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3. 28. 06:07

 

뮤지컬 <카페인>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일시 : 2012.02.02. ~ 2012.04.15

출연 : 윤공주, 김지현(김세진) / 정상훈, 김산호 (강지민)

작곡 : 김혜영

연출 : 성재준

음악 : 원미솔

 

아마도 좀 우울했던 모양이다.

하긴 언제 안 우울했던 적이 있었던가!

통쾌까지는 아니지만 유괘 상쾌한 뭔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뮤지컬 <카페인>

2008년 초연된 이후로 자리를 잘 잡은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극장용 창작뮤지컬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뮤직 인 마이 하트>, <영웅을 위하여>, <형제는 용감햇다>, <김종욱찾기>,

<왕세자 실종사건> 같은 작품들은 보면서도 참 재미있고 좋았었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들 말고도 더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대극장용 창작품보다 실망도 훨씬 덜 했던 것 같다.

 

이 작품들 중 몇 개는 중극장에서 재공연된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소극장에서 공연될 때는 참 장하고 기특한 맘까지 들었었다.

소극장 공연은 배우들의 개인역량에 따라 극의 재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기본기없은 배우가 패기만 가지고 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자리기도 하다.

관객들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대처하는 배우들의 애드립을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찌질한 주연보다 잘키운 멀티맨이나 조연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도장찍힐 수도 있다.

 

뮤지컬 <카페인>

2008년 초연됐을 때부터 입소문이 났던 작품이긴 했는데 "사랑 운운" 하는 게 좀 멋적어 안 봤던 작품이다.

바리스타 세진과 소몰리에 지민의 좌충우돌 사랑 만들기!

내 기억이 맞다면 연기자 김지영이 제작자로 나섰었고.

뮤지컬 배우인 남동생 김태한이 남자 주인공 소몰리에 강지민을 했었다.

그 이후에 연기자 강지환이랑 SS501 김형준도 했었던 것 같고...

암튼, 초연된지 5년이 지났으니 뒤늦게 찾아본 셈이다.

솔직히 이번에도 윤공주만 아니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나는 대극장에서 본 윤공주 작품에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별로 없다.)

 

사실은 윤공주, 김산호 캐스팅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윤공주, 정상훈 캐스팅으로 봤다.

약간 코믹한 조연과 멀티맨으로 주로 활약했던 정상훈.

그의 에드립과 감칠맛나는 연기야 두 말 할 필요조차 없지만

아무래도 노래가 좀 약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사견은 확실히 선입견이고 기우였다.

강지민, 강정민 두 역할 다 너무 잘 어울렸고

중간중간 터뜨린 애드립은 관객들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노래도 그 정도면 나무랄데가 없고...

(노래도 연기도 못하는 뮤지컬 배우님들아! 제발 각성 좀 하자!)

안경에 토끼이빨을 끼고 강정민을 연기할 때도 딕션이 너무 정확해 연습량을 얼마나 했는지 가늠된다.

일테면 뮤지컬의 첫 주연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대했던 것 보다 훠~~~얼~~~씬 괜찮았다.

윤공주와 듀엣과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 고난이도의(?) 춤도 너무 잘 춰서 놀랐다.

만능 엔터테이너 정상훈!

(이제 브라운관의 정상훈보다 무대 위의 정상훈이 더 익숙하고 친근하다. 정성화처럼)

 

끝에서 두번째 여자 바리스타 세진 역을 윤공주.

역시 윤공주는 공주다!

캐릭터 표현, 표정과 노래, 춤도 정말 여우같이 잘하더라. 

단지 좀 아쉽다면 비주얼에 너무 신경을 안쓴 것 같아서 그게 좀...

최소한 포스터 이미지 정도의 비주얼은 보여줬어야 했는데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만사 귀찮은 권태기 주부 같은 비주얼이었다.

아무렇게 대충 묶은 퍼머머리.

그래도 사람의 기분을 읽고 커피를 준비하는 나름 섬세한 바리스탄데...

(그래서 끝에서 두번째 여자가 된건가?)

어쨌든 더 늦기 전에 봐서 다행이다 싶다.

당췌 이런 연예 뮤지컬은 점점 보기가 힘겨워져서...

관객 반응도 괜찮은지 연장 공연 스케쥴도 올라왔다.

김산호의 연기도 궁금하긴한데 

그걸 확인하려고 일부러 다시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사족이긴한데,

윤공주가 요즘 담보상태인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작품 선택을 잘 못하는 건지,

(그렇다고 이 작품을 잘못 선택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아니면 예전만큼 작품 섭외가 안 들어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에 비해 소위 빵 터져주질 못한다.

이러다 불운의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스럽다.

좀 지켜봐야 겠다.

배우 윤공주의 멋진 부활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