은 역시나 아름답다.

타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와인병도 보이고, 찻잔받침도 보이고, 찻잔 손잡이도 보이고. 도자기 인형도 보인다.

가우디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이젠 전 세계적인 위인이 됐고

스페인 당국은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해 준비중이란다.

죽은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그럴만도 하겠다

문득 서울은 뭐가 먹여 살리나를 찬찬히 생각해봤다.


바르셀로나가...

진심으로 부럽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