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3. 7. 11:12

 

<더 데빌>

 

일시 : 2017.02.14. ~ 2017.04.30.

장소 :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대본, 연출 : 이지나

작사 : 이지나, 이지혜, Woody Pak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출연 : 임병근, 고훈정, 조형균 (X-White) / 장승조, 박영수, 이충수 (X-Black) / 송용진, 정욱진 (존 파우스트)

        리사, 이하나, 이예은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앤디윅스

 

2014년 초연때 회전문 돌았던 뮤지컬이라 3년 만에 올라오는 재연이 정말 반가웠다.

초연과 많이 달라졌다고해서 걱정스럽긴 했지만 워낙 탄탄한 작품이라 일단은 믿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긴 했지만...)

그런데... 내 믿음이 너무나 컸나보다.

가끔 이지나의 B급 정서가 산으로 갈때가 있는데 이 작품이 딱 그렇다.

같은 작품인데도 초연과 재연의 느낌이 이렇게 극과 극일 수 있다는게 놀랍다.

추가된 넘버도 기존의 넘버들과 느낌이 확 달랐고

X를 둘로 분리시켜버린 것도 당혹스럽다.

덕분에 화이트 X의 역할이 애매해져버렸고 블랙 X가 훨씬 더 부각되버렸다.

가장 재앙아었던건...

코러스??? 앙상블???

초연때도 오른편에 있는 코러스에 시선이 몰려 불만이었는데

재연때는 아예 무대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그 의상과 분장, 동작하며...

중간에 의자같은 장치에 기묘한 자세로 널부러져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식겁했다.

 

초연이 성공적이지 못해 아쉬웠다며

칼을 갈고 재연을 준비했다고 말한 송용진의 열일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훈정은 너무 거룩하게 접근한거 같고

이하나는 그레첸이 아니라 이하나에 가까웠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징징거려 보기가 불편하더라.

그레첸에게 광기에 가까운 고통과 절망이 느껴져야 하는데

주사(酒邪)에 가까운 병악이 느껴져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그레첸의 클라이막스 넘버는 그레첸이 아닌 이하나가 느껴졌다.

저 신인인데 이렇게 노래 잘해요....의 느낌!

브라운관에서 오랫만에 무대로 돌아온 장승조는

노래 한 토막을 뭉터기로 날리긴 했는데 노련하게 잘 넘기더라.

(처음 보는 사람은 아마 눈치 못챘을거다.)

 

... 많이 씁쓸하다.

정말 좋아했던 작품인데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다.

초연도 그립고,

마이클리도 그립고,

심지어 취향 아닌 차지연까지도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13. 08:27

<Gutenberg>

일시 : 2014.09.17. ~ 2014.12.07.

장소 : 수연재씨어터

원작 : Anthony King & Scott Brown

연출, 각색 : 김동연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장승조, 허규 (버드 대븐포트) 

        정원영, 김종구 (더그 사이먼)

        에이브, 최희영 (피아노)

제작 : 쇼노트, CJ E & M(주)

 

뮤지컬 <구텐버그>

2014년 초연때 송용진, 정상훈 캐스팅으로 봤었는데 그때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그래서 재공연되면 한번은 다시 보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재공연이 됐다.
살짝 캐스팅을 고민했는데 그냥 초연배우 장승조, 정원영 캐스팅으로 관람했다.

초연의 송용진, 정상훈의 잔망지고 노련한 케미까지는 아니었지만

장승조와 정원영의 케미도 아주 재미있었다.

순발력과 객석을 쥐고 흔드는 힘은 전자쪽이,

재기발랄함과 신선함은 확실히 후자쪽이 더 있었던것 같다.

이미 한 번 본 작품이라 재관람할 때 혹시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할만큼 아주 유쾌하게 관람했다.

곳곳에 숨어있는 유명 뮤지컬과 영화, 노래 패러디를 찾는 재미도 꽤 솔솔했고!

엘사의 "비스켓"과 임재범의 "고해"에서는 정말이지 객석 전체가 제대로 빵 터졌다.

두 번을 봐도 역시나 너무 기발한 작품.

도대체 리딩공연이라는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은 누가 먼저 했을까?

등장인물을 모자로 해결하는 이 엄청난 발상은 또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이 기발함 하나만으로도 이미 애정지수 쑤~~~욱 올라간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이야기를 끌어 가는 방식도 아주 참신하고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뮤지컬 넘버들.

