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7. 22. 07:52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드디어 <드라큘라>를 봤다. 그것도 류정한 첫공을...

프랭크 와일드 혼과 데이비드 스완, 그리고 류정한.

이 세 사람만큼 소위 잘 먹히는 조합이 또 있을까?

류정한 벰파이어라...

드디어 온갖 캐릭터를 섭렵하고 벰파이어로 또 다시 정점을 찍게 되려나? 

아주 도도하고 관능적인 드라큘라를 보게 될 것 같은 기대감.

그의 고급스런 목소리로 듣게 될 "Fresh bood"와 "Life after life", "The Longer I Live"가 정말 너무 궁금했다.

혼자 미리 그려본 그림만으로도 기대감은 충분히 올려갔다.

음색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연기력도 그렇고.

아주 클래식하면서 도발적인 작품이 탄생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첫공을 본 느낌은...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고 엄하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일단 류정한 드라큘라와 정선아 미나의 조합은

음색도, 연기도, 전체적인 조화도 생각보다 훨씬 더 어울리지 않았다.

루시같은 미나. 아주 도발적인 미나랄까?

정선아는 아무래도 지고지순한 역는 살짝 비켜가야할 듯.

애절하고 간절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특히 "Please Don’t Make Me Love You"가 깊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루시를 정선아가 했다면 배우도, 배역도, 작품도 훨씬 잘 살았을 것 같은데...

게다가 정선아 루시는 카이 조나단과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더라.

미나에게선 루시가, 조나단에게서는 미나가 느껴져 혼자 혼란에 빠졌다.

조나단이라는 역할 자체는 카이와는 아주 잘맞았고 

조나단의 넘버도 카이의 음색과 아주 잘 어울렸다.

"Before The Summer Ends"는 참 애잔하더라.

1막의 상반신 노출장면 때문에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카이의 얼굴이....

(솔직히 너무 많이 빈해보이더라..)

 

문제의 드라큘라.

데이비드 스완은 왜 드라큘라를 이렇게까지 찌질하게 만들었을까?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안다는 연출가인데 적어도 이번만큼은 살짝 비켜간 모양이다.

한국인이 비극을 좋아하긴 하지만 비극에 찌질함이 가미되는건 정말이지 극도로 싫어한다.

거부하지 못한 강한 매혹과 신비스런 공포가 느껴져야 하는 드라큘라가

마치 엄마를 잃은 아이같이 너무 징징댄다.

특히 울며불며 미나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기차역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와 전혀 매칭이 안된다.

(소위 말하는 민폐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개리올드만 주연 <드라큘라> 매니아라 비교를 자꾸 하게되는데

영화와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이 영화 강력 추천한다.

 아주 매혹적이고 은밀하고 아름답고 도도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은 참 좋았다.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초반엔 너무 징징거려 거부감이 있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류정한 특유의 애절함과 간절함이 가슴 속으로 빠고 들었다.

"The Longer I Live"는 나조차도 온갖 고민에 사로잡히게 만들더라.

아쉬움이 있다면 "Fresh bood"이 더 강렬했으면 하는 바람.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달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너무 찌질한게 문제지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이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4중 텐테이블 무대와 바닥으로 쓰러지는 관은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플라잉신은 솔직히 낚시다.

(배우 입장에서는 아득한 높이이긴 했겠다.)

그리고 다른 배역들은 다 괜찮은데 유독 드라큘라 의상이 참...

꼭 그렇게까지 "I'm Dracula"스러운 복장이어야 했을까???

중세시대 백작의 러블리한 모습까지 꼼꼼히 챙겨주시고...

개인적으론 아주 덴디하거나 모던한 의상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건,

프랑크 와일드 혼도 그렇고 데이비드 스완도 그렇고

자신들의 과거 작품들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는 거다.

이 작품도 기시감이 너무 많이 느껴졌다.

뮤지컬 넘버는 프랑크 와일드 혼의 전작들이 전부 소환됐고

연출은 데이비드 스완의 적작들이 여기저기 출몰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번안은 도대체 누가 하셨는지...

대사 번안은 그런데로 괜찮은데

넘버 번안는 너무 심하게 꾸역꾸역 밀어 넣었더라.

단어나 문장도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고...

감수를 조금 더, 여러 명이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솔직히 이 작품.

현재까지는 "와! 좋다~~~~"는 아니다.

일단 류정은, 조정은, 카이 조합으로 한 번 더 봐야 분명히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미나의 이미지는 딱 "조정은"이다.)

이 세명의 클래식한 조합을 보게 된다면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거라고 생각된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