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2. 26. 07:54

<삼천 - 의자왕의 여인>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감독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의상 디자인 : 김혜진

조명 디자인 : 구윤영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뮤지컬 <삼천> 세번째 관람.

11월까지 예정된 공연을 마치고 며칠동안 close하더니 12월부터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새롭게 올린단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바뀐건지 또 궁금해서 조카와 관람을 했다.

한 시즌 안에서 내용을 대폭 갈아엎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새로워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서윤미의 전작 <블랙메리포핀스>에 비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감성적인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아 좋았었다.  

포스터도 확 바뀌었고,

부제도 "망국의 꽃"에서 "의자왕의 여자"로 바뀌었다.

좀 짐작은 된다.

예전보다는 로맨스(?)쪽이 더 부각되겠구나 하고... 

 

사치와 향락, 미색에 빠져 결국 백제를 패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의자왕!

그런데 당시 백제의 도읍 부여는 삼천 명의 궁녀를 둘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단다.

역사는 어디까지나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고 전해지는 법!

의자왕과 관련된 역사 역시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의 <삼국사기>의 기록에 철저하게 비롯됐다.

실제로 의자왕은 성군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민정치를 펼쳤던 인물이었단다.

어쩌면... 정말로...

의자왕은 전쟁때문에 백성들의 삶이 궁핍하고 피폐화되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당나라에 항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들 제대로 알겠는가!

그 시대의 정확한 현실과 시대 상황을...

 

예상대로 의자왕-연화, 진장군-연화의 애뜻한(?) 장면이 조금 더 부각이 됐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의자왕이 좀 찌찔한 캐릭터로 표현된 부분이 생겼다.

개인적으론 이전이 훨씬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정치 - 여자 - 정치'의 흐름이라서

마지막 장면쯤에 의자왕이 예식에게 "왜 이길 수 없다고만 생각하느냐!" 고 울부짖는 장면이 좀 생뚱맞아졌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연화 생각만 하겠다는 분이 갑자기 절규하시니...

(예전 장면에서 군왕의 비애와 절망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는데.)

두 장군에 대한 무게중심은 수정된 공연에선 어느 정도 수평을 이룬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예전에 진장군을 실질적인 주인공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엔 예식장군에게도 무게가 어느 정도 분산됐다.

확실히 예식의 본심과 충심은 예전보다 훨씬 잘 드러난다.

사실 진장군보다 예식 장군의 비애가 더 크고 무거운편 아닌가!

예식장국의 충심이 그래서 나는 더 슬프고 아팠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훨씬 더 풍성해지고 조금 더 격해졌다.

(아마도 북소리가 메인으로 치고 나오는 부분이 많아서이리라)

소극장 규모에서는 살짝 오버되는 장중한 느낌의 편곡도 몇 곡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이전보다 좋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연화가 하얀 소복(?)을 입고 절벽을 오르면 장면 연출은 잘 바뀐 것 같다. 

바닥엔 드라이아이스가 깔리고 하늘엔 하얀 꽃가루가 흩뿌려져서 사뭇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생과 사, 그 모호한 경계를 보는 것 같다.

그와 반대로,

백강암자 장면과 궁남제 장면은 이전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

백강암자에서는 마치 연화가 진장군에게 작업을 거는 느낌이라 좀 거부감이 들었고

(이 부분에서 최주리의 연기가 어색해서 더 그랬는지도...)

궁남제 장면은 또 반대로 의자왕이 작업남처럼 느껴진다.

궁녀에게 작업거는 왕이라니... 찌찔해도 너무 찌찔해~~

(그래도 왕인데! 작업씩이나 거시다니!)

 

작품 자체가 대폭 바뀐 건 아니지만

프리뷰 기간도 아니고 한창 공연 중인 작품을 잠시 중단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수정을 했다는 건 참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

감춰져있어서이해도가 떨어졌던 부분은 살려내고

불필요한 장면들은 과감하게 잘라낸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서윤미, 좀 아팠겠다!)

그러다 보니 감성적인 부분들이 좀 줄어든 것 같아 그건 좀 아쉽긴하다.

그래도 안 좋게 수정된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예전에 최주리 연화를 봤을 때

춤과 노래가 기대보다 못해서 좀 실망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배역 소화를 잘했다.

춤도 어색하지 않았고 노래가 정말 좋아졌다.

특히나 초반부 의자왕과 연화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대와 조명, 의상과 헤어는 뭐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관람이었다.

 

사담이긴한데,

정상윤은 이렇게 변한 의자왕 캐릭터에 혹시 불만은 없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좀 불만인데...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