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6. 25. 08:27

솔직히 이 작품에 대해서 아직까지 개인적인 호불호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뮤지컬 넘버는 참 좋은데 내용 자체가 너무 하이틴로맨스스럽고 말랑말랑한 게 영 찜찜했다.

공연장을 찾아도 남자 관객은 가뭄에 콩 나듯 두어명 보이는 게 전부였고

여자매니아 관객를 위한 이벤트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이 날 공연을 보고 비로소 마음을 정했다.

성두섭 열, 김재범 사담 그리고 구원영 진성.

이 세 사람의 조합이라면 괜찮다.

아니 솔직히 썩 괜찮다.

이 조합이라면 다시 볼 의향도 충분히 있는데 안타깝게도 더이상은 없단다.

참 신기한 건 이 작품을 두 번 보면서도 애절하다는 느낌 절절히는 못받았는데

이날 공연은 그 애절함을 훌쩍 넘어섰다.

솔직히 맘이 많이 아팠다.

한 번도 그런적 없었는데 인물들의 감정선을 내가 어느틈에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었다.

사랑이야기였구나...

심지어 처음으로 안스럽고 안타깝게 느끼기까지 했다.

 

공연 내내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쓸쓸하게 떠올랐다.

(케이륄은 이 시점에 불후의 명곡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와~우! 절묘하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다행이다.

사담과 열, 두 사람은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성두섭 열은 참 감성적이고 부드럽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속에 믿기지않을 만큼 엄청난 힘이 있다.

확실히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

아직 미숙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성두섭 배우는 충분히 열을 감당했다.

섬세하고 따뜻한 강한 열이다.

첫 솔로곡 "밤의 남자"를 조금 잘 불러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계속 남는다.

성두섭 열 뒤에 부르는 김재범 사담이 짧게 부르는 노래가의 느낌이 훨씬 좋고 강렬하다.

그래도 열, 운장, 진성, 사담이 부르는 "앞날"에서 감정 표현은 정말 좋았다.

관객들도 이 장면이 끝나고 참  오랫동안 박수를 쳤었다.

참 절절했고 안타까웠다.

네 사람 모두...

나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열의 대사.

"담아! 내가 너를 모르냐?"

나는 이 둘이 눈물나게 질투나고 간절히 부럽다.

 

김재범 사담과 진성 여왕이 부르는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도 참 대립적으로 애절하다.

힘과 순수의 대결이라고 표현하면 좀 신파적일라나???

둘 다 다른 입장이지만 한 사람을 두고 참 애절하다.

김재범 사담은 이쯤되면 이 역할에 점점 신물나지 않을까?

(이 문장을 이해할까?)

공연이 거듭되면서 사담의 감정이 더 깊어질수록 나는 사담이 안스럽고 불쌍해서 못견디겠다.

"고맙다"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놓은 사담의 한 마디..

아! 이 두 사람 참 징글징글하다.

거기에다 비운의 권력자 구원영 진성까지.

이건 징글징글이 아니라 피폐함이고 너덜함이다.

그러나 다행이다.

마지막 열과 사담의 노골적인 대사들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 참 불쌍하고 가련해서 못봐줬을 것 같다.

성두섭, 김재범, 구원영의 <풍월주>는 비록 완벽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됐다.

충분히 완성됐다. 

 

* 열의 넘버 <죽음으로 널 안으면>이 빠진 건 아직까지도 영 아쉽다.

   참 좋은 곡인데 너무 아깝다....

 

Posted by Book끄-Book끄