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2. 5. 08:20

<December>

일시 : 2013.12.16. ~ 2014.01.29.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대본 : 장진

연출 : 장진 

출연 : 김준수, 박건형 (지욱) / 오소연, 김예원 (이연/화이)

        박호산, 이창용, 이충주 (훈) / 김슬기, 조연진 (여일)

        임기홍, 김대종 (성태) / 송영창, 조원희 (아버지) / 홍륜희 외

제작 : (재)세종문화회관, NEW

 

12월 초반에 본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혹평에 장진 감독도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겠지만 어찌됐든 이 작품은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 공연 중에 피드백을 하면서 계속 수정을 했단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기대하기엔 베이스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수정을 헸다는 말에 재관람을 선택했다. 

박호산이 김광석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도 궁금했고,.

그랬더랬는데...

수정을 거듭했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은 참 견디기 힘든 작품이다.

여전히 난잡하고 산만하고 수다스럽다.

보는 내내 민망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장진식 유머는 연극에서는 모르지만 뮤지컬에서는 정말 아니다.

이런 쓸데없는 유머코드만 줄어도 런닝타임이 확 줄어들겠다.

"난 알아요" 가사로 되도 않는 말장난을 하는 거 군인들,

개를 끌고 다니며 "점프"를 외치는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사투리리 쓰는 서울 아이나 페라로로쉐 초콜렛, 아저씨 운운하면서 원빈을 들먹이는 것도, 공연장의 좌석찾는 장면도

참 참기 힘든 유머다.

이런 식의 유머... 개인적으론 관객 모독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장진 작품에 매번 나오는 불멸의 여주인공 이름 "유화이"도 뮤지컬에서까지 만나니 어쩐지 식상하고!

성태의 장면들은 전부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그 좋은 "서른 즈음에"를 이렇게 싹뚝 잘라내버리다니...

여전히 보고 난 후에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

이럴 수 있나?

김광석 노랜데...

이 작품을 보면서 <그날들>이나 <광화문연가>가 아주 괜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었구나 뒤늦게 감탄했다.

새로 추가된 편지 장면과 훈 아버지 요양소 장면은 그 장면 자체로는 나쁘지 않았는데

앞뒤 연결되는 부분들이 영 매끄럽지 않다.

왠지 급하게 짜맞추려고 했던 의도가 여실하게 보여서...

요양소에서 훈과 아버지가 나뉜 대화가 참 좋던데

장면 자체가 은근히 묻혀버려서 효과적으로 살지 못했다.

송영창의 담담하면서도 쓸쓸한 대사톤도 참 좋았는데 아쉽다.

...... 없어진걸 찾는게 죄냐? ...... 너희한테서 사라졌다고 모두에게서 사라지는거 아니다. 시간이 오래 되었다고 기억에서 멀어져간다고 다 잊혀지는 거 아니다. 난 잊을 수가 없는데... 내 눈앞에 보이고, 내 손끝에 만져지는데 왜 잊으라고만 하냐? 난 잊을 수가 없는데......

김준수와 박호산이 친구로 나오는건 연기래도 참 민망하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병풍에 불과했던 훈의 캐릭터는 안습이었고...

(참 초라하고 의미없더라.)

 

그냥 다시 보지 말 걸 그랬다.

이렇게 또 다시 실망하고나니 더 막막하고 답답해졌다.

솔직히 이 작품 개인적으론 다시 올라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두루두루 못할 짓이다.

관객에게도, 배우에게도, 김광석에게도!

 

비어있는 객석을 보면서

장진의 발연출은 김준수의 인기보다 훨씬 더 강력했음을 알았다.

JYJ 준수만으로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거,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