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6. 17. 09:53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정상윤, 전성우 (나-네이슨) / 송원근, 이재균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지난 6월 1일 관람 후 피아니스트까지 포함해서 완전히 다른 캐스팅이다.

(곽혜근의 피아노 연주도 궁금했었는데 다행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재균의 리차드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대신 전성우가 도대체 네이슨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궁금했다.

사실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쓰릴미>라는 엄청난 작품을 과연 이 두 배우가 잘 표현할까 싶어서...

이 불안감은 비단 두 배우가 여려서만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배우로서 보여준 이력이

무시무시하게 섬세하고 치밀한 이 작품을 감당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런 나의 뒷통수를 쇠막대기로 세차게 내려친다면!

정말이지 나는 기꺼이 뻗어 줄 용이가 있었다.

(염산까지는 감당 못하겠고...)

 

1924년이라는 배경을 굳이 살리고 싶었을까?

두 사람의 외형은 몹시도 촌스러웠다.

(특히 그 머리 모양... 이건 답이 없다)

이해가 안 됐다.

정상윤, 송원근 페어가 아주 잰틀하고 세련된 모습이어서 더 의아했다.

어쨌든 지금 진술을 하는 시점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34년이나 지났고

과거든, 현재든 시간의 개념은 이미 그들에겐 의미가 없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성우는

일부러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려는 듯 애써 나이든 목소리를 낸다.

마치 아이가 어른의 옷을 몰래 입고 외출한 듯한 어색함.

고운 미성의 미소년9?) 전성우가 감당하기엔 영 어정쩡한 설정이다.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 일부러 센 척하는 이제균의 리처드 역시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였을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어른의 눈치를 보는 주눅든 아이같다.

은밀하고 위험한 계약이 아닌 철없는 아이들의 한때 장난질에 질타를 받는 아이.

그럴거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소년의 이미지로 극을 이끌어갔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표현이 되지 않았을까!

(심지어 피아니스트의 연주까지도 눈치보는듯 너무나 조심스럽다.

 근데 솔직히... 피아노... 좀 심각하시다... 어쩌나...) 

 

둘은 또한 소리의 효과도 이번 시즌의 의도만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고

그래서 조명까지도 어정쩡해져버렸다.

(빛과 소리의 애매함)

때때로 표정과 감정은 불필요할 정도로 과장되게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두 사람은 <쓰릴미>라는 작품이 갖는 극도의 긴장감과 반전의 묘미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이재균에게 이 작품은 아무래도 성급한 결정이었다.

특히 리처드의 독백 장면은 너무나 대책없이 무너져버렸다.

그건 인물의 중심을 잡아내지 못한 배우가 보이는 빈틈이었다.

유괴장면도 너무 과도하게 조심스러웠고 두려움에 차있었다.

리처드는 그래서는 안 되는건데...

리처드는 관객마저도 깡끄리 속여야 했다.

그래야 레이의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일 수 있을테니까.

레이와 리처드는 서로의 해석본이자 올가미이며 반전이다.

차라리 두 사람이 역할을 바꿔서 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극의 인물과 연기하는 배우가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걸 목격해야 한다는 건,

글쎄... 좋은 기억은 아니다.

특이 <쓰릴미>에서는 더더욱.

두 사람은 레이의 넘버 그대로 정말 너무 많이 가버렸다.

way to far!

이 두 배우가 조금 더 경력을 쌓은 후에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를 보여주지 않을까?

(그래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내가 본 <쓰릴미>중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페어는

역시나 김우형과 정상윤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둘의 기억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페어가 언젠가 나타나기를...

조만간 새로운 캐스팅이 공개될 것 같은데.

그들이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아주 은밀하고 Thirll하게 그들을 기다려보련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