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6. 15. 11:15

은각사가 완성된 후

요시마사는 죽을 때까지 이곳의 저택과 정원을 돌보면서 살았단다.

원래는 10여 채가 넘은 건물이 있었다는데 화재로 다 소실되고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은각과 관음전, 동구당 셋 뿐이다.

이곳의 정원 역시

요시마사가 직접 나무도 심고 돌도 배치했다.

원뿔 모양의 향월대(向月臺)와 갈퀴질된 모래 정원을 지나면

산책로로 이어지는 연못정원이 나온다.

연못 너머로 햇빛 속에 한적하게 자리잡은 다실 동인재(同人齋)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다실(茶室)이다.

다실 문을 살짝 열어놓고

그윽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연못 한가운데 대내석(大內石)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신선이라도 된 것 같았겠구나 싶었다.

 

 

연못 주변을 감싸듯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뿌리를 드러낸 나무와 지천에 깔린 포근포근한 이끼들이

빛의 방향에 따라 향연을 펼친다.

마치 작정이라도한 듯 세상의 모든 녹색을 이곳에 다 모여있는 것 같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은각과 동구당의 모습도

가까이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조형미다.

아...그래서 이곳이 은각(銀閣)이 됐구나...를 이곳에서 내려다보며 절감한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반짝이는 모래정원은

누가 뭐래도 확실한 은(銀)의 반짝임, 그것이더라.

실제로 건물 전체가 은박(銀薄)으로 장식됐다면

그 화려함이 오히려 비루하게 보이겠구나 싶었다.

그래, 인위적인 게 자연을 이길 재간은,

도저히 없었겠다.

 

호사(豪奢).

그 단어만 생각나더라.

은각사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