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4. 23. 13:40

화약탑, 천문시계탑, 구시가지교탑, 말라스트라나 교탑.

프라하 전경을 볼 수 있는 tower 네 곳.

화약탑은 구시가지광장과 카를교와 거리가 있어 veiw가 시원하지 않고

천문시계탑은 올라갈 순 있지만 보수중이라 답답하고

남은 곳은 카를교 양쪽 끝에 있는 교탑 두 개.

그 중 내가 선택한 곳은 구시가지 교탑(The Old Town Bridge Tower)이다.

이유는,

카를교에서 프라하성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마를 한 눈에 보고 싶어서.

 

 

아쉽게도 패밀리티켓이 없다.

요금은 성인은 100czk, 학생은 70czk.

교탑 아래에서 티켓 오피스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작은 문을 통해 위로 올라가야 나온다.

입장료는 천문시계타워가 130czk로 좀 비싸고

(천문시계타워엔 패밀리티켓이 있다)

구시가지교탑, 말라스타라나 교탑, 화약탑은 전부 똑같다.

다행이 사람이 많지 않아 바로 올라갈 수 있었다.

 

 

교탑 꼭대기에서 바라본 모습.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협소하고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을 피해가면 열심히 사진기를 눌렸다.

일직선이 아닌 물의 흐름처럼 휘어있는 카를교도 멋지고

떠내려오는 빙하의 막기 위해 다리의 왼편에 설치된 구조물들도 위에서 내려보니 꽤 운치있다.

노랗게 물든 나뭇잎과 블타바 강의 파란 색의 대비도 선명하다.

이 모든 것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우뚝 솟은 비트 대성당까지.

프라하의 진수가 내 눈 앞에 아낌없이 펼쳐져있다.

날씨까지 맑아 더없이 좋았다.

축복같은 하루.

내려오면서 본 특이한 조각상은

파리의 노틀담의 곱추처럼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을것 같아.

안내문이 읽어봤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다.

악마인지 원숭이인지 모를 저 형상이 상징하는게 무엇이고, 저걸 높은 곳까지 올려놓은 사람이 누구일까?

뭐.... 대략 이런 내용인듯.

 

 

아쉬운 마음에 말라스트라나 교탑도 몇 장.

카를교를 건너야 있는 교탑이라서

위치상 블타바강과 프라하성 같이 볼 순 없다.

대신 카를교 너머 구시가지쪽 스카이라인은 한 눈에 보이겠다.

제일 좋은건 두 곳을 다 올라가는 거겠지만

한 곳만 가야한다면 나는 구시가지교탑을 추천한다.

뭐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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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4. 20. 08:16

이번 동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현지투어는 딱 한 개 신청했다.

Hi Praha의 야경 크루져 투어.

사실 제일 하고 싶었던건 스카이다이빙이었는데

조카녀석 나이가 딱 걸렸다.

보호자가 동의하면 할 수 있다는데 동생과 조카가 싫단다.

혼자라도 하려했는데 그것도 안된대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역시 여행은 혼자하는게 제일 현명한것 같다. 다음번엔 꼭....)

Hi Praha 야경 크루져 투어는 스투비 플래너를 통해 예약을 했다.

1인당 5,000원을 선입금했고

당일 현장에서 크루즈 비용으로 1인당 290czk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금 확인해보니 크루즈 비용이 그 사이 325czk로 올랐다.)

 

 

야경 투어 가기 전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조카녀석이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모! 하늘 봐봐, 진짜 예뻐~~"

침대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창문 너머로 시작된 황홀한 sun set. 

조카녀석 덕분에 놓치지 않고 본 프리하 야경의 intro ^^ 

 

 

HI Praha 야경 크로져 투어의 미팅장소는

구시가지 광장 얀 후스 동상 앞.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남아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의 밤은 당신들의 낮보다 아름답다.

코나의 노래가 절로 생각났다.

예약한 사람들이 다 모이자 김소희 가이드분이 수신기를 나눠줬다.

그리고 곧바로 블타바강 크루즈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크루즈안에서 찍은 사진들.

