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7. 24. 08:15

두오모 성당의 내부는

셩당의 외부가 워낙 화려하고 웅장해서 그런지

내부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런데 나는 이 소박하고 아담한 내부가 아주 아늑하고 따뜻하더라.

쿠폴라의 프레스코화를 제외하면

내부 벽은 그림도 거의 없고 장식물들도 성당 규모에 비하면 많지 않다.

하지만 창문마다 가득한 스테인드글라스는 로렌 초 기베르티의 작품.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보면 그 색감의 화려함과 표현의 섬세함에 깜짝 놀라게 된다.

다른 장식물이... 굳이 필요하지 않겠구나 싶을 만큼.

예수 고해상도 표정 속에 고통과 다 이루었다는 완성의 거룩함이 생생하다.

성모마리아 대관식으로 장식된 시계(?)가 가장 유일하게 화려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기원 촛대.

촛대 자체보다도 조심스럽게 불을 밝히는 사람들들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간절함을 담은 눈빛과 조심스런 손길.

내가 두오모 성당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

 

 

두오모 쿠폴라의 천정 프레스코화.

바사리(Vasari)와 주카리(Zuccari)에 의해 만들어진 이 작품의 제목은 "최후의 심판" 이다.

모두 5단으로 그려졌는데

성당 내부에서 올려다보면 천국이,

쿠폴라에 올라가면서 보면 지옥이 훨씬 잘 보인다.

두 거장이 만들어낸 아주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구도다. 

그러니까,

이 프레스코화는 바라보는 있는 사람에게 마치 잠언록을 펼쳐든 기분을 들게 한다.

최후의 심판날,

그대가 가게 될 곳이 과연 어디일지를  생각하라는 삼엄한 경고.

그림에 눈맞추기가 두렵다...

 

 

따뜻하고 빛으로 가득한 천국의 모습과

어둡고 기괴한 지옥의 모습.

실제로 쿠폴라를 오르는 중간에 머리 위로 바짝 올려다본 지옥은,

너무나 섬득하고 끔찍했다.

바닥으로 인정사정 없이 내쳐지는 악인들의 모습을 머리 위로 올려다보니

내가 지금 지옥에서 있는 느낌이다.

찔리고, 던져지고, 불구덩이에 밀어지고, 머리 셋 달린 괴물에게 찢기고...

꼭 종교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제일 바닥으로는 떨어지지 말자고 혼자 각오 높게 다짐했다.

 

쿠폴라 가장 상단의 그림들.

쿠폴라 프레스코화에 대해 알고 갔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피렌체나 로마는 스페인만큼 준비하지 못했었다.

사전지식이란 것도 상식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심지어 흔한 여행서마저도 챙기가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와서 뒤늦게 로마와 피렌체 관련 책들을 뒤적이고 있다.

소처럼 열심히 되새김질 하는 중 ^^

그런데... 이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왜냐하면 뒤늦은 되새김질이 의외로 아주 꿀맛이라서...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