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1. 26. 08:47

로마의 만신전(萬神殿) 판테온(Pantheon)

이곳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고대 로마 시대의 건축물이란다.

이곳을 두고 미켈란젤로는 "천사의 설계"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수치적으로 완벽한 구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판테온은

현대 건축기술로 그 구조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없어 재현을 포기했다고.

판테온의 기본 구조는 원통형 벽체위에 반원형 구(球)를 얹은 형태다.

공간은 10로마식피트를 기본 단위로 하는 숫자와 기본 도형으로 특이하게 구성되어 있다.

왼통 외부 지름은 200로마식피트이고,

원통 내부 지름은 3/4에 대항하는 150로마식피트다.

원통 내부의 지름과 바닥에서 반구 안쪽 정상까지의 높이도 150로마식피트.

(150로마식피트는 약 44미터)

꼭대기 정점을 A라고 하고, 바닥 평면에서 세로 벽과 교차하는 지점을 B와 C라고 할 때.

ABC는 정확하게 정삼각형을 이루고 그 정삼각형은 하나의 구(球)에 오롯이 담긴다.

이게 바로 고대인들이 생각했던 우주의 형상이며 천체의 모습이다.

판테온의 쿠폴라는 위로 갈수록 더 가벼운 재료를 사용했는데

쿠폴라가 밖으로 벌어지려고 하는 힘을 두터운 원통형 벽체 로툰다(Rotonda)가 받치고 있다.

이 로툰다를 지행하는건 깊이 4.5m, 폭 7.5m의 거대한 콘크리트 링이다.

머리를 들어 꼭대기를 바라보면

지름 9m(30로마식피트)의 구멍이 보이는데 행성의 중심인 "태양"을 상징한다.

"눈"이란 뜻의 "오쿨루스(Oculus)"라 불리는 이 구멍은

판테온의 내부를 밝히는 광원이자 제사를 지낼 때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출구 역할을 한다.

오쿨루스를  뚫은 이유는 쿠폴라가 무너지는걸 막기 위해서라고.

(실제로 거대한 쿠폴라를 올리다가 무너진 건물들이 많기도 했다...)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이라는 뜻이며

처음 지어진건 BC 27년 집정관이었던 아그리파가 의해서다.

판테온 입구에 상단에 "M.AGRIPPA.L.F.COS.TERTIVM.FECIT"라는 청동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데

해석하면 "세번째 집정관 루키우스의 아들 마르쿠스 아그리파"라는 뜻이다.

최초의 판테온은 원통형이 아닌 육면체의 신전이었는데 BC 81년 대화재로 전소된다.

그 후 AD 125년 히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재건됐다.

그리고 기독교 공인 이후 609년 성당으로 바뀌면서

"순교자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Chieasa Santa Maria dei Martiri)"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갖게 됐다.

(그 덕분에 지금과 같은 보존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건물의 외부를 장식했던 대리석은 수 세기 동안 뜯겨져 다른 건물의 자재로 사용됐고

건물 벽에 붙어 있던 기둥의 머리부분은 현재 대영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입구는 16개의 코린트식 기둥이 받치고 있고

지붕 정면을 청동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후에 베르니니가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발다키노를 만들때 이 청동을 전부 뜯어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휑한 모습이 되버렸다고!

 

 

르네상스 이후 판테온은 무덥으로도 사용됐다.

이곳에 묻힌 인물은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움베르토 1세가 있고

그리고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다..

성모 마리아 조각 아래에 있는 라파엘로의 석관은

댄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 나오기도 했다.

라파엘로는 생전에 스스로 이곳에 묻히기를 늘 바랬었다는데 뜻을 이뤄서 다행이다..

그의 무덤 위에는 한 쌍의 황금 비둘기가 거꾸로 메달려 있다.

(분명 뭔가 의미가 있을텐데..).

라파엘로의 석관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단다.

"여기 라파에로 산치오가 누워 있다.

 그가 살아 있을 때에는 만물의 위대한 어머니가 정복당할까봐 두려워하였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대자연은 그와 함께 죽는 것이 하닌가 하고 떨었다."

라파엘로 무덤 옆에는 그의 약혼녀 마리아 비비에나의 추모 석관이 있다.

(하지만 라파엘로는 그녀가 아닌 다른 여인을 사랑했다고...)

 

 

로마에는 이런 속담이 있단다.

"Chi va a Roma e nun vede la Ritonna asino va e asino ritorna."

그 뜻은 "로마에 와서 판테온을 가지 않는 사람은 바보로 와서 바보로 떠난다,"

그만큼 판테온은 로마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건축물이다.

로마 현지인들도 판테온 만큼은 무조건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건 아마도 인간과 신이 만나는 곳에서

자기 본연의 모습을 만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판테온 벽면에 반사되면서 동그란 빛의 덩어리를 만들어진다.

그리고 첝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빛의 길(道)을 내는구나...

신에게도, 인간에게도, 그리고 죽은 이들에게도 길은 있다.

신의 길,

인간의 길,

사자(死子)의 길.

그 길이 시간을 이뤄 역사로 만들어진다는걸

나는 판테온을 서성이며 깨달았다.

 

길(道)은...

언제나 있었고

언제나 있고

언제나 있을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