야경을 제대로 찍어보겠다고 미니 삼각대까지 챙겨갔었는데

움직이는 배 안에서 사진찍는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했는데 심령사진들만 속출,

깔끔히 포기하고 핸드폰에만 의지해서 찍었다.

파리, 프라하, 부다페스트, 루체른, 베네치아.

"유럽의 5대 야경"이라는 네이밍은 빈말이 아니었다. 

화려하지 않고 은은해서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폭신폭신한 이불을 덮은 듯한 느낌.

순하고 고요한 프라하의 밤이 깊어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9. 10:01

체코의 역사가 숨수고 있는 구시가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

1437년 이곳에서 종교 개혁자 얀 후스의 추종자들이 처형됐다.

그보다 앞선 1621년 30년 전쟁 때에는 27명의 프로테스탄트 귀족들이 참수를 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천문시계 보수로 가림막으로 가려졌지만

그때 처형되었던 귀족들의머리가 놓어있던 자리에 1621년을 뜻하는 숫자와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있다.

1968년 "프라하의 밤" 당시에 이곳까지 소련군의 탱크가 들어왔었고

1989년 "프라하 벨벳 혁명"이 선포된 곳도 바로 여기,

구시가지 광장이다.

그야말로 체코의 피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있는 장소라 하겠다.

 

 

얀 후스(Jan Hus)는 체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위인이다.

당시에는 특정 계층만 이해하는 라틴어로만 예배를 진행됐는데

얀 후스에 의해 처음으로 체코어가 예매에 사용돼 평범한 사람들까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단다.

신학자였던 그는 면죄부를 판매하는 당시 카톨릭의 타락을 세상에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1411년 교황에게 파문을 당하고

1415년에는 콘스탄츠 공의회로부터 이단으로 몰려 화형되기에 이른다.

(종교처럼 배타적이고, 종교처럼 잔인하고, 종교처럼 독단적인 곳이 없다)

구시가지 광장에 서 있는 얀 후스 동상은

1915년 그의 사망 5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전도연, 김주혁 주연의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명소다.

얀 후스의 발밑에 쓰여진 문구는,

"진리는 승리한다"라는 뜻.

(정말 진리가 승리했음 좋겠다...)

 

 

한때 후스파의 본거지였던 틴성당은

하늘로 우뚝 솟은 첨탐을 가진 틴 성당.

1후스파의 본거지로 사용됐을때는

 두 첨탑 사이에 후스파를 상징하는 황금 성배와 보헤미아 왕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30년 전쟁 후에 왕의 조각상은 지금의 성모 마리아상으로

황금성배는 녹여 성모마리아의 후광으로 만들어버렸다.

성당은 미사 시간 전후로만 개방하는데 입구가 숨거져 있어 잘 찾아야 한다.

두 번을 갔었는데

첫번째는 아예 출입문이 닫혀있었고

두번째로 아침 일찍 혼자 갔을 땐 출입문이 열려있어 철책 사이로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어두울거라 생각했는데 주제단의 긴 창 때문인지 의외로 아주 밝았다.

작지만 시간의 위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

 

 

구시가지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

말라스트라나 광장에 있는 성당과 같은 이름을 가진 성 미쿨라쉬 성당.

틴성당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이곳이 구시가지를 대표하는 화합의 장소였다.

틴성당 바로 옆 건물은 "돌종의 집"

자세히 보면 건물 모서리에 앙증맞은 종이 숨어있다.

숨겨진 사연 하나쯤 있을법한데 찾아봐도 없더라.

특별한 local stroy를 기대했건만...

돌종의 집과 벽이 닿아있는 왼쪽 건물은 콜츠킨스키 궁전.

이곳 이층 발코니에서 1948년 체코의 공산당 통치가 선언됐다.

건물 1층은 한때 카프카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상점이 있었고,

2층은 그의 가족이 살던 아파트였다.

예나 지금이나 광장에는 사람들로적였을테고니

조용하고 예민한 카프카의 성격상 이곳에서 글을 쓰는건 쉽지 않았을테다.

그러니까 아파트 주변 환경이 카프카를 황금소로로 이끌었고

황금소로 22번지 작은 집에서 그의 명작들이 탄생됐다는 이야기.

