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레터>
일시 : 2017.11.10. ~ 2018.02.04.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작,작사 : 한재은
작곡 : 박현숙
안무 : 신선호
음악감독 : 김길려
연출 : 김태형
출연 : 김수용, 김종구, 이규형 (김해진) / 문태유, 문성일, 손승원 (정세훈) / 소정화, 김히어라, 조지승 (히카루)
박정표, 정민 (이윤) / 이승현, 손유동 (김수남) / 양승리 (이태준), 권동호 (김환태)
제작 : 우리별 이야기
무섭도록 대단한 작품이다.
보는 내내 말초신경들까지 저릿저릿했다.
이렇게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한재은 작가에게도 김유정(김햬진), 이상(이윤), 김기림(김수남) 못지 않은 천재의 피가 흐르나보다.
게다가 박현숙의 멜로디도 한 곡 한 곡이 다 아름답고 섬세하다.
마치 김해진과 세훈이 주고받은 편지글처럼.
왕가위 감독이 영화로 만들고 싶을만큼 매혹적이라며 극찬햇다는데 빈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너무나 잘 안다.
글(편지)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이 현실로 나올 수 있다는걸.
그리고 그 어떤 현실의 인물보다 더 현실적이고 확실할 수 있다는 걸.
"뮤즈"라는 건 예술가들만이 꿈꾸는 존재가 아니다.
내 마음 아주 깊은 곳을 이해하는 유일한 단 하나의 존재.
그 존재가 "뮤즈"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뮤즈.
해진의 말 그대로다.
그게 누구라도 편지의 주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대의 한 줄로 내가 나날을 버티었으니...
* 일곱 명 배우 모두 별처럼 빛나고 아름다웠다.
특히 정세훈역의 문성일과 김해진역의 이규형.
두 배우때문에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그 울움은 아주 오래오래 어여뻤다.
슬픔을 나눠가진 사람...
2막 끝부분 이규형이 부른 "해진의 편지"와
문성일이 부른 "내가 죽었을 때"는
죽을때까지 못잊을 것 같다.
어쩌면 죽어서도 못잊을지도...
세훈 전(前)...
나는 날로 몸이 꺼지고 있구나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눈이 어두워서 짧게 줄인다
모든 일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잘못된 환상에서 깨고 싶지 않아서
언젠가부터 깨달았다
어렴풋하게나마 내 주변을 감도는 그녀와 같은 바람을
그녀를 닮은 섬세함과 떨림
그녀와 다른 다정함과 순수
그 편지를 잡고 있어야 살 것 같아서
글자로 만든 성 안에서 그래 외면한채
결국 우리는 사랑의 모든 형태에 탐닉했으며
사랑이 배풀어줄 수 있는 모든 희열을 맛보았노라
나보다 훨씬 용감한 너를 보고
나도 한걸음을 겨우 떼어
여기 편지와 원고 받아주면 좋겠다
그녀에게 주고 싶던 꽃과 함께
새삼스레 말이 맴돈다.
너의 말들로 그때 내가 버티었다.
그게 누구라도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결같이 너의 답장을 기다리마
삼월 십칠일 혜진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