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9. 6. 29. 06:30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사람에게는 그 사람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과 고통만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구든 생각하게 되죠.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냐?”

때론 신조차도 그 공평성에서 살짝 벗어나신 게 아닌가 하며 야속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생길 때도 분명 있습니다.

여기 우리가 보기엔 참 힘든 삶을 사는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후 1년 때 앓은 척수성 소아마비로 두 다리의 자유를 잃은 1급 장애인.

2001년 유방암 판정, 방사선 치료로 완치.

그러나 다시 2004년 척추암으로 전이, 2년간의 투병 생활.

1년 만에 다시 간으로의 암 전이....

그렇게 다시 시작된 투병 생활 중에 그녀는 이 책을 씁니다.

결국 책의 출판을 하루 앞 둔 5월 9일 57세의 일기로 타계를 한 문학 전도사.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로 잘 알려진 서강대 영문학 교수 장영희.

<내 생애 단 한번>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그렇게 그녀의 유고작이 되어 이 세상에 출판됐습니다.

그녀는 “천형(天刑)의 삶”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주눅듬 없이 자신의 삶이 “천혜(天惠)의 삶”이었다고 당당하게 고백하며 오히려 그들의 지친 어깨를 다독입니다.

어쩌면 병상에서 이 글을 쓰면서 그녀는 정말로 “살아온 기적”들을 되짚어 보면서 “살아갈 기적”을 간절히 꿈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 매 순간이 당신 삶의 마지막인 것처럼... )

그녀는 계속되는 장애와 긴 투병 생활 속에서도 진정으로 카르페 디엠의 삶을 하루하루 실천하며 온 몸으로 느꼈던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세 번째 암 판정 이후 그녀는 말합니다.

"신은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 넘어뜨린다. 나 역시 넘어질 때마다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할지를 생각한다."

그녀가 찾아낸 방법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냄으로써 아름다운 기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글 속엔 스스럼없이 장애와 투병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 글들은 모두 하나같이 밝고 심지어는 유머러스하기까지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 쪼그리고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던 유년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만큼요.

이야기가 끝날까봐 조마조마하며 “그래서~~~”로 되묻던 그 어린 기억...

60을 바라보는 여자가 도대체 이렇게 귀엽고 순수해도 되는가 싶은 만큼 깨끗하고, 밝고 그리고 심지어 장하기까지 합니다.

장영희! 이 여자!

급기야 깰 수 없는 내공으로 집을 짓고 말았네요.

가끔 우리는 저울질을 합니다.

마음의 장애와 신체의 장애 둘 중에 어느 게 더 치명적인가를...

그딴 저울질이나 하고 있는 제게 “날 좀 봐라! 나는 그 두 가지를 완벽하게 다 가지고 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처음 알게 됐을 때의 당혹감이라니...

내 “배부름의 옹졸함”이 드러나는 걸 보면서 스스로 얼굴 화끈거리기도 했더랬죠.

문학 전도사, 희망 바이러스, Positive thinking 의 실천가!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 이 단어들이 제게는 문학박사, 교수, 영미문학사의 간판보다 더 애뜻하게 다가옵니다.


그녀가 타계했다고 했을 때,

저는 그녀의 어머니가 걱정됐습니다.

두 다리를 못 쓰는 둘째 딸을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매일 업어서 등하교시켰던 어머니. 비가 오면 부서진 우산살이 딸에게 향할까봐 그 우산살의 방향을 매번 자신에게 향하게 해 옴 몸을 적셨던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는 날이면 행여 딸을 학교에 못 데려다주게 될까봐 새벽에 일어나 연탄재를 부숴서 집 앞 골목길에 뿌려놓았던 그 어머니.

역시 그녀도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임종 직전 노트북 컴퓨터로 어머니 이길자(82) 여사에게 남긴 짧은 편지에 그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 몇 줄의 글을 그녀는 혼미한 정신과 싸워가며 3일간 아주 힘겹게 썼다고 합니다.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도 “엄마 !...”

이 두 글자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옴 몸의 힘이 빠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딸은 모든 어머니에게 빚을 지며 살고 있다는데......

저 역시도 어머니의 두 손에서 다시 삶을 시작했기에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말한다면 허세일까요?

그녀는 짧지만 참 긴 삶을 성실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냈습니다.


“흔적이 남는 사람”

저는 장영희라는 사람을 그렇게 기억하렵니다.

지치고 힘들어 혼자 징징거리고 있을 때 그녀는 어느새 제게 말합니다.

