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6. 11. 08:26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블랙메리포핀스> 두번째 관람.

개인적으로 <풍월주>보다 이 작품이 스토리도 노래도 구성도 짱짱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더 좋다.

 

첫번째 관람 때는 장현덕 한스에 송상은 안나였고 이번엔 정상윤 한스, 임강희 안나로 관람했다.

그래서 강하늘, 김대현, 추정화의 연기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캐스팅 보드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이번에 보고 혼자 깜놀했다.

메리 슈미츠에 태국희, 추정화말고 제 3의 배우가 뒤늦게 캐스팅 된 줄 알았다. 

누구세요???

너무 심하게 포샾처리를 해서 배우 태국희에 태국희 아닌 사람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라첸 슈워츠 박사는 캐스팅 보드에 왜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뭐 별 중요한 건 아니고... 캐스팅 보드 보다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정상윤 한스.

역시 정상윤은 이런 배역에 잘 어울린다.

조금 시니컬하고 찌질하지만,

명철하고 정확하게 계획적하는 지적인 인물.

그러다가 한없이 무너져(소위 한 방에 훅 가는) 측은함과 연민을 무더기로 안기는 그런 인물.

그의 한스는 예민하고 섬세했으며, 주도적이기고 단단했다.

그리고 동시에 비겁하고 유약했다.

1열 관람이라 정사윤의 표정과 여백을 최대한 볼 수 있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확실히 <풍월주>의 열보다 <블랙메리포핀스>의 한스가 그에게 더 적격이다.

(<쓰릴미>의 "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센 척하는 장현덕의 한스와는 확연히 다른 표현이고 해석이었다.

기억 저편의 트라우마를 알코올을 의존해 잊어보려는 한스의 어지럽게 파괴된 내면을 배우 정상윤은

썩 잘 표현하고 전달했다. 

특히 마지막 대사 표현은 압권이다.

울먹이면서 오랜 시간 여백을 두고 각인하듯 말하던 마지막 대사.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임강희 안나.

송상은 안나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처음엔 좀 당황했다.

뭐랄까?

송상은은 안나는 순수하고 여려보였는데

임강희 안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보여주는 노쇠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마지막 Silent Wednesday 장면에서 임강희 안나는 압도적이고 폭압적이었다.

마치 엄청난 사건을 실제로 겪고 있는 사람같다.

안나는 홀로 고요하게 폭발하고 있었다.

그대로 무대로 뛰쳐나가 그녀를 부둥켜안고 숨겨주고 싶을만큼 강렬한 두려움과 공포와의 대면이었다.

이야기의 공포가 그대로 내게 전해져 섬득하고 떨렸다.

초점없는 무너지던 안나의 눈동자는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기로 작정하기에 충분한 공포고 아픔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마도 안나를 맡은 배우는 탈진상태가 되지 않을까?)

첫번째 관람때 신선한 충격이었던 전성우 헤르만은 역시나 이번에도 인상적이었고

윤나무 요나스는 첫번째 관람에서는 미처 못 봤었는데 표정이 정말 좋았다.

확실히 1열 관람은 여러가지로  더 깊은 이해와 목격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이 작품은 가능하면 앞자리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보면 더 깊고 집요하게 몰입할 수 있다.

휴대용 술병을 든 한스의 떨리는 손과 입매,

수첩을 넘기는 헤르만의 거칠고 간절한 손.

혼돈된 기억을 되살리며 두려움에 떨던 요나스의 손.

그리고 찢기고 폐허가 된 안나의 상처받은 손동작.

무언가를 끝없이 밀어내고 밀어내고 또 밀어내던 그 손의 막막함.

이 작품에서 "손(hand)"은 그러니가 묵시로적인 "언어"의 다른 형태다.

결코 입으로 말 할 수 없는 엄청난 상황을 고발하고 고백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손.

손의 언어와 그림자 놀이.

이 둘은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라고 할 수 있겠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단지 오랫만에 좋은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졌다며 감탄했었는데

두번째 관람에서는 인물들에 순간순간 동화가 돼 보면서 많이 힘들었다.

(배우의 집중과 몰입도 엄청나지만 나의 집중과 몰입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세번째 관람에서는 나는 또 어떤 걸 보고, 느끼게 될까?

<블랙메리포핀스>

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더 궁금하고 끌린다.

그래서 아직까지 내겐 "비밀의 화원" 같은 신비로운 작품이다.

7월 1일,

예정된 세 번째 관람.

그 새로운 대면을 기다리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