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7. 29. 07:53

 

<데스노트>

 

일시 : 2015.06.20.~ 2015.08.15.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원작 : 오바 츠구미, 와바타 타케시 <데스노트>

각본 : 이반 멘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머피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홍광호(야가미 라이토), 김준수(엘), 강홍석(류크), 박혜나(렘)

        정선아(아미네 미사), 이종문(야가미 소이치로), 이수빈 외

제작 : 씨제스컬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지난 토요일,

뮤지컬 <데스노트>를 보기 위해 성남아트센터를 찾았다.

재미있는건,

자리 욕심이 나는 작품은 꼭 티켓팅에 망하고

자리 욕심이 전혀 없는 작품은 꼭 좋은 자리를 잡게 된다.

이 작품도 그런 이변이 발생했다.

영국 런던에서 <미스 사이공> 공연 중인 홍광호의 국내 복귀작,

그리고 엄청난 한류스타 김준수의 원캐스트 작품.

두 배우의 어마무지한 팬덤의 활약(?)이 충분히 짐작됐기에 애초부터 좌석에 대한 기대는 싹 버렸었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홍광호도, 김준수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예매를 했는데 소위 말하는 꿀자리가 손에 들어왔다.

(암튼 뭐 대략 그랬다는거다.)

공연장에서 깜짝 놀랐던건 앞좌석을 점유하고 있던 김준수의 일본팬들이었다.

광클로 유명한 한국인들도 예매하기  쉽지 않는 좌석을 일본분들이 도대체 어떤 신기술로 예매했을까 신기해했는데

한류스타 공연을 대신 예매를 싸이트인지 서비스인지가 있단다.

(가격대가 일반예매보다 훨씬 비싸다고...)

본진의 위대함과 팬덤의 위대함이 만나니 정말 불가능이 없구나 싶다.

뭐 항간에는 100만원이 넘는 암표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암튼 뭐 또 대략 그렇다는거다... ^^).

 

작품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또 보고 싶다까지는 아니어서 가지고 있는 주말표를 놓을까 고민중이다.

스토리는 역시나 원작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그 좋은 정선아 배우가 병풍같은 존재감인건 영 아쉽다.

미친 성대 홍광호와 김준수의 듀엣은 기대보다 폭발력이 상당하더라.

홍광호가 무대에서 듀엣을 부를때면 다른 배우의 목소리를 가차없이 잡아먹어 버리는데

(볼룸 조절이 안된다는게 홍광호의 가장 큰 단점)

이 작품에서는 김준수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더라.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 것 같고,

구부정한 어깨와 성큼성큼한 걸음걸이,

양쪽 다리를 벌리고 앉을 때 까치발을 세우는 모습과 손동작 등의 디테일에 신경쓴게 역력하다. 

다만 엘의 분장이 심하게 약쟁이 같아서...

 

 

개인적으론 홍광호 라이토 보다는 박혜나 렘이,

박혜나 렘 보다는 김준수 L이,

김준수 L보다는 강홍석 류크가 훨씬 더 눈과 귀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그런 말도 하더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신이라고...

렘 박혜나의 저음은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었고 듀엣도 솔로곡도 음색과 너무 잘 어울렸다.

강홍석은,

다섯 명의 인물 중 원작과 가장 근접한 싱크로율을 보여줬고

어느 누가 보더라도 류크 그 자체라고 하겠더라.

(일본판 류크는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던데...)

노래도, 딕션도, 표정도 정말 좋았고 몸의 표현은 그야말로 끝이더라.

 

좌우 돌출 무대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무대는 좀 윃했고

사람 이름이 나오는 부분에서

어느 장면은 일본어고, 어느 장면은 한글이라 이건 뭔가 싶더라.

(별 거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돌출무대 덕분에 홍광호와 김준수의 듀엣곡 "비밀과 거짓말" 장면에서 기현상을 목격했다.

홍광호의 팬덤도 수적으로 상당한 편인데

객석 대부분이 김준수가 서있는 왼쪽 돌출무대로 고개를 향하고 있더라.

단체로 미어캣으로 빙의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김준수라는 아이돌의 인기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정말 제대로 실감했다.

(살짝 공포감 비슷한걸 느꼈더랬다...)

 

인간을 미어캣으로 만드는 팬덤의 세계.

그게 데스노트에 이름 적히는 것보다

나는 몇 갑절 더 무섭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