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9. 4. 08:18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을 둘러본 후

버스를 타기 위해 베네치아 광장 통일기념관으로 향했다.

한낮의 통일기념관과 해가 진 후의 통일기념관은 완전히 다른 건물을 보는 느낌이다.

리소르지멘토(Resorgimento)

이탈리아인들은 "통일"이라는 말 대신에

"부활"의 의미를 가진 명사 "resorgimento"를 주로 쓴단다.

아마도 찬란했던 과거 로마 제국에 대한 동경과 복귀의 염원이지 않을까 싶다.

이 반원형의 통일기념관이 콜로세오와 겹쳐지는 것도

그런 로마인들의 바람과 무관하지 않을것 같다.

 

 

통일기념관은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1880년 이 건물을 짓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현상 공모를 했는데

이탈리아인아 아닌 프랑스인 폴느노가 1등에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하면서 반발이 거세진다.

결국 어찌어찌 폴느노의 양해를 구해서

참가 자격을 이탈리아 건축가로 엄격히 제한해 다시 2차 공모전이 열린다. 

그때 당선된 사람이 삭코나라는 서른살 가량의 젊은 건축가였다.

삭코나는 고대 로마 신전에서 영감을 받아 이 건축물을 구상했고 완성은 못보고 사망한다.

후에 몇 명의 다른 건축가에 의해 1911년 6월 4일 완성된다.

건물 양쪽 끝에는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에 올라탄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상이 있고

그 밑에는 <조국의 통일>, <시민의 자유>라는 라틴어가 쓰여있단다.

이탈리아 통일의 이상을 표현한 문구라고...

건물 계단 한가운데 조국의 제단에는 "무명 용사들의 묘"가 있는데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전사한 용사들을 위한 제단으로 

이 커지지 않는 불을 두 명의 보초가 지키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음식물을 먹는 행위, 계단에 주저앉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문득 아테네 국회의사당이 생각났다.

그곳에도 역시 세계대전 참전 용사를 위한 꺼지지 않는 불이 있었는데...

(하긴 그리스와 로마니까...)

 

 

돌아오는 길에 본 로마의 하늘과 밤은

말그대로 아주 깊고 푸른 밤이었다.

점점 선명한 에메랄드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세피아빛으로 깊어지는 길.

취기가 올라왔다.

풍경에 취하는건 술에 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쎄다.

지금도 로마의 깊고 푸른 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발그래해진다.

 

이제 그만 깨어날 때도 됐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