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20. 07:51

<유리 동물원>

일시 : 2014.08.06. ~ 2014.08.30.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테네시 윌리엄스

연출 : 한태숙

출연 : 김성녀 (아만다), 이승주 (톰), 정운선 (로라), 심완주 (짐)

        최영(첼로)

기획 : 명동예술극장

 

우리에게 <욕망이란는 이름의 전차>로 유명한 테네스 윌리엄스의 또 다른 작품 <유리 동물원>

내가 이 연극을 관람한건 순전히 배우 이승주 때문이다.

연극배우 이승주.

20대의 이승주는 대견스러우면서도 솔직히 이해가 안되는 연기자였는데

지금 무대에 서있는 30대의 이승주는 아주 건장하고 단단한 배우가 됐다.

SBS 공채 연기자에 합격하고도 무대를 선택한 이승주.

(어떻게라도 TV에 한 번 나오려고 안달복달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이렇게나 많은데...)

이유는 어의 없을만큼 간단 명료했다.

TV보다 연극무대가 본인과 더 잘 맞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이 말은 젊음의 허세도 객기도 아니더라.

연극무대에서 한 인물을 살아내는 이승주를 보는 건 매번 짜릿한 기쁨이었다. 

게다가 작품의 편수가 늘어날때마다 확실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M. 버터플라이> 이후 배우 이승주를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군에 포함시켰다.

 

아만다, 톰, 로라, 심지어 짐까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는 세상을 피해 숨느라 급급하다.

수다와 잔소리, 과거의 영광 속으로, 영화 속으로, 유리 동물원 속으로,

혹은 거짓과 허세 속으로...

현재를 살아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웅켜쥐고 한사코 놓치 않는다.

또아리가 풀리는 순간 그들만의 세상은 유리로 만든 동물처럼 산산조각난다

작품을 보면서 손님에 불과한 "짐"에게조차도 연민이 일었다.

홀로 설 수 없는, 누군가에게 기대져야만 보이는 야망.

전 체하고 나쁜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그의 삶 역시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운 삶이다.

빛을 비추면 화려해보이고 그럴 듯해 보이는 유리 동물원.

차라리 그대로 깨져버린다면 아무 문제가 안된다.

문제는 깨진 조각들이 서로 부딪치며 여기저기 남길 상처들이다.

연극을 보는 내낸 나는 그게 참 버겁고 무겁고 힘겹고 아팠다.

내가 톰이라면...

달아났을거다. 분명히!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참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덫이로구나.

 

아만다, 톰, 로라.

"톰"은 <유리 동물원>의 작중 화자이자 등장인물이다.

갈등관계의 중심에 있는 아들이면서 전지적 시점을 가진 해설자이기도 한다.

흐름을 잘못타면 혼란스럽고 산만하게 보일수 있었을텐데 배우 이승수는 참 페이스 조절을 잘하더라.

딕션은 정확했고 연기는 과정된 표현없이 자연스럽고 안정적이었다.

때로는 헐렁하고 개구진 소년같기도,

때로는 광기에 휩싸인 탕아같기도,

때로는 막다른 골목에 홀로 갇혀버린 사람 같기도 했다.

심정적으로 톰에게 참 많이 동화됐다.

상황이 아주 조금은 비슷하기도 했고...

너무 오래, 너무 자주 침묵중인 배우 정운선을 무대에서 봐서 개인적으론 아주  반가웠다.

그녀는 정말 딱 "로라"같은 분위기를 풍기더라.

작품은 전체적인 무대도, 조명도, 배우들 연기는 아주 좋았다.

간혹 뜬금없이 첼로 연주가 삐걱이는게 좀 흠이긴 했지만 ^^

 

테네시 윌리엄스는 확실히 안톤 체흡보다는 덜 난해하고, 더 재미있다.

조금 더 세련되고 모던하고 흥미롭다고나 할까!

혹시라도 너무 어둡고 너무 어려울까봐 걱정했었는데

묵직함과 유쾌함을 다 가진 아주 괜찮은 작품이었다.

재관람의 유혹이 강하게 느껴질만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10. 00:31
2011년 일순위를 장식한 나의 공연 레퍼토리는 바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
한때 뮤비컬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금발이 너무해, 빌리 엘리어트. 라디오 스타...)
이 작품은 정확히 그 순서를 역행한다.
오만석, 엄기준, 오나라, 전병욱이 초연멤버였던 <김종욱 찾기>는
창작뮤지컬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아가더니
급기야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나름의 성과를 이뤄냈다.
제대한 공유의 첫 복귀작으로 화재가 되기도 한 영화 <김종욱 찾기>
반듯한 차도남(그야말로 김종욱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공유의 찌질한 연기와
가녀리고 청순한 이미지가 강한 임수정의 털털한 연기가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였다.
영화 덕분에 뮤지컬까지 찾아볼 생각도 다하고...



이창용, 정운선, 임기홍.
작년 여름 <The story of my life> 이후에 오랫만에 이창용의 무대를 보는 것도 기대됐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뮤지컬계 최고의 멀티맨(절대 과장 아니다) 임기홍을 본다는 게
이 뮤지컬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로 날짜를 정할 때 고려한 게 이 두 사람이 만나는 날이었다.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1인 23역의 임기홍!
바로 옆집에서 <금발은 괴로워> 멀티맨까지 병행하고 있을 정도로
멀티맨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다.
이런 존개감를 갖는다는 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비록 주연이 될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뮤지컬계에 이렇게 확고한 자기 위치를 만들었다는 게 참 대단하다 싶다.
무대 뒤에서 바쁘기는 또 얼마나 바쁠지...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느라 멀미가 나지 않을까?
아마도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운명은 멀리 있지 않단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운명일 수 있다는 조금은 낮부끄러운 명제가 이 뮤지컬의 골자다.
줄거리보다는 상황 전개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이 완전히 구별된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기에 
연기력없이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좀 힘든 캐릭터다.
찌질남과 차도남!
이제 뮤지컬 3년차인 이창용은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참 잘 하더라.
솔직히 김종욱일 때 그의 톤에 살짝 가슴이 설래기까지 했다.
부지런히 그리고 성실히 자신의 캐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이창용은
확실이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신예이긴 하다.
<이블데드>의 좀비루돌프의 비약의 발전이라니...
임수정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하는 바람에 정운선의 건강미 넘치는 모습은
좀 안스럽긴 했지만 노래와 발음, 표정 연기가 참 좋았다.
뮤지컬이 소위 말하는 원조인데 임수정 덕분에 여주인공 이미지에 선입견이 생기는 건 아닌지
솔직히 조금은 걱정스럽다.



유쾌하고 즐거운 뮤지컬이다.
조금만 (사실은 많이) 어렸다면 아마 더 재미있었을텐데
혼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웃으면서 봤다.
운명이니 첫사랑이니...
이제는 참 가물가물하다.
그런게 있나 싶기도 하고...
어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가 있으면 의뢰라도 해볼까?
나조차도 진즉에 잊어버린 내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어쨌든 그 첫사랑이 내 운명은
결코 아니었던 모양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