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6. 8. 08:26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는 좀 됐다.

햇빛 알러지 때문에 주로 아침 일찍이나 저녁에 퇴근해서 타는데

평일에는 반포에서 가양대교까지 25km~30km를,

일요일에는 구리시까지 들어가면 왕복 60km ~ 70km 정도를 탄다.

햇빛이 점점 뜨거워져서 어제는 이른 좀 시간인 아침 6시 30분에 출발했다.

구리에서 턴을 해서 다시 집에 돌아온 시간은 10시 50분.

중간에 세 번 정도 쉬면서 다리도 풀어주고, 물고 마시고, 가져간 오이도 먹고, 주변을 걸어다니기도 했으니

그리 오래 걸린건 아닌것 같다.

(전문 바이커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다보니

체중이 아니라 체형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

마흔을 훌쩍 뛰어 넘었으니 늘씬하고 호리호리한 몸을 기대하지도 않지만

불룩불룩하거나 부해 보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그 동력에 내 온 몸을 맡긴다는게 참 좋다.

바람의 방향과 같이 달릴 때는 바퀴가 저절로 굴러가고

바람과 반대로 달릴 때는 허벅지와 허리에 힘을 좀 더 가해야한다.

아주 아주 정직한 동력.

밤에 타는 자전거는 풍경이 덤이다.

하늘빛이 달라지고,

고층 건물에 불이 켜지고,

한강 다리에 불이 하나씩 커지고...

그때가 바로 시간이 공간을 이기는 순간이다.

그대로 멈춰서 한동안 앉아 있고 싶다는 유혹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풍경보다 정직한 동력에 빠져있는 상태라 멈추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이 높지싶다.

멈추면... 오래 앉아있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구리 자전거도로.

이른 아침이라 햇빛도 쨍하기 전이었고사람도 거의 없었다.

다리도 풀어줄겸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핸드폰으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여름 풍경이 꼭 가을 풍경 같아 혼자 놀랐다.

바람결에 설핏 늦봄의 향기도 났고

하늘은 꼭 눈내리기 직전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계절이란 놈은,

하나의 계절 속에 사계절을 다 품고 있는 모양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

나는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태우고 지전거를 탔다.

아주 많이 근사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