카프카 덕후인 내겐 예사로 넘길 건물이 아니다.

저 건물을 수시로 오갔을 카프카의 상상한다.

어딘지 우울하고 어두운 그의 뒷모습을.

 

내게 있어 프라하는,

카프카의 흔적들이다.

어쩌면 카프카와 동의어였는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8. 13:50

프라하 여행을 준비하면서 관건이 됐던건 구시청사 천문시계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매시 정각에 펼쳐지는 시계탑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었다.

못 볼 확률이 높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구시가광장을 몇 번씩 오가면서 정각에 시간을 맞춰 갈 생각을 안했다.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가림막에 쌓여진 옆모습을 보고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천문시계 정면은 아직 가려지기 전이라 아낌없이 볼 수 있었다.

천문시계가 처음 만들어진건 1490년이란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528년 전에 만들어진 시계가 아직까지 작동한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중간에 100년 정도는 작동을 멈추긴 했지만 원형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놀랍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정각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는거!

우연히 정각즈음에 그 앞을 지나가게 됐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이는걸 보고 아직 한다는걸 알았다.

그래도 멈춰서 봤다.

기쁜 마음에 동영상도 찍었.

 

 

 

천동설을 기초로 만든 천문시계에는 두 개의 원판이 있는데

위쪽는 시간과 천체의 움직임을 나타내고

아래쪽은 12개월을 상징하는 일종의 달력이다.

퍼포먼스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시 정각이 되면 펼쳐진다.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목을 뺀 채 기다린다.

정각이 되면,

윗쪽 원반 오른쪽에 있는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의 왼손에 있는 모래시계가 움직이며 줄이 당겨진다.

바로 위에 있는 두 개의 창문이 열리고

예수와 12사도가 차례로 지나가며 얼굴을 보인다.

그때 해골 좌우에 있는 3개의 인형들도 함께 움직인다.

해골 옆에 있는 터번 두른 터키인은 두려움을,

반대편 지갑을 든 유대인과 탐욕을, 거울을 든 사람은 허영를 상징한다.

마무리는 제일 위에 있는 황금색 수탉이 담당한다.

짧고 강력한 한 번의 울음.

못 볼거라 생각했기에 그 짧은 순간의 목격이 마냥 기쁘고 행복했다.

(내가 다녀온 직후 복원을 위해 전면 해체에 들어갔다고...)

 

 

 

밤의 천문시계는 낯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개인적으론 밤의 느낌이 훨씬 다.

뭐랄까...

내가 신화 속에 들어와 있는듯한 느낌?

시간의 파노라마가 내 앞을 스쳐가는 것 같다.

528년이라는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힘이 쎄다.

그래서 감동적이었다.

아주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7. 08:53

캄파섬을 둘러본 뒤 다시 프라하성으로 방향을 잡았다.

12시에 한다는 근위대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

시간이 넉넉해서 일부러 천천히 둘러보며 다녔다.

점심 시간이 점점 가까와서인지 여기저기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특히 체코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굴뚝빵(트레들로) 굽는 냄새는 식용을 당기게 했다.

달콤하면서 꼬득꼬득한 냄새랄까?

원뿔 모양의 굴뚝빵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을 담아준다.

(물론 그냥 굴뚝빵보다 가격은 비싸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들고 다니면서 먹는 빵.

그런데 정작 나는 한 번도 못먹어봤다.

왜 그랬지???

 

 

성 미쿨라쉬 성당.

프라하에는 미쿨라쉬 성당이 3개나 된다.

사진속 성당은 말라스트라나 광장에 있는 마쿨라쉬 성당으로

2,500개의 파이프가 달린 파이프 오르간으로 유명한 곳이다.

매일 저녁에 유료 공연이 있다는데 짧은 일정이라 가보진 못했다. 

오래된 성당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 듣기... 이것도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아쉽다.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어쩌면...)

성 미쿨라쉬 성당 맞은편에는 사람 얼굴로 된 부조물이 주차된 차들 뒤로 서있다.

특이한 장식물이네... 싶겠지만

종교전쟁 중에 참수당한 프로테스탄트 귀족들의 얼굴이란다.

