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9. 14. 08:10

<True West>

 

일시 : 2015.08.13. ~ 2015.11.01.

장소 : 대학로 신연아트홀

원작 : 샘 셰퍼드

연출 : 오만석

출연 : 김준원, 서현우, 전석호 (리) / 이현욱, 김선호, 문성일 (오스틴)

        홍정혜, 차선희 (엄마) / 이승원(사울키머)

제작 : (주)악어컴퍼니

 

2010년 초연애 오만석 리와 조정석 오스틴으로 봤었고

그 당시 두 사람 연기는 정말 박빙이었다.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서로 사생결단으로 물고 뜯는 서부 활극 같았다.

그런데 그때 리를 했던 만짱이 이번엔 연출로 돌아왔다.

배우로서 만짱은 텍스트를 아주 집요하게 파고 드는 정통파였다.

(그래서 나는 그의 <헤드윅>과 <爾>, <어쌔신>이  참 좋았다.)

 

연출가로서의 만짱은, 배우들의 재량을 믿고 많은 부분을 배우들에게 맡겼더라.

뭔가 자유롭고 거침없다는 느낌.

그야말로 리의 말대로 "프리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를 파고드는 만짱의 모습은 연출가일때도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론 4~5년 전에 <인디아 블로그>의 철없던 대학생 전석호를 오랫만에 무대에서 보게돼 기대가 됐다.

그때 전석호는 정말 귀여웠는데...

지난해 <미생>을 보면서도 처음엔 전혀 못알아봤었다.

하대리가 <인디아 블로그>의 전석호라는걸...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아무리 설정이라지만 이제 고작 32살인데 세월을 혼자 정통으로 맞은것 같은 비주얼이라니...)

<미생>의 성공으로 한동안 대리 3총사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혹시라도 연극판을 떠나는건 아닐까 내심 걱정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었나보다.

는 스포트라이트와 상관없이 배우로서 계속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었다.

 

오랫만에 연극무대 복귀하는거라 살짝 조심스러웠는데

연극판에서 뼈가 굵은 배우라 그런지  연기도 딕션도 아주 좋았다.

특히 표정이 참 리얼하더라.

오스틴역의 김선호는 개인적으로 처음 본 배우였는데 깜짝 놀랐다.

초반엔 전석호에게 너무 밀린다 싶었는데

(스토리상 그게 맞기도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서서히 역전을 시키더니

후반부 귀여운 진상(?) 연기에서 절정을 보여줬다.

전석호, 김선호 두 배우기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니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마냥 이뻐보이더라.

약간 윤형렬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과 목소리던데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초연을 보면서도 느낀건데

이 작품은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과연 두 형제는 함께 사막에 갔을까?

거기서 그 두 사람의 리얼 서부 활극이 시작됐을까?

어쩌면 사막에 도착한 형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난 좀 그랬으면 좋겠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6. 05:59

□ 공연명 : 연극 '트루웨스트'
□ 극   본 : 샘 셰퍼드

□ 연   출 : 유연수
□ 기   간 : 2010년 11월26일~2011년 2월26일
□ 장   소 : 서울 종로구 컬처스페이스 nu
□ 출   연 : 리 (오만석, 배성우, 김태향)
              오스카 (조정석, 홍경인, 이율, 김동호)
              제작자 사장 & 엄마 :
임진순

"무대가 좋다" 시리즈 그 네 번째 작품 <트루 웨스트>
어쩌다 보니 무대가 좋다 시리즈를 다 봤고
그리고 앞으로 2 작품(아트, 대머리 여가수)도 볼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본 무대가 좋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다.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조정석과 오만석의 연극 무대를 보는 거라서 기대가 컸다.

이상하게도 조정석은 연극, 뮤지컬 다 괜찮은데
오만석은 뮤지컬보다 연극 무대에서 보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
너무 진지하게 몰입해서 그런가???



반듯한 성격의 모범생 동생 오스틴과 껄렁한 양아치 형 리.
그 둘의 역지사지(?)스런 모습은 재미있고 그리고 은근히 사실적이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까?)
90분 남짓의 시간이었는데 이상하게 2시간 처럼 느껴지는 연극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거나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
두 형제의 사생결단을 보고 있노라니 시간도 약간 다르게 흐른 모양이다.
처음엔 오스틴 조정석의 연기에 반했고
그리고 조정석을 점점 끓어오르도록 열심히 빈정대며 부추키는 리 오만석의 연기에도 반했다.
(정말 한 대 확 때려주고 싶더라...)
난장판이 되는 형제의 모습과
똑같이 난장판이 되는 집 안의 모습을 보는 건
대리만족이자 거한 살풀이 굿 같기도 하다.
일렬로 쭉 나열되어 있던 온 동네 토스트기와
(어느 놈이 가장 바삭하게 구워지나 지켜보는 조정석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자신이 밟은 토스트를 우걱우걱 씹어대던 적나라한 리의 모습.
그리고 형의 목에 전화선을 감고 죽일 듯이 조르는 오스카의 절묘한 간절함까지...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는 건 일종의 관음적 즐거움이기도 했다.



어딘가 한 군데쯤 정상적이지 못한 가족의 모습.
오스카도, 리도
그리고 죽은 화가 피카소가 동네에 왔다며 보러 가자고 말하는 엄마까지도
일종의 정신착란의 상태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건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착각을 현실로, 그리고 가보지 못한 길을 희망하고 꿈꾸는 평범한 모든 이들의 바람.
제목이 주는 느낌과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다.
2003년 영국에서 공연됐을 때는 
안전상의 이유로 앞열 3열을 모두 비워두기까지 했단다.
그만큼 두 형제의 싸움이 리얼하고 치열했다는 의미다.
원래 연극 <트루웨스트>는 전통적으로 리와 오스틴 역의 배우들이
매일 역할을 바꿔가면서 공연을 해 화제가 됐던 연극이다.
우리나라에서 초연된다고 했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공연되겠거니 기대했는데
마지막까지 나온 스케쥴상엔 크로스되는 캐스팅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하긴 조정석이 형 역할을 하기엔 초동안이긴 하다.
(당췌 누가 이 인간을 32살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넌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니???)
그래도 서로 바꿔서 연기했다면 그 재미도 만만치 않았을까?

네 작품만에 처음으로
"무대가 좋다"에서 괜찮은 작품을 봤다.
그래서 또 다시 기대하기 시작했다.
<아트>와 <대머리 여가수>를...
(7,8년전에 봤던 권해효의 "아트"는 정말 아트였는데...)
그리고 이 두 작품에는 대중적인 스타 마케팅이 현지까지는 없다.
아무래도 나무 액터스 배우들이 요즘 바쁜가 보다.
미안한 말이지만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좀 진중하고 충실한 작품을 보게 되지 않을까 혼자 기대하는 중이다.
그래 이제 네 작품까지 왔으면
진심으로(그리고 양심적으로다) 무대가 좋아 질 때도 되긴 했다.
늘 궁금하긴 했었다.
누구한데 좋은 무대인지가...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