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명치끝이 꽉 막혀 도무지 풀어질 기색이 없다.
며칠동안 한숨을 달고 살았더니
기어이 탈이 난 모양이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완강하게 나를 막어서고 있는 건 뭘까!
쓸데없이 나를 끌고 다니는 생각들, 시간들, 공간들. 감정들.
아니면 아직 받아들이지 않은 책들과 마냥 꿈만 꾸는 풍경들....
아마도 이번 한 주는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다.
아주 무기력하고, 아주 진이 삐지고, 아주 막막한 한 주의 시작.
많이 삐걱거리고 많이 서걱거렸다.
첫걸음부터...
사람들의 분주함을 최대한 외면했다.
어쩌면... 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고통인지도 모르겠다.
몸이 고통을 축복처럼 찾아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들춰지는 페이지마다 낯선 얼굴의 내가 나에게 바라보는 게 끔찍하다.
서둘러 덮는다. 덮은다. 덮는다.
이 페이지들을 이제부터 어찌해야 할까?
나만 쓸 수 있고
그리고 결국은 나만 읽을 수 있는 저 책을
이제 한 장도 펼칠 수 없다.
한 줄도 읽을 수가 없다.
그럴 용기가 없다.
허공을 짚고 있는 것 같은 위태로운 직립.
바라는 게 도무지 없다.
다만 의심 뿐이다.
이 또한 지나갈까?
정말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