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두브로브니크의 해는 길다.
로브리예나츠 요새에서는 금방이라도 해가 질 것만 같았는데
구시가지로 되들어오니 아직까지 낮이 계속되괴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플로체 게이트 앞 난간에 앉아 바다를 봤다.
배 한 척이 출항을 준비 중이다.
관광객을 태우고 인근 바다로 나가 석양을 즐기고 돌아오는 배는 해양 강국이었던
과거 두브로브니크 목선(木船)을 재현해서 만들었다.
고풍스런 모습때문인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품새가 제법 운치있다.
주변 식당들은 저녁 장사를 위해 테이블과 의자를 셋팅하고
셋팅된 좌석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는다.
루자 광장 한가운데 길게 셋팅된 테이블엔
남녀가 편을 가르듯 앉아있다.
저 구도는 뭐지?
마치 단체 미팅이라도 하는 것 같은 앉아있는 사람들.
게다가 상의는 전부 하얀색이다.
설렘보다는 친숙함으로 가득한 얼굴들을 보니
미팅이 아닌건 분명해 보이고
아마도 크네베브 궁전에서 시작될 음악회와 관계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네베브 궁전도 입장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과 음악.
빛과 음악 모두 그림이다.
단지 해가 사라진것 뿐인데
지금 이곳은 낮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플로차 대로로 쏟아져나오는건 비단 사람만은 아니다.
구시가지 하늘을 수놓는 칼새들의 비행.
작은 새의 날개짓과 소리가 얼마나 크고 위협적인지
마치 뾰족한 주둥이가 일제히 나를 하여 "사격 개시!"를 외치는 것 같다.
처음엔 도대체 이 난리가 뭔가 싶어서 길로 나가지도 못하고
한쪽 담벼락에 바짝 붙어 꼼짝달싹도 못하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바닥을 향해 스치듯 날아가는 칼새들은 사람따윈 안중에도 없다.
삐~~~삐~~삐~~~!
날카로운 소리만으로도 내 몸이 구멍이 날 것 같다.
하지만,
낯선 무서움은 그저 무서움일 뿐이고,
칼새들의 비행은 난생 처음 보고 듣는 장관이었다.
늦은 밤.
사람들이 뜸해진 길은 잠시 내게 주인의 자리를 권한다.
텅 빈 거리와
완강하게 닫힌 성벽 투어의 철문,
그리고 길거리 상인에게 뭔가를 묻고 있는 수도사의 옆모습...
신은 믿지만 신에 대한 완전무결한 확신이 없는 내게
서원을 맹세한 수도사의 등장은 예상치 못한 뭉클함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부러움 때문이었던것 같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신을 통해 진리를 깨치고 자유를 얻은 사람들.
내가 힌 번도 가져보지 못한 그 확신이, 그 믿음이, 그 잠언이,
지금도 나는 부럽고 또 부럽다.
눈물 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