자세히 보면 얼굴 모양이 다 다르다.

프라하의 유령 혹은 수호천사들.

 

 

이왕 보는거 좋은 자리에서 보자며 서둘러 프라하성 정문으로 향했다.

흐라트차니 광장에 동상 앞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경.

높은 곳에서 전체적으로 내려다 볼 생각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정오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잘하면 각양각색의 뒷통수만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군인 몇 명이 광장 앞으로 나와 사람들 사이로 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기대감으로 광장 주변이 덩달아 술렁였다.

 

 

사람들 틈에서 동영상을 찍긴 했는데

용량이 커서 올라가지 않는다는게 함정.

(편집할 의욕 따위 없고!)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그렇게 멋지진 않았다.

시작은 흐라트차니 광장쪽이지만

실질적인 교대식은 정문 안쪽 제1광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둥과 철책에 많이 가려졌다.

그때서야 이해가 됐다.

사람들이 왜 정문 앞으로 왜 그렇게들 모여들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많은 사람들 틈에 들어갈 자신은 지금도 없다..

그러니까 그날 그 자리가 내 자리였던걸로!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6. 09:34

조식으로 하루의 체력을 비축한 뒤 숙소를 나섰다.

가장 먼저 갈 곳은

존 레논 벽과 카프카 박물관이 있는 캄파섬이다.

계단을 내려가기전 카를교의 구시가교탑(올드 시티 브릿지)을 꼼꼼히 들어다봤다.

14세기 건축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시가교탑은

처음에는 망루의 역할을 했단다.

한때는 통행료 징수처의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반대편 말라스트라나탑과 함께 전망대로 운영되고 있다.

계속 고민하는 중이었다.

두 교탑 중 어느 쪽을 올라야 전망이 좋을까...

고작 다리 하나 차이인데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 싶겠지만

이런 작고 소소한 고민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겐.  

 

 

존 레논 벽을 찾아 가는 길.

작지만 예쁜 꽃가게가 발길을 붙잡는다.

금방이라도 앨리스가 나올것만 같은 꽃가게

그림동화의 한 페이지가 활짝 펼쳐진것 같아 머뭇머뭇 한참을 서성였다.

오래된 건물과 현대식 건물들과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도 아름답다.

경계는 허물어져야 한다던데

유럽의 길을 걷다보면 그 묘미를 건출물에서 느낄 수 있다.

아주 열심히 그리고 아주 성실히.

 

 

존 레논의 벽.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화려한 색감덕에 소위 말하는 인생샷을 건질수 있는 포토 핫스팟이다.

자유를 소망한 체코 젊은이들은

1980년부터 이곳에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의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날 누군가 당시 평화의 대명사였던 존 레논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그게 도화선이 돼 더 많은 글들과 그림들이 채워져

"존 레논 벽"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현재는 프라하의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관광명소 중 한 곳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낙서 금지!

혹시나싶어 열심히 찾아봤는데 한글 낙서는 안보였다.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의 민망함이 제현될까봐 격정했는데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카프카를 상징하는 거대한 알파켓 "K"가 서있는 카프카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변신>의 초판본과 친필편지, 메모와 드로잉,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표는 바로 앞에 있는 분홍색  샾에서 살 수 있는데

실제로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모든건 아마도 데이비드 체르니(David Cerny) 때문일거다.

카프카의 소설 <유형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그의 작품 "움직이며 오줌 누는 사람".

카프카의 거대한 "K"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의 존재감이다.

체코 지도 모양의 연못 위에 마주보고 서있는 두 남자.

심지어 엉덩이 부분은 좌우로 움직이기까지 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민망해하며 흘금거리기도 하고,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신기한듯 가까이서 바라보기도 하고,

떨어지는 물에 과감하게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역시나 미술계의 이단아다운 발상이다. 

덕분에 카프카 박물관의 주인공이 데이브드 체르니인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혹시  이 모든게 데이비드 체르니의 빅픽쳐였을까? 

 

카프카!

카프카 박물관에서 데이비드 체르니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다!

소~~~오~~~름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3. 08:56

이번 여행에 두 번의 오페라 공연을 계획했다.

