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노미아 외국인거주지 이진칸과 나란히 위치한 기타노 텐만구 신사.
이곳은 학문의 신 "스가오라노 미치자네"가 주신으로 모시는 곳으로
봄이 오면 만개하는 벗꽃이 장관을 이룬단다.
이미 이진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다리품을 엄청나게 팔아서
엄청난 급경사 계단을 우러러보고는 살짝 망설였다.
'신사가 다 거기서 거기지!'
라며 타협을 하려는 순간,
한 번도 신사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팍팍한 무릎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학업의 길은.
참 높고 가파르구나...
신사 자체는 규모가 작고 찾는 사람이 없어선지
둘러보기에는 오히려 한적하고 고즈넉했다.
"학업의 신"이 황소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붉은 황소와 햐얀 황소가 천쪼가리를 입은 것도 아니고 걸친 것도 아니게 두르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는 마냥 이상해보이더라.
그래도 바로 옆에 소원을 적어 끼워놓은 나무 비슷한게 있는 걸 보니
영험이 있는 황소임에는 확실한 모양이다.
(일본어를 전혀 모른다는 게 참... )
일반적으로 본당 앞에는 향을 피워놓는 커다란 향로가 있다는데
어설프게 둘러봐서인지 모르겠지만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다.
일본 신사는 본당에 들어가기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로 손을 씻는 데미즈샤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소원을 비는 연인들을 훔쳐봤다.
200앤을 내고 점쾌를 받아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잉어에 물을 뿌리면서 기원을 한 후
점쾌 종이는 오른편에 있는 줄에 묶어 두면 소원이 이뤄진단다.
(이루고 싶은 소원따윈 없어서 열심히 두 연인만 훔쳐봤다)
반대편에 걸려있는 에마는 사랑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면서 걸어놓는 거란다.
"학업의 신'을 모시는 신사라고 들었는데
학업의 신께서 부업으로 "연인들의 신" 일도 겹업하시는 모양이다.
불경한 곳과 신성한 곳을 구분짓는 경계 역할을 해준다는 붉은 도리이는
너무 초라하고 심지어 조악한 색이라 풍경과는 좀 안어울렸라.
(도리이가 백개 이상이 서있는 신사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이 신사는 어딘지 약식으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래도 소란한 이진칸에서 계단 하나만 올라오면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한 세상을 볼 수 있다는건 참 괜찮은 평온이다.
액자 속 그림같은 풍경에 잠깐 발이 묶였다..
풍경이란...
기원보다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