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6. 09:34

조식으로 하루의 체력을 비축한 뒤 숙소를 나섰다.

가장 먼저 갈 곳은

존 레논 벽과 카프카 박물관이 있는 캄파섬이다.

계단을 내려가기전 카를교의 구시가교탑(올드 시티 브릿지)을 꼼꼼히 들어다봤다.

14세기 건축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시가교탑은

처음에는 망루의 역할을 했단다.

한때는 통행료 징수처의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반대편 말라스트라나탑과 함께 전망대로 운영되고 있다.

계속 고민하는 중이었다.

두 교탑 중 어느 쪽을 올라야 전망이 좋을까...

고작 다리 하나 차이인데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 싶겠지만

이런 작고 소소한 고민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겐.  

 

 

존 레논 벽을 찾아 가는 길.

작지만 예쁜 꽃가게가 발길을 붙잡는다.

금방이라도 앨리스가 나올것만 같은 꽃가게

그림동화의 한 페이지가 활짝 펼쳐진것 같아 머뭇머뭇 한참을 서성였다.

오래된 건물과 현대식 건물들과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도 아름답다.

경계는 허물어져야 한다던데

유럽의 길을 걷다보면 그 묘미를 건출물에서 느낄 수 있다.

아주 열심히 그리고 아주 성실히.

 

 

존 레논의 벽.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화려한 색감덕에 소위 말하는 인생샷을 건질수 있는 포토 핫스팟이다.

자유를 소망한 체코 젊은이들은

1980년부터 이곳에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의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날 누군가 당시 평화의 대명사였던 존 레논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그게 도화선이 돼 더 많은 글들과 그림들이 채워져

"존 레논 벽"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현재는 프라하의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관광명소 중 한 곳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낙서 금지!

혹시나싶어 열심히 찾아봤는데 한글 낙서는 안보였다.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의 민망함이 제현될까봐 격정했는데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카프카를 상징하는 거대한 알파켓 "K"가 서있는 카프카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변신>의 초판본과 친필편지, 메모와 드로잉,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표는 바로 앞에 있는 분홍색  샾에서 살 수 있는데

실제로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모든건 아마도 데이비드 체르니(David Cerny) 때문일거다.

카프카의 소설 <유형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그의 작품 "움직이며 오줌 누는 사람".

카프카의 거대한 "K"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의 존재감이다.

체코 지도 모양의 연못 위에 마주보고 서있는 두 남자.

심지어 엉덩이 부분은 좌우로 움직이기까지 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민망해하며 흘금거리기도 하고,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신기한듯 가까이서 바라보기도 하고,

떨어지는 물에 과감하게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역시나 미술계의 이단아다운 발상이다. 

덕분에 카프카 박물관의 주인공이 데이브드 체르니인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혹시  이 모든게 데이비드 체르니의 빅픽쳐였을까? 

 

카프카!

카프카 박물관에서 데이비드 체르니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다!

소~~~오~~~름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3. 21. 06:08
약간의 공통점이 있는 두 권의 일본 소설을 읽다.
두 권 다 여류 작가에 의해 쓰여졌다는 거.
역시나 일본소설답게 아무렇지 않게(?) 불륜이 등장한다는 거.
그리고 불륜이 나오니 더불어 성적인 요소가 다분하다는 거,
하나는 조금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그리고 하나는 아주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사실 일본 소설을 읽는 건,
때론 참 불편하고 헛헛하다.
다른 감수성과 다른 세계와 다른 촉각의 이야기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지치지도 않고 이어질 때는
묘욕감 비슷한 불쾌감도 든다.


<초초난난>
표지에도 있듯이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남녀가 불륜이라는데 있다.
소설 속에는 다행히(?) 그 둘의 비밀스런 관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함께 먹는 음식이나 일본 전통 기모노에 대한 이야기가 부각돼서 나온다.
(이런 부분들은 신선함마저 느껴진다. 
 일본이란 나라... 같은 동양권이지만 음식과 옷에 관한한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이국적인 것 같다.)
음식과 옷이라...
아주 친밀한 사람과 함께라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생각해보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 혁대를 풀어놓고 본능적으로 아구아구 먹을 수 있는지...
(이상하게도 요즘 참 음식과 관련된 책, 공연 연달아 접하게 된다)
작가 오가와 이토는 전작 <달팽이 식당>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소설을 썼던 모양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소재로 찾은 셈.
식욕과 성욕, 그리고 장식적인 기능의 옷에 대한 욕망.
아주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을 그래도 눈살 찌푸리지 않게 수위조절(?)을 하면서 쓴 것 같다.
봄날 몽롱한 아지랑이 같은 나른함을 안기는 소설 ^^
몇몇 묘사나 표현들은 선명하고 차분했다.


"double fantasy"는 원래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1980년에 발표한 타이틀 곡이다.
남녀가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서로 전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음을 뜻하는...
왜 이 노래 제목을 사용했는지 솔직히 지금도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성욕을 통한 창작욕의 점화?
차라리 대놓고 포르노그라피 소설이라고 했으면 정직하지 않았을까?
드라마 작가인 주인공 여자의 남성편력에 넌덜머리가 났다.
왕성한 성욕은 고유한 생명력의 발로고 
그 생명력은 창작에 대한 욕구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고 책의 인물 중 한 명이 말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관능도 뭣도 아니다.
관능적이기엔 너무 파렴치하고 중심이 없다.
차라리 철저한 쾌락과 탐닉, 아니면 관음의 미학이라도 펼치던지...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부부에게 내가 다 미안해진다.
글을 쓴 무라야마 유카는 과거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가 썼던 소설과는 완전히 180도 다른 소설이라고.
이 소설이 그녀의 다음 작품에 어떤 창작열의 원천으로 작용할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가 만족했다면 뭐 할 말 없지만...
일본 작품은 너무 극과 극을 달려서 싫다.
<더블 판타지>에 비교하면 <초초난난>은 아예 초등용 문고라고 할 수 있겠다.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인간으로 태어나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불륜"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 파괴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쌍방의 부부와 그 자식들까지도 파괴하는 짓이니까...
그래서 불륜의 책들이 나는 참 싫다.
이런 책을 만날 때면,
일단 손에 잡은 건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결벽증같은 성질머리가 참 맘에 안 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