잘츠부르크에서의 <돈조반니>와 프라하에서의<아이다>.

고전적이길 바랬던 <돈지오반니>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된 작품이어서

프라하에서의 <아이다>가 기다려졌다.

예매는 아래 사이트를 통해서 했다.

http://www.bohemiaticket.cz/ 

프라하 국립극장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공연장의 스케쥴을 알 수 있어서

잘 찾아보고 원하는 공연을 선택하면 된다.

입장료는 잘츠부르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여서

프라하에선 좋은 자리를 욕심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푸치니의 <나비부인>, 베르디의 <아이다>, 비제의 <카르멘>,  모차르트의 <돈지오반니>와 <마술피리>

여행지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오페라 목록들이다.

이번 여행에서 두 작품을 봤으니 제법 운이 좋았다.

 

 

 

예전에는 체코 작품만 무대에 올렸다는데 지금은 다양한 작품을 올린단다.

<아이다>의 작곡가  베르디도 이탈리아 출신 ^^

소리의 울림이 참 좋은 공연장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오페라 전용 극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크기가 아닌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공연장.

무대 폭이 크지 않아서 한 눈에 들어와 좋았다.

체코어로 하는 공연이라 좀 걱정이 됐는데 내용과 곡을 알고 있어선지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마지막 무대 인사.

라다메스와 아이다, 지휘자와 암네리스 공주가 등장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장정 열명쯤은 맨 손으로도 때려잡을 듯한 외형의 아이다였지만

소리는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체코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너무 좋아서 많이 행복했다.

 

 

저녁 7시에 시작된 오페라는 10시 30분쯤 끝이 났다.

조카녀석만 괜찮았으면 저 이쁜 아경을 오래 두고 봤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지하철역으로 향하면서 찍은 사진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저 극장 하나면 있는 느낌.

국립극장과 나,

어이없는 뜻밖의 대치가...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6. 16:03

프라하의 주인공은 카를교고

카를교의 주인공은 성 요한 네포무크 성상이다.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왕에게 죽임을 당한 요한 네포무크.

파란 하늘 아래 다섯 개의 별의

그의 신념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카를교에서 가장 오래된 성상이라는데

놀랍게도 복제품이 아닌 진품이란다.

허긴 소원을 비는 성상인데 복제품이면 좀 허무했을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담아 만졌는지

참수당하는 네포무크 모습과 충성을 상징하는 개 부분이 반질반질하다.

소원을 비는 방법이 있다는데 건 잘 모르겠고

약식으로 빌기는 했다.

무병장수, 일확천금, 입신양명... 뭐 이런건 아니고

내년에 다시 여행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렇게 빌었다.

덕분에 그때 빈 소원이 이뤄지긴 했으니 감사할 뿐.

소원까지 이뤄놓고 이런 표현 죄송스럽지만,

밤에 보는 네포무크 성상은 많이 무서웠다.

한 번 더 죄송스럽지만 "미라" 같아서 오래 보고 있기가 섬득했다.

 

 

사실 카를교에는 서른개의 성상이 아니라 서른 한 개의 성상이 있다.

비록 다리 위가 아닌 블타바 강 쪽으로 혼자 외따로 떨어져있긴 하지만

기사복을 입고 칼과 칼을 들고 있는 성상이 있다.

사연이 있음직한데

내 눈에는 카를교의 성상들을 지키는 호위기사처럼 보였다.

낮이고 밤이고 또 낮이고 밤이고...

저 기사님이 프라하성 호위기사라면

구시가지쪽 초입에도 존재감 풍기는 동상이 하나 있다.

바로 카를 4세 동상이다.

카를 4세는 체코에서 가장 교양있고 외교술이 뛰어난 군주였단다.

무력보다는 외교로 원하는 바를 얻은 현명한 군주.

찾아보진 않았지만 "카를교"라는 이름도 카를 4세의 이름과 관계있지 않을까 싶다.

다리 초입에 서있는 느낌이 딱 이렇다.

"어떠하냐? 이 아름다운 다리가, 이 아름다운 체코가!"

기꺼이 대답해드렸다.

