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2. 05:40

조카들에게 산토리니 해변에서의 수영을 추억으로 만들어주려고 선택한 레드비치.피라 로컬 버스 정류장에서 아크로티리행 버스를 타고 20여분을 가서 다시 도보로 10여분. 그런데 입구가 폐쇄됐다. 가자고 작정하면 줄을 넘어서 갈수는 있는데 동생이 반대한다. 의견충돌(?)로 개인플레이를 하기로 했다. 조카랑 동생은 오다가 봤던 해변으로 가고 나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레드비치에 남았다. 햇살 좋은 해변가... 온몸이 이미 익어버린 나는 뜨거운 햇살 아래 수영복만 걸친 사람들 앞에서 온몸은 꽁꽁 싸매고 퍼포먼스처럼 카메라셔터를 눌러댔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다는걸 깨달았다.엄청난 맨붕이 왔다.머릿속은 블랙이 되버렸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지나가는 동양여자분께 사정을 말하고 2유로를 얻었다."you save me! thank you so much" 몇번이나 thank you를 연발했는지 모른다.짧은 영어실력으로 정말 용썼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발라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혼자 피라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쁘티호텔을 카메라에 담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찔한 절벽위에 그림같은 새하얀 건물들은 햇살속에 눈이 부실 정도다.산토리니의 화이트! 이상하다! 신비감을 자아내니...

구항구에서 이어지는 588계단도 올라가다 중간에 그 유명한 동키택시도 봤다.근데 당나귀들 냄새 정말 장난 아니다. 게다가 그놈들 배설물도 요리저리 피해가야하고...

전망좋은 카페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조카들이  눈에 밟혀서 포기하고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주변을 들러보며 셔터를 눌렀다.전문가가 들으면 웃겠지안 괜찮은 사진을 몇장 찍었다. 

이아  마을에 이어 피라의 선셋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붉은 해가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순간은 모든게 매직이다. 카메라의 한계,  렌즈의 한계, 나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는 좌절의 순간이기도 하고...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오늘이 돼지 않을까? 혼자라는  사실에 내가 아주 익숙해져버렸구나...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내가 측은하다. 괜찮아! 지금껏 그래도 잘 버텼잖아!

내일은 피라에서의 마지막 날.밤 12시에 야간페리를 타야 하니까 꼬박 하루가 남은 샘이다. 이아  마을에 다시 갈지 피라에 있을지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짐도 꾸려야하고... 어쨌든 최대한 좋은 순간을 만들자! 산토리니에 다시 오게 될지는 미지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