악마를 보았다, 뜬소문, 차라리 지옥에 갈거야, 오늘밤 이순간, 글자주도 좋고

마지막 엔딩곡 "모두 함께 꿈꿔요"도 뻔한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참 좋다.

재미있는건, 초반에 버드와 더그의 당부한것 처럼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나도 모르게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마구마구 동원된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1막 엔딩곡 "오늘밤 이순간"은

더그와 버드의 장면 설명과 특수효과(?)를 같이 상상해보니 꽤 근사하고 스펙타클하더라.

높은 지붕위에서 슐리머 마을을 내려다보며 수도사와 헬베티카, 구텐베그가 부르는 3중창.

아주 임펙트있는 엔딩곡이 되기에 충분했다.

굳이 흠(?)을 찾자면,

엔딩에서 등장하는 브로드웨이 유명 프로듀서님께서 너무 과하게 떠시는 바람에...

혼자 풋! 하고 웃어버렸다.

초연봤을 때의 기억도 떠오르고...

그때 내가 앉았던 자리 옆이 문제의 프로듀서 자리였다.

공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가 옆자리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서 얼마나 놀랬던지...

근데 그 아저씨... 목소리 정말 좋았었다.

이번에 보면서 이 프로듀서역을 유명 게스트들이 깜짝 출연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마지막이 엄청난 이벤트가 됐을텐데...

(제작진이 나도 하는 생각을 못했을리는 없을테고...)

 

솔직히 말하면 장승조를 기대하고 갔던건데

의외로 정원영이 노련하게 잘 끌고가서 놀랐다.

캐릭터 표현력도 아주 좋았고 표정도 참 좋더라.

이 작품 관람의 가장 큰 수확은,

아무래도 배우 정원영을 재발견이지 싶다.

그러고보면 배우와 배역의 궁합이라는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18. 08:02

<Blood Brothers>

일시 : 2014.06.27. ~ 2014.09.14.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극본 : 윌리 러셀 (Willy Russell)

연출 : 글렌 윌포드 (Glen Walford)

번역 : 임양혁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송창의, 조정석 (미키) / 장승조, 오종혁 (에디)

        진아라, 구원영 (존스턴 부인) / 문종원 (나레이터)

        김기순 (라이언스 부인), 배준성 (라이온스), 최유하 (린다) 외

제작 : 쇼노트

 

요즘 드라마와 영화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정석이 드디어 무대로 돌아왔다.

이 녀석의 복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지...

게다가 <블러드 브라더스>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 작품이 내겐 일종의 "로망"으로 자리잡았었다.

<스위니토드>와 함께 재공연 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작품.

그런데...

기다린 보람이 너무나 있었다.

역시나 조정석은 무대 위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조성석답다.

조정석의 미키.

귀여웠고, 사랑스러웠고, 가여웠고, 안타까웠고, 아팠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천국괴 지옥을 다 경험하게 만들었다.

너무 많이 울컥했고 너무 많이 아파서 눈물이 주루룩 흘렸라.

가슴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쌍둥인줄 모르고 의형제가 된 아이들.

서로의 마음이 같다는건 이렇게 슬픈 비극이구나...

처음엔,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다.

재미있고 유쾌해서 나까지도 개구장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조정석의 7살 철부지 연기는... 진심으로 귀여웠고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다.

정말 딱 7살 아이의 모습, 딱 그렇더라.

구원형의 넋두리에 가슴이 아리다가

두 녀석의 "long sunday afternoon"에서 본격적으로 무너졌다.

너무 급작스럽고, 너무 깊게 들어오는 무너짐이라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나는 이 작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겠구나...

가슴 속에 빗장이 채워졌다.

 

연주자가 한 명씩 한 명씩 나와 연주하는 인트로부터

무대와 조명, 넘버까지도 완벽히 나를 사로잡았다.

어쩌자고 모든 배우들은 또 이렇게까지 진심일까!

(심지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문종원까지도...)

차라리 이 작품을 안봤었다면, 전혀 몰랐었다면 참 좋았겠다.

7년형을 받은 후 만성우울증 진단까지 받은 미키의 모습.

조정석의 연기 너무 잔인할 정도였다.

내내 두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두 형제는

하나는 남고 하나는 남겨진다.

그리고 한 날 한 시에 똑같이 죽는 형제.

"왜 날 보내지 않았어? 그랬으면 나도 제처럼 될 수 있었잖아. 제처럼..."

미키의 통곡같은 말 뒤에 이어지는

결코 멈추지 않을 총소리. 총소리. 총소리.

 

어쩌나!

앞으로 나는 두 형제의 비극 앞에

절대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