"심히 아름답사옵니다. 전하!"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5. 09:0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카를교.

이 600년 된 노익장께서 수많은 사람들을 프라하로 오게 만들어

지금의 프라하를 만들었대도 과언이 아니다.

카를교 위에 있든,

다른 다리 위에서 카를교를 바라보든

결코 무심해질 수 없는 곳이다.

 

 

그 유명한 카를교 위의 음악가와 화가들.

무심코 봤는데 초상화를 너무 잘그려서 그대로 멈추섰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똑같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초상화 주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정말 이쁘다고 했더니 수줍게 고마워했다.

사실...

내 로망이기도 했다.

외국에서 초상화 그려보는거.

아직은 못해봤지만 다음번에 꼭 해볼거다.

더 나이들기 전에...

 

 

프라하를 프라하답게 만드는 카를교.

그리고

카를교를 카를교답게 만드는 30여 개의 성상들.

물론 대부분의 석상은 국립박물관과 비셰흐라드 포대에 보관되어 있지만

소망했던 풍경을 직접 본다는건 큰 감동이었다.

그래서 30개의 석상을 하나하나를 클로즈업시켜 다 담았다.

관광객이 안나오게 찍으려고 무지 노력했는데 딱 한 장 실패했다.

이정도면 그래도 선방한듯.

석상들의 이름과 연도도 적을려다 그만두기로 했다.

그야말로 뭣이 중한디!.... 같아서.

 

성상들 중에서 빠진 성상이 하나 있는데

그건 다른 두 성상과 함께 따로 기록하기로 했다.

소처럼 천천히, 그리고 우직하게 되새김질 하는 중.

오래 기억하자, 오래 기억하자,... 주문을 외우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4. 08:33

스트라호프 수도원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말라스트라라나 광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목적지는 승리의 성모마리아 성당(Kostel Panny Marie Vítězné)

영어로는 Church of Our Lady Victorious ^^

원래는 기독교 건물이었는데 백산전투 후에 카롤릭에 인수되면서 이름을 바꿨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프라하의 예수"라 불리는 "밤비노 디 프라가(Bambino di Prague)"를 보기 위해서다.

 

 

프라하의 아기 예수는 스페인에서 만들어졌고 16세기에 이곳으로 옮겨졌다.

크기는 60cm 정도인데 3살 전후의 예수님 모습이란다.

왼손엔 심자가가 달린 지구의를 들고 있고

오른손은 세 손가락을 펴고 있는데 축복을 의미한다.

보석으로 장식된 커다란 왕관에 화려한 대관식 외투를 걸치고 있는 예수상이 유명한 이유는,

일 년에 몇 번씩 외투를 갈아입기 때문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붉은색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피와 불을 뜻하는 "Holy week" 색으로 오순절과 거룩한 십자가 주간에 입는다.

가장 많이 입는 색(common color)은 Green으로 삶과 희망을 뜻한다.

영광과 순수를 상징하는 white는 성탄절, 부활절 등 축일에 입고

참회를 상징하는 purple은 사순절과 강림절에 입는다.

기쁨을 상징하는 pink는 세번째 강림절과 네번째 사순절에

성찬의 칼라 gold는 다른 색을 대체할 수 있고

blue는 승리의 성모마리아상 축일에 입는다.

색깔마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찾아봤는데 꽤 흥미로웠다.

게다가 한 번 입은 외투는 다시 입지 않는다니 엄청난 페피시다. ^^

(200여 벌이 넘는 옷을 가지고 있단다... 부럽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색색의 옷입은 아기 예수 사진이 걸려있고

2층 박물관에는 실제로 입은 옷들이 전시되어 있다.

안쪽으로 쑥 들어가면 한복도 있는

여기서 한복을 보니 정말 반가웠다.

실제로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이쁘고 귀여운 도련님 복장이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기 예수 미니어처들까지.

(저건 정말 탐이 나더라.)

 

1층의 성당과 제단은 무지 위엄있고 고풍스러운데

2층엔 이런 귀염귀염한 박물관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많이들 와서 한복을 봤으면 하는 바람.

외국에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는데

내가 지금 딱 그러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