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17. 08:22

<마리 앙투아네트>

일시 : 2014.11.01. ~ 2015.02.01.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작, 작사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Sylve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Robert Ohanson)

음악 슈퍼바이저 : 베른트 슈타익스너 (Bernd Steixner)

협력연출 : 이란영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마리 앙투아네트)

        윤공주, 차지연 (마그리드 아르노) 

        윤형렬, 카이, 전동석 (악셀 폰 페르젠 백작)

        민영기, 김준현 (오를레앙 공작)

        이훈진, 임강희, 박선우, 문성혁, 김영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에 이은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신작 <마리 앙투아네트>

이 두 콤비의 작품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흥행 성적이 좋다

<모차르트>랑 <엘리자벳> 초연을 볼때까지만해도 그럴말하다고 인정했다.

인물과 스토리, 화려한 넘버가 사람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더라.

화려함과 고음의 기교에 감탄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파악했고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지치게 되더라.

<레베카>는 내 취향의 작품도 아니었지만

막장의 스토리(?) 때문인지 초장부터 바로 지쳐버린 전력때문에

사실 이 작품도 좀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서 한 번 보는 걸로 끝낼 생각이라 캐스팅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초연작이 올라올때마다 매번 이런 결심을 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마리 앙투아네트보다는 마그리다가 훨씬 더 비중있어 보였고

넘버도, 인물도 훨씬 더 입체적이고 드라마틱했다.

마리앙투아네트는...

뮤지컬 속에서는 정말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라 의아했다.

마리앙투아네트에게 촛점을 맞추면

이 작품이 사랑 이야긴지, 혁명 이야긴지, 모성애 이야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

페르젠 백작과의 금지된 사랑 운운하긴 하지만

금지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너무 대놓고 연애질(?)이었고

모성애 운운하기에는 달랑 "자장가" 하나에만 의미가 부여되는것 같고,

(이마저도 마그리다와 엮이면서 모성애가 아닌 출생의 비밀로 넘어가버렸고...)

혁명 운운하기에는 그럴듯한 사건도 없다.

게다가 모성애를 표현은 아무래도 옥주현이 김소현보다는 경험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고...

그냥 이쁘게 치장하고 나온 꼭두각시 인형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게 옥주현과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았고...

오히려 마리앙투아네트 보다는 그녀의 연인 페르젠 백작이 훨씬 눈길이 가더라.

카이가 연기를 잘하기도 했고.

보는 내내 마리앙투아네트가 왜 억울한 죽임을 당한 희생자처럼 그려져야 했는지 이해가 안됐다.

마리앙도 그렇고 그래선지 오히려 주변 인물들이 훨씬 더.

루이 16세 이훈진은 "산초"류의 코믹한 배역으로 굳어가나 싶었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반가웠고

문성혁과 김영주 콤비의 깨알재미는 확실히 극에 활력소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론 제일 매력적이고 동시에 유일하게 이해가 됐던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를레앙 공작이었다.

김준현이 너무 표현을 잘해서 완벽하게 설득당했다.

표정, 말투, 연기, 전체적인 느낌 다 좋더라.

적어도 오를레앙만큼은 민영기보다 김준현이 훨씬 더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여름밤의 무도회 장면에서는 라다메스의 느낌도 살짝 풍겨서 혼자 향수에 잠겼다.)

 

결론은,

나름대로 재미있게는 봤지만

다행스럽게(?) 재관람까지 이어지진 않을것 같다.

결정적인 이유는,

화려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취향때문이고

그 다움은 넘버에도 스토리에도 별다른 임펙트를 느끼지 못해서다.

한 가지를 더 꼽자면, 조명!

감정과 장면을 어찌나 성실히 잡아먹던지...

처음엔 타이밍을 못맞춰 실수를 하는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아주 오랫만에 너무 성실하고 정직한 암전을 체험했다.

하하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