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6. 7. 08:30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정상윤, 전성우 (나-네이슨) / 송원근, 이재균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드디어 <Thrill Me>가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정상윤의 "나"를 볼 수 있게 됐다.

2011년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네번째로 공연이 올려졌을때 김재범과 장현덕 공연을 보고 맘을 접었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들어간 정상윤의 "나"까지 접어야 했다.

그 이후에 연출가의 망언(?)때문에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좋은 작품이 구설수에 오르는 걸 보는 건 참 아픈 일이었다.

결국 2011년 공연은,

작품은 작품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관객은 관객대로 온통 상처뿐인 공연이 되버렸다.

아마도 <쓰릴미> 역사상 가장 thrill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돌아온 <쓰릴미>가 그래서 걱정스러웠다.

한때 나는 이 작품을 1년 365일 매일 공연하는 전용극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딱 <그날들>의 강태을 심정 ^^)

2008년 충무아트홀 초연 공연을 빼고는 매번 관람했는데

그때마다 정말 좋은 작품이구나 수없이 생각했었다.

다시 신촌 스테이지로 돌아온 <쓰릴미>는 일본의 스텝들이 대거 참여했다.

연출, 조명, 그리고 무대 디자인까지.

쓰릴미의 미묘한 질감은 쿠라야마 타미야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냈을까?

배우들은 과연 그걸 또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을까?

궁금했다. 아주 많이...

 

혼자 정했던 첫관람의 원칙이 있다.

꼭 정상윤의 "나"를 먼저 보겠다는 원칙!

개인적으로 <쓰릴미>에서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배우가 정상윤이라고 생각한다.

찌질하면서도 은밀하고 그러면서도 어떤 때는 저돌적이고 치밀한 "그"를 배우 정상윤은

특유의 섬세함 연기와표정으로 정말 잘 표현한다.

그래서 내겐 쓰릴미와 정상윤은 일종의 동의어 관계인 샘이다.

다시 돌아온 <쓰릴미>의 정상윤 네이슨은,

역시나 너무 좋았다.

더 섬세해졌고, 더 남성적이었고, 더 치밀하고 완벽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한숨과 함께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마지막 "쓰릴미"로 되뇌는 정상윤의 나.

끔찍하게 매력적이다.

다만 송원근 "그"와 미묘하게 발란스가 안 맞는게 아쉽다.

송원근 "그"가 결코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보여지는 이미지 때문일까?

송원근의 얼굴이 너무 작고 아이들스러워서 오히려 "그"보다는 "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두 배우가 비슷한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연하 페어를 보는 느낌이다.

(당연히 정상윤이 연상이고, 송원근이 연하)

정상윤은...

이 작품에 남다른 예정이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연기가 가능할까?

그가 "아니, 아니, 아니"를 세 번 반복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는다.

목소리톤과 감정이 전부 다 다르고 게다가 뭔가 조여오는 느낌은 점점 상승된다.

아! 도저히 피할 수 없겠구나... 라고 체념하게 만든다.

정상윤.

아주 압도적이었고, 주도적이었다,

<쓰릴미>의 "나"는 확실히 그가 갑이고 진실이다.

(그런데 정상윤 손, 괜찮을까?)

 

송원근의 그는,

나쁘지 않았다.

어려운 작품이고, 처음 그 역할을 한다는 걸 감안하면

작품 해석도 좋았고, 인물도 잘 만들었다.

단지 그가 너무 아이돌스러운 외모를 가졌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아이를 유괴하는 장면은 엄청나게 스타일리시하다.

이렇게 스타일리시한 사람이 유괴를 하면 금방 범인으로 지목돼 곧 잡히고 말 것 같다. (ㅠㅠ)

그리고 "그"가 바닥에 눕는 장면은 난감하다.

그 이후 "나"가 대사할 때 "그"의 모습이 너무 애매해져 버린다.

인물도 아니고, 배경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고, 심리도 아니고...

(이건 배우가 감당할 몫이 아니라 순전히 연출이 감당할 몫이다!)

만약 송원근 "그"가  정상윤 "나"가 아닌 다른 "나"를 만난다면!

송원근의 말대로 이 작품은 그의 터닝포인트가 되고도 남겠다.

정상윤이 좀 애매해지긴 하는데 크로스 캐스팅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중반 이후 새로운 캐스팅이 발표된다고 하니 그것도 기다려보고!

 

무대를 2층으로 분리한 건 좋았는데

사각의 링을 연상시키는 메인 무대는 너무 낯설다.

그와 나를 졸지에 피튀기며 사생결단으로 싸워야하는 파이터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서...

게다가 바닥과 높이도 꽤 있어서 배우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몰입도를 방해한다.

그 메인 무대의 바닥이 슬라이딩으로 열리는 건 개인적으론 최악이었다.

차라리 메인 무대가 아예 좌우로 확 벌어지면서

가운데 공간을 완전히 들어냈다면 좋았을텐데...

직선으로 교차하면서  조명은 정말 좋았다.

인물의 심리에 따라 배우의 얼굴에 조명을 바로 비춰서 명암의 효과를 살린 건 기가 막히다.

소리의 효과를 위해 일부러 바닥을 나무로 처리한 것도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2010년 무대에 올해 조명을 적용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빛과 소리.

이 둘의 절묘한 조화가 이번 공연 표현의 핵(核)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무지 남성적이고 치열하고 저돌적이었다.

(사각의 링은 그런 의미였을까???)

 

피아니스트 신재영.

조금 삐걱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멋진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2층에 있는 피아노의 위치가 좀 애매하긴한데

오히려 그 위치가 제 3의 인물(파아니스트)이 둘의 관계를 훔쳐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였나?

문득 피아니스트도 인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는 지금 두 개의 진술이 함께 진행되는 중인거다.

음성으로만 들리는 두 사람에게 하는 가석방을 위한 심의 진술과

피아노 선율로 상징되는 제3의 인물에게 고백하는 진짜 진실.

story in story.

아니, 어쩌면 정말 그런지도....

 

여전하구나,

이 작품!

나를 또 다시 thrill하게 만들 작정인가보다

Thrill Me...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