"...... 그렇게 야단법석 떨지 마라. 뼈만 추리면 산다.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대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

먼저 간 사람들은 믿음을 가지고 떠난다고 합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자신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그래서 나중에 다시 만날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지만 또 서로 도와 가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 세상.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인생을 내내 살금살금 걷듯이 살아간다면 좋은 운명 또한 평생을 살아도 깨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아내라고 평생을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해 살았던 한 여자가 말합니다.

두 발의 자유를 잃고 신체의 구석구석을 원치 않았던 동반자에게 차례차례 내주면서도 매 순간을 세상 누구보다 큰 걸음으로 걸었던 한 사람...

그녀가 “살아온 기적”을 보면서

저 또한 “살아갈 기적”을 부지런히 탐하게 됩니다.

이제 넘어져 또 다시 뼈가 부서진다고 해도 더 이상 징징대지 않으렵니다.

그 시간에 오히려 더 열심히 뼈를 추려야겠죠.

하나라도 더 잘, 더 제대로 추려내야 잘 맞춰질 수 있을 테니까요...


모든 사람의 모든 순간이

전부 온전한 “기적”임을 기억하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8. 14:39
지난주에 봤던 바람의 나라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두 조카를 데리고 (중3, 고2) 다시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을 찾았다.



1층 넓은 로비에서 만날 수 있는
하얀 토끼, 빨간 토끼...
얘들 뭐하고 있나 싶어 웃음이 나오기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둘러본 예당 주변
특히 하늘이 너무 눈부셔 오래 바라봤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하늘 길....
하얀 그 길을 쫒는 눈길의 자유.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조금은 공포스런 조형물,
그리고 자유소극장에서 한창 공연중인
탐나는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오늘의 캐스팅 배우.
그리고 고모와의 데이트를 기꺼이 받아들여준
기특한 다 큰 조카들.
(이놈들 여기에 사진 올린 거 알면 식겁하겠다.... ^^)
시험을 앞 둔 조카들에게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많이 즐거워하고 좋아해준 조카녀석들이 그저 고마울 뿐.



공연 후에
선착순 100명 제한 싸인회가 있었다.
커튼콜 시작과 동시에 큰 놈이 달려가 줄을 서서 싸인도 받았다.



무휼 "고영빈", 혜명 "홍경수",  괴유 "김산호"
작은 놈이 싸인을 받을 때마다
큰 놈이 쫒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줬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저 고모는 뒤에서 미소만 가득....
(조카 녀석은 자기가 다 얼큰이로 나왔다고 속상해한다... ^^)



공부하느라 지친 조카들에게
잠깐의 휴식이 된 것 같아
왠지 내 맘이 뿌듯하다.



몸의 언어로 말을 대신한 
고구려 대무신왕 "무휼" (적목 현상 심해 개인적으로 내가 미안.....)
약한 왕이 되지 않기 위해 당신이 흘린 눈물.
왕이기에 모든 걸 버려야 했던 사람.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혜명"
당신의 명림숲으로 나도 당신 찾아 가보고 싶었답니다.
"새타니"의 굿판 속으로...



하늘 사람 "괴유"
전쟁터에서 당신의 칼 솜씨는 바람 같았어요.
매력적인 그래서 더 슬펐던 전사.

그리고
여전히 너무도 멋진 뮤지컬
<바람의 나라>
다시 보면서도 그 떨림에 가슴 서늘했다.
역시.... 좋았어....
Posted by Book끄-Book끄
모든 생명은 축복이며
기쁨입니다.
열심히 힘차게 뛰고 있는
태아의 심장을 보고 있으면
그 작은 몸 안에 숨어있는 힘의 비밀이
궁금해집니다.



그 작은 심장 안을
꽉꽉 채우고 있는
부지런한 생명의 움직임
어느 한 곳도 비워두지 않고
구석구석
힘찬 박동을 보냅니다.



심장 안의 피는
잠시도 힘참을 잃지 않고
대동맥을 통해 온 몸으로 그 푸른 생명을 전합니다.
길고 긴 피의 길...
막힘없는 생명의 길을 향해
태아는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순환합니다.



머리로 향하는 세 갈래 혈관길
태아의 머리는
그래서
항상 따스함을 느끼고 사랑을 배웁니다.
기억하고 있겠죠?
매 순간순간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모든 태아의 작은 숨결
모든 태아의 작은 박동
모든 태아의 작은 움직임
그 하나 하나가
모두 기적이고 전설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