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6. 21. 11:04

교토 고쇼(京都御所)는

과거 일본 천황의 머물렀던 주거 공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상시 개방 중이다.

입구에서 목에 거는 번호표를 나눠주는걸 보니 

입장객을 자체적으로 조절하는건 아닌가 싶었다.

 

 

공교롭게도 내가 고쇼를 찾은 날은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닥쳐 바닥의 모래들이 공중에서 춤을 췄다.

마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느낌.

눈과 입에 이물감이 느껴져 사진찍는걸 포기하고 서둘러 들어갔다.

드넓은 공원엔 잘생긴 나무들이 정말 많았는데...

(아쉽다.)

지금은 천황의 즉위식이 도교 고쿄에서 거행되지만

쇼와 덴토까지는 이곳에서 즉위식이 거행됐었다.

지금도 덴토, 황후, 황태자, 황태자비가 교토를 방문하거나

국민이 방문할 때 영빈관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단다.

(여긴 정말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

 

 

고쇼의 정전인 시신덴(紫宸殿, 자신전).

교토는 덥고 습한 곳이라 건물을 들일 때 대부분 동쪽을 향하게 만든다는데

시신덴은 특이하게 남쪽을 향하고 있다.

이유는, 군주(君主)는 남면(南面)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건물 좌우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서있는데

오른쪽은 귤나무, 외쪽은 벚나무다.

그냥 심은건 아니고 이 두 나무가 조정의 문무백관을 상징한단다.

건물 정면의 광활한(?) 정원엔 모래가 아닌 작은 햐안 자갈이 깔려 있다.

담장 밖은 바람때문에 모래가 널을 뛰는데

이곳은 자갈이 깔린 덕에 고요했다.

 

 

시신덴 동쪽에 있는 전각은 보수를 위해 건물 전체를 감싸는 중이었다.

이 건물 뒤로 천황의 사적 공간인 침소(세이료덴)와 학습소와 정원이 이어진다.

이어져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공간.

이를테면 건물 밑으로 뚫려 있는 저 공간이

공(公)과 사(私)를 나누는 경계인 셈이다.

공적인 공간보다 사적인 공간에 관심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일.

몰래 훔쳐보는 것도 아닌데

한 발짝 한 발짝 가까워질때마다 어딘지 조심스러워진다.

 

또 다시 시작되려나보다.

두서없고 맥락없는 감정이입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