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2. 27. 14:02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스포츠에 이렇게 온 국민이 몰입했던 적이 있었던가?
그때는 그래도 경기장 안에 뛰는 선수가 많았었는데
20살 작은 요정 김연아는
그 여리고 작은 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자 싱글 쇼트 세게 신기록으로 1위 (78.50) - 음악 : 007 시리즈 테마곡
여자 싱글 프리 세게 신기록으로 1위(150.06) - 음악 : 조지 거쉰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여자 종합 싱글 세게 신기록으로 금에달(228.56)


 

보고 있으면 그냥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기품있고 격조높은...
신성한 아름다움마저도 느껴지는 모습.
김연아의 피겨는 역동적이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순수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이 오히려 역동과 다이나믹의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압도해버린다.
20살의 나이가 만들어내는 감성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
이렇게 아름다운 괴물이
이렇게 완벽하게 순수한 괴물이 있었던가?



그녀가 흘리는 눈물은
그동안 그녀가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대변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
그게 어찌 그녀인들 두렵고 걱정스럽지 않았을까.
이 작은 여제는 그 모든 순간들을 오로지 차가운 빙판 위에서 견뎌고
그리고 결국은 이겨냈다.
그 승리가 나는 더 아름다워 눈시울이 매워졌다.

 
 
 NBC 해설위원이며 1984년 금메달리스트였던 스캇 헤밀턴이 말했단다.
"그녀의 음악이 시작하는 순간이 하이라이트고
그리고 끝나는 순간도 마찬가지"라고...
아사다 마오의 쇼트가 크린으로 끝이 나고
바로 뒤 이어 이어진 김연아의 쇼트.
스캇은 김연아의 표정을 보고 그 당당함이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저, 나 이제 나가는데 넌 이제 2위가 될거야..."
과거의 금메달리스트 스캇이 읽어낸 김연아의 자신감과 당당함에
내가 다 기분이 밝아진다.

 

2002년 히딩크 만큼이나 유명해를 치루게 된 김연아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Brian Orser)
그는 케나다에서 현역 시절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단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점쳐졌지만 두번이나 은메달에 머물러야만 했다.
급기야 1988년 동계올림픽 때는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에게 0.01점이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단다.
(그리고 이 기록은 역대 최소 점수차로 기록되고 있다)
올림픽의 금메달을 그는 이 이쁘고 성실한 제자를 통해 이룬 셈이다.
사실 그는 처음에 김연아 선수의 코치를 제안받고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다 2005년 김연아가 캐나다로 전지 훈련을 떠났을 때
그녀의 가능성을 보고 코치직을 수락했단다.
브리이언 오서 코치의 첫 제자가 된 
무관의 여제 "김연아"
그 두 사람은 매 경기 시작 전과 후에 찡한 모습을 보여준다.
경기 시작 전에 혹시 김연아 선수가 마음의 동요가 생길까봐
파란 눈으로 고개를 조금씩 끄덕이며 그녀를 평온하게 바라보는 오서 코치.
소위 아빠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을 보면 나조차도 왠지 모를 따뜻함과 위로가 전달된다.
그리고 경기 뒤,
두 사람이 나누는 격려와 감사, 그리고 응원의 포옹까지도...



김연아 선수 스스로도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찰떡 궁합"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두 사람의 "찰떡 궁합"은 
그랑프리 시리즈 5개 대회 연속 우승과 그랑프리 파이널 2년 연속 우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동계올림픽까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던 오서 코치는
커밍 아웃으로 인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단다.
김연아 선수도, 오서 고치도
참 대단하고 아름다운 인연이다.
이들이 만든 감동 드라마가
내게는 아주 오랫동안 앵콜될 것 같다.
더불어 이들에게 진심을 담은 기립박